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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 "은택 부장판사 오만·경솔... 변호사조차 불신"

배심원 무죄 평결에도 안도현 시인에 유죄 판결

등록|2013.11.07 20:29 수정|2013.11.07 21:53
[기사보강: 오후 9시 53분]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은택 부장판사)가 7일 배심원 7명의 전원일치 무죄 평결에도 안도현 시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 안 시인과 변호인인 이광철 변호사는 물론 법조인들도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변(민주사회를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역임한 이재정 변호사가 재판장인 은택 부장판사에게 던진 돌직구는 거칠었다.

이재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안도현 시인 유죄 판결. 전주지법 은택 판사. 나꼼수 재판과 같은 결과면 불신 생길까봐 (유죄) 라고?"라며 "오만하고 경솔한 당신 때문에 변호사인 나조차 법원을 불신하게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은택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30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죄 판결한) 나꼼수 재판을 두고 국민참여재판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로 인해 국민참여재판 불신론이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고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정 변호사는 "스스로 사법권 독립을 무시한, 그래서 징계절차에 회부돼야 할 사람이 판결 선고를 하는 형국"이라며 "평소 무례하고 일방적인 재판 진행으로 악명 높은 판사였다지 (그러고 보니 평소에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판사였던 셈)"라고 정조준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 판사들 보면 '최소한 나는 저런 법조인은 안 돼야지' 했는데, 그런 판사들은 처음부터 용인해서는 안 되었다는 반성 중"이라고 은택 부장판사에게 전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도 트위터에 "안도현 재판. 배심원이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함은 '유죄로 하기엔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법관이 유죄라 판결하면, 시민 배심원 7명의 의심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 교수는 또 "안도현 재판. 배심원 일치평결을 뭉개고, 비방 목적 있다고 판정했으면 실형에 처할 일이지, 벌금 선고는 뭣꼬. 그 쥐꼬리 벌금 100만 원에다 '선고유예'까지 할 건 또 뭣꼬"라고 힐난하며 "왼쪽 돌아보고 오른쪽 눈치보는 좌고우면(左顧右眄) 판결의 사례 등장"이라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안도현 시인에 대한 배심원이 전원일치 무죄평결을 내렸으나,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며 "허위사실공표는 무죄, 후보자비방은 유죄라고?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할 상당한 근거가 있음에도 이를 제기하면 범죄가 된다?"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선거는 원래 경쟁후보에 대한 '비방'을 전제한다. 후보 검증이라는 공익이 있는 '비방'을 유죄라고 한다면, 선거과정은 침묵의 무덤이 된다. 김구 선생은 민주주의는 훤훤효효(喧喧囂囂),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허용하는 것이라 말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라고 말했다.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도 트위터에 "안도현, 허위사실 공표 '무죄'-비방 '유죄'"라며 "은택 부장판사, 과연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가? 배심원의 평결은 양심적인 판단이 아니란 말인가? 배심원들을 들러리로 취급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안도현 시인은 이날 판결 직후 트위터에 "재판부가 결국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뒤집었다. 배심원들과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것으로 본다.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를 거스른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나비의 기분이 이럴까"라고 비유하며 재판부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검찰 공소제기 → 배심원 무죄 평결 → 재판부 판결 선고 연기 논란

앞서 검찰은 "안도현 시인이 유묵 소장자 표기 내용 중 과거 일정기간 박근혜 후보가 소장자로 표기된 사실만 부각해 그것이 안중의사숭모회의 유일한 입장인양 과장하면서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트위터에 17회에 걸쳐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훔쳐서 소장하고 있거나, 유목 도난에 관여했다'는 글을 게시해 박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비방했다"며 기소했다.

이에 안도현 시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안도현 시인은 재판과정에서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의 행방에 관해 박근혜 후보에게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한 것으로서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에 불과하므로, 사실의 적시가 아닌 단순한 의견 표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 내지 비방할 의도가 없었으며, 트위터에 게재한 글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글의 내용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0월 28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안도현 시인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후보자를 비방했다며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14시간 가량 진행돼 밤늦게 끝났다.

특히 배심원 7명 전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런데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은택 부장판사)는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평결과 재판부의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판결 선고를 11월 7일로 연기했다. 이로 인해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많은 논란이 일었다.

