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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정당" "공산화" "최악 내전" 새누리당이 흥분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총공세'... 지방선거 겨냥한 종북몰이 가동?

등록|2013.11.06 20:32 수정|2013.11.06 20:32

▲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6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당해산심판청구) 이것이 시발점이 돼 여러 분야에서 많은 저항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헌법의 가치에 순결성을 더 확고히 하고 진정한 국민적 통합과 통일을 이끌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모습. ⓒ 권우성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은 정치적 자유를 가장 광범위하게 허용한, 세계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민주적인 헌법이었다고 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을 허무른 세력은 헌법 아래서 성장한 나치 정당이었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말이다.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을 대상으로 헌정 사상 첫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제소한 정부를 두둔한 것이다.

그는 "우리 헌정사도 보면, 권위주의 시대로부터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진보의 이름 아래 사실상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부정하는 세력들이 많이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당해산심판청구가) 처음 있는 일이지만 놀랄 일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이것이 시발점이 돼 여러 분야에서 많은 저항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헌법의 가치에 순결성을 더 확고히 하고 진정한 국민적 통합과 통일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적극 지지하며 그를 위한 '뒷받침'을 다짐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정통성 수호 위한 조치"... 19대 총선 '야권연대' 문제까지?

판사 출신인 황우여 당 대표는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정당을 헌법재판소 심판으로 해산시키는 게 바로 그 본질"이라고 '정부의 주장'을 보강했다.

또 독일을 예로 들면서 "서독 당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정당 및 단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안보법 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1951년 사회주의제국당, 1956년에 독일공산당을 해산했다"며 "통일 이후에도 자유독일노동당, 민족연맹의 정당자격을 박탈했다"고도 덧붙였다.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정당 해산 심판청구와 별개로 이석기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세비와 자료요구권 등 제한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금명간 제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남소연


최경환 원내대표는 "진보와 사상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그 기저를 흔드는 종북세력은 이미 대한민국 정당으로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정부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는) 대한민국의 정통성 수호와 국민안전, 국가수호를 위해 취한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무장봉기를 통한 국가반란 시도, 주체사상 신봉, 3대 세습 독재 찬양, 북한 헌법과 유사한 (진보당) 강령 등은 명백히 헌법 질서에 위배되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라며 법무부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이번 정당 해산 심판청구와 별개로 이석기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세비와 자료요구권 등 제한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금명간 제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윤리특위 위원인 남경필 의원 역시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의원의 제명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9월 11일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숙려기간이 지난 다음 징계안(제명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이미 숙려기간이 지났다"면서 "다음 주 중 민주당과 함께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원내 지도부에서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만이 아니다. 보수진영도 널뛰고 있다.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 민주진보진영을 이번 사태를 통해 '종북'으로 묶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로 극우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 5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브리핑을 인용하며 진보당을 "대한민국 공산화를 목표로 한 정당"이라고 낙인찍고, 지난해 총선 당시 진보당과 '연대'한 민주당을 "대한민국 공산화의 공범이 되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 근거로 총선 당시 야권의 공동정책합의문을 들었다.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이행을 담보하는 입법조치 등을 통해 적극적인 남북화해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합의문대로 (6·15 공동선언 등의) 이행을 강제하는 입법을 하게 되면, 종북정권은 북한정권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해체하려는 연방제 적화노선을 강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석했다. 총선 당시 새누리당도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도 "종북좌파 세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경제 사회주의화'의 다름 이름일 뿐"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결론으로 "양당(민주당·진보당)이 국회를 주도하고, 행정부 권력을 장악, 반헌법적(종북사회주의적) 노선을 밀고 나가면 경제공황과 법질서 붕괴와 대한민국 수호세력의 반격을 자초, 최악의 경우 내전적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작년 국민들은 두 차례 선거를 통하여 유혈 사태를 막은 셈"이라며 민주당의 사과도 촉구했다. 

이 같은 논리는 이미 내란음모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의원 사태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활용된 바 있다. 황우여 당 대표는 지난 9월 "지금 우리 정치권은 자유민주주의를 좀먹어온 종북세력을 축출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지키는데 일체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민주주의 훼손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자유민주주의에 기생한 종북세력의 숙주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또 지금도 비호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사라져... "지방선거 앞두고 공안정국 형성"

이 같은 총공세의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로 그간 이슈의 중심에 섰던 국가정보원·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박근혜정부의 공약 후퇴 논란 등이 모두 사라졌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가 "민주노동당 창당 시절부터 지금의 통합진보당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실현했다"는 법무부의 논리에 수긍하면, 그간 제기됐던 지난 총·대선 당시 댓글 및 트위터 글을 통해 야권을 '종북'으로 매도했던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행위에 대한 정당성마저 확보하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접수한 지 180일 안에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번 청구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간에 지방선거 직전 이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각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헌재의 판결도 나기 전에 진보당의 국회의원직 상실 청구를 또 한다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공안정국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의 진보당 해산심판청구는 대한민국 법질서를 무시하고 있다, 대선개입 의혹 불끄기용은 그만둬야 한다"면서 "아무리 공안통치가 편하다고 해도 시대를 거스르는 무법질주를 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부정 개입 관련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야당의 특검 요구까지 나오면서 (정부·여당이) 정치적인 수세에 몰렸다고 판단하고 국면전환용으로 (이번 사태를 만든 것)"이라며 "지방선거까지 공안문제를 가지고 중심화두로 정치를 끌고 나가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현 아닌가 이렇게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 전 대표는 같은 방송에 출연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반적인 국민 여론이 정당을 해산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추진했다"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그러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47% 나오면 박 대통령이 물러날 것이냐"면서 "여론몰이하듯이 정당 해산을 하는 것은 사실 쿠데타가 아니면 독재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종북 프레임' 두려워하는 민주 지도부, 진보당과 '거리두기'

▲ 5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통합진보당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서. 이날 정부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서와 함께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1988년 헌법재판소가 창설된 이후 첫 사례다. ⓒ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종북 프레임에 빠지게 될까 위축된 모습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불행한 일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매우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 상정이나 처리 과정에서 조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당의 해산은 헌법가치와 정당의 실제적인 역사에 기초해서 엄정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보편적 가치인 사상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진보당도 이번 기회에 당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서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과 거리를 둔 셈이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종북세력을 단호하게 배격한다"면서 같은 태도를 취했다.

다만 그는 "종북척결을 정치공작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준동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가 종북세력의 척결을 위한 정부의 정당한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마녀사냥식 정치공작의 소산이었는지를 헌법재판소가 그 어떠한 정치적 편견도 없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줄 것을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당의 논평은 단 하나였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5일)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 당시 "민중은 사회주의 개념이다"는 정홍원 국무총리 발언에 대해 "민중이라는 단어가 사회주의적 개념이면 '민중의 지팡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경찰은 사회주의 개념 단체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천박한 인식으로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청구를 했다면 이 정부의 경박한 행동에 기가 찰 노릇이고 국무총리의 해괴한 논리가 헌법가치에 부합하는 지 우선 분석 대상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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