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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 공연이 풍기문란?... "표현의 자유 침해"

세계에너지총회 퍼포먼스 저지당한 마임작가 이상옥씨, 국가손해배상 청구

등록|2013.11.06 19:15 수정|2013.11.06 19:15

▲ 지난달 13일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린 대구엑스포 앞에서 마임을 하던 이상옥 퍼포먼스 작가가 국무총리실 경호원에 의해 저지당한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 조정훈


"행사장 주위 누구에게도 말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녹색인간 퍼포먼스는 마임에 기반을 둔 무언극이기 때문에 그저 녹색으로 바디페인팅 한 모습으로 몇 가지 상징적인 동작을 가끔 행하며 행인들과 에너지총회에 찾아온 내외국인들과 무언의 소통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지난달 13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 개막식에 앞서 퍼포먼스를 벌이려던 마임작가 이상옥씨가 국무총리실 경호원들에 의해 저지를 당했다며 6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에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했다(관련기사 : 세계에너지총회장서 "밀양-청도 송전탑 중단" 촉구).

이상옥씨는 당시 녹색 물감을 몸에 바르고 '녹색인간'이 돼 엑스코 광장 앞을 걸어다니는 퍼포먼스를 했다. 6일 오전 열린 손해배상 청구 기자회견에서 이씨는 "물감으로 분장을 하던 도중 경호원 서너 명이 다가와 어떤 분장을 하는지 물어 (이씨가)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퍼포먼스'라고 답하자 (경호원들이) '여기서 이런 공연을 하는 것은 풍기문란'이라고 공연을 저지했다"며,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가 엑스코 광장에서 걸어다니며 퍼포먼스를 강행하자 경호원 3명이 큰 우산으로 몸을 감싸고 퍼포먼스 자체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인권운동연대 활동가가 강하게 항의를 하자 이 활동가를 대구북부경찰서로 연행했다가 풀어주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세계에너지총회의 개막식은 오후 5시였고 마임을 한 시각은 오후 3시였기 때문에 에너지총회에 어떠한 피해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며 "예술가가 퍼포먼스를 하는데 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느냐"고 항변했다.

▲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리는 대구엑스포 앞에서 13일 오후 시민단체 관계자가 퍼포먼스를 벌이자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 ⓒ 조정훈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표현의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며 이상옥씨 개인의 공연에 대해 명백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이씨가 국가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국가권력에 의한 탄압이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공권력이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을 행정 질서 유지로 끌어내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백창욱 청도삼평리 송전탑대책위 공동대표는 "녹색과 관련된 퍼포먼스가 무슨 풍기문란이냐"며 "국무총리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 마임활동가 이상옥씨 ⓒ 조정훈


대구민예총 한상훈 사무처장도 "이상옥씨는 대구시가 후원하는 여러 행사에서 마임을 해왔다"며 "이상옥씨의 마임이 풍기문란이라면 대구시가 매년 벌이는 바디페인팅 페스티발도 풍기문란으로 단속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상옥씨는 당시 뜻하지 않은 몸싸움으로 입은 내상과 그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로 그날 이후 공연 일정에 변화가 생기고, 국가폭력에 의한 충격으로 공연을 하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국무총리 경호팀은 국무총리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경우에만 보호한다"며 "경호팀은 마임을 방해하지 않았고 엑스코 광장에서의 집회 등은 대구지방경찰청이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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