민변 "사법부 스스로 국민참여재판 훼손한 안도현 유죄 유감"

민변도 이날 논평을 통해 "배심원단은 안도현 시인의 트위터 글들이 고의적으로 후보를 비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아니라, 평소 의혹이 일고 있었던 문화재의 행방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의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판단해 무죄를 평결했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판단을 배척함으로써 사법부 스스로가 개혁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직접 훼손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또 "국민참여재판은 사법 영역에서의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해 사법민주화에 기여하고 있고, 또한 재판과정의 투명화를 통해 법조비리가 끼어들 여지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판을 진행함으로써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제고하고 있음에도 이를 정쟁화시켜 제도 자체를 축소하고 훼손시키려는 움직임은 사법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이자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변은 끝으로 "안도현 시인 사건의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앞으로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해 제도의 정착과 확대에 더욱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도현 시인 도대체 트위터에 무슨 말을 올렸길래?

다음은 안도현 시인이 2012년 12월 9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보물 569-4호 안중근 의사의 유묵 누가 훔쳐갔나? 1972년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 소장, 그 이후 박근혜가 소장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문화재청에서는 도난문화재라고 한다

보물 제569-4호 안중근의사 글씨는 1976년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에 의해 청와대에 기증되어 문화재청에 등록되었다. 1979년 이후 안중근기념관의 모든 도록에는 그 소장자가 박근혜로 나와 있다. 갖고 있기는커녕 본 적도 없다는 박근혜가 대답할 차례다

지금에서야 문화재청이 청와대에서 도난당했다고 말하는 보물 제569-4호 안중근의사 유묵은 2011년까지 박근혜 소장이라는 확증이 있다. 안중근 유묵에 관한한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사)안중근의사숭모회의 기록이다

현재(12.10)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문화재검색 해보면 보물 제569-4호는 소유자와 관리자가 청와대 소장으로 나와 있다. 국가의 보물을 이명박 대통령은 보았는가?

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아닌 동명이인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보물 제569-4호 안중근의사 글씨를 갖고 계신 분은 바로 저에게, 혹은 문화재청에 신고해주십시오. 지금 박근혜 후보가 도둑이 될 처지에 있습니다

보물 569-4 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 어떤 분은 2005년 TV에서 박근혜후보가 자택에서 자랑스럽게 이 안중근의사 유묵을 자랑하고 뜻풀이까지 했다는데,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혹시 개그맨 김용만이 나오는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 시청자를 찾습니다.

박근혜 후보 자택을 방문했던 기자분들, PD분들, 국회의원님들, 문화재청 직원분들, 팬클럽 박사모 여러분들, 연예인들 그리고 혹 담을 넘어갔다왔던 도둑분들까지 손도장이 선명한 우리의 안중근의사 유묵을 보신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사라진 보물 안중근의사의 글씨 두 점은 1971년 일본의 어떤 절에서 재일교포가 탈취한 장물이다. 국내로 들어와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구입했다. 현재 홍익대박물관이 보물 569-9호를 소장하고 있고, 한 점은 박정희에게 기증했는데 도난당한 것이다

미천한 국민의 한 사람인 제가 구중궁궐 청와대의 속을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한때 청와대에 사셨던 박근혜 후보가 국가 보물 안중근 유묵을 한때나마 소장한 듯한데 박근혜 후보는 소장 경위와 도난 경위를 소상하게 밝혀주십시오.

박근혜 후보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안중근의사 글씨를 사랑하는 딸의 방에 걸어두었는지, 아니면 전두환이 소녀가장에게 6억을 건넬 때 덤으로 국가의 보물 한 점을 끼워주었는지 직접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후보님, 혹시라도 도난문화재인 보물 제569-4호 안중근의사 유묵을 이 기회에 국가에 돌려주실 생각이 없는지요? 이게 어떤 유묵입니까? 이 나라를 구하려고 했던 영웅 안중근의사의 유묵 아닙니까.

다음은 안도현 시인이 2012년 12월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1. 감쪽같이 사라진 보물 제569-4호 안중근의사의 유묵은 1976. 3. 17. 당시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했습니다. '청와대로 소유자 변경' 문화재청 홈페이지 증거 자료입니다.

▲ 안도현 시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 ⓒ 신종철


2. 도난된 보물 제569-4호 소장자 '박근혜'입니다. 2001. 9. 2. 안중근의사숭모회 발간 도록 증거자료입니다. 경위를 밝히라니까 거짓말이라네,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책임 운운하는 새누리당 한심합니다. 

▲ 안도현 시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 ⓒ 신종철


3. 문화재청 홈페이지 검색해보면 관리자가 '청와대'입니다. 이 귀중한 보물이 도난문화재 목록에 올라있는데 박근혜 후보는 '본 적도 없다' 잡아떼면 끝인가요? 국가의 보물 하나 지키지 못한 청와대는 무엇하는 곳입니까 

▲ 안도현 시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 ⓒ 신종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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