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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그 후, 재능교육 사장 "종탑에 가봤더니..."

[인터뷰]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이사 "노사 상생으로 1등 되찾을 것"

등록|2013.11.09 14:24 수정|2013.11.09 14:24

▲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이사 ⓒ 재능교육


오전 8시 이전에 꼭 출근, 점심 시간은 오후 1시 이후였다고 한다. 노조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장으로 부임하고 3년 4개월을 그렇게 했다고 전한다.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이사 이야기다. 6일 만난 양 대표는 "일상의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재능교육 사옥 앞도 평온했다. "4천명 재능선생님과 함께 여러분의 복귀를 환영합니다"란 현수막만이 그동안 이 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증언하고 있었다. 오수영 재능교육 지부장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이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오른 지 202일 만이었다. 지난 8월 26일 재능교육 노사는 '단체협약 복원', '계약해지 교사 전원 복귀' 등에 합의했다. 재능교육 투쟁은 그렇게 2076일 만에 '쉼표'를 찍었다.

재능교육 노조 표현대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는데 2천일이 넘게 걸린 셈"이다.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을 일부 바로잡는데 걸린 시간이다.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인가, 어찌 보면 단순한 이 질문에 대한 법적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특수고용직 투쟁의 '대리전'을 치르던 회사 입장에서는 어쨌든 할 말이 많을 상황이다.

"정말 목숨 걸고 올라갔구나 하는 생각이..."

또한 서울시청 옆 환구단에서 유명자 전 지부장 등 재능교육 조합원 두 사람이 여전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8.26 합의'에서 재능 투쟁을 촉발시킨 수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12월 단체협약 갱신 체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2월 단체협약은 재능교육 노사 관계의 '앞으로'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됨은 물론, 나아가 학습지 업계 2위였던 '일상'을 재능교육이 되찾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노사 상생 여부가 특히 재능교육에게는 일종의 '경영 지표'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최장기 투쟁 사업장'으로서 당연한 숙명인지도 모른다.

양 대표를 만난 것도 그래서였다. 상생의 한 축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친 김에 향후 사업 구상도 함께 들어봤다. 만나자마자 그가 대뜸 이끈 곳은 대표이사실 옆 계단 통로였다. 창 밖으로 왼편에는 가을 숲이, 그리고 오른편에 성당 종탑이 있었다. 벽돌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보였다. 양 대표는 합의 이후 종탑에 가봤다고 했다.

"가보고 싶었어요. 직접 가서 보니까, 이렇게 위험한 곳을 어떻게 올라갔을까. 어떻게 이런 곳을 겨울에...경비 서시는 분이 바람 불면 몸이 막 흔들리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목숨 걸고 올라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깥에서 볼 때와는 느낌이 정말 달랐어요."

12월 단체협약 "교섭위원 태도와 역량 믿는다"

▲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이사 ⓒ 재능교육

한 주간지에 실린 "종탑에서 매일 꿨던 악몽을 집에서도 꾼다"는 여민희씨 이야기를 전했다. 회사 소개서에 있는 섬김 리더십 실천 방안, '치유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대목도 끌어들였다. 먼저, 다시 돌아온 조합원들의 치유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양 대표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노사 관계는 파트너십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사 문제 해법은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라면서 "회사가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면서 가되, 상생의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는 것이 치유에서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서도 "돌아온 조합원들을 재능가족으로 따뜻하게 맞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서울시청 농성 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의 복직은 완료된 상태로 보인다. 양 대표는 "현재 교사 11명 중에서 9명의 교사가 계약서를 체결했고 교실을 배정 받아 회원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12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10월부터 단체교섭 상견레와 2차 교섭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농성 조합원 상황이 12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양 대표는 "서울시청 농성 조합원 역시 여전히 재능교육 가족"이라면서 "회사로서는 노조 입장을 이해하면서 노조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노조의 통일된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단체협약 갱신과 관련한 거듭된 질문에 양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 자칫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교섭위원들의 태도와 역량을 믿는다"면서 "기존에 있던 단체협약을 토대로 시대의 흐름이나 현실에 맞게 순차적으로 선생님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덧붙였다.

"노사 상생 경영으로 1등 되찾을 것"

- 노사 상생의 모습이 특히 재능교육에게는 경영상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륭전자가 1895일 만에 합의에 이르렀잖아요. 1896일 째 되는 날, 최장기 농성장의 대표이사가 되는 날, 사실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이 문제가 해결되면 또 그만큼 저력이 생기지 않겠는가. 5년 8개월 동안 노사가 참 어렵고 힘든 길을 각각 걸어왔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노사 모두 그동안 많은 학습을 한 거잖아요.

이런 과정을 밟아왔다는 자체가 오히려 굉장히 큰 저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학습지 회사 중에 선두 기업인 대교눈높이나 구몬에는 단체협약이 없습니다. 재능교육이 학습지 회사 중 유일하게 단체협약이 체결된 곳입니다. 정말 어렵게 합의에 이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사 상생의 경영을 해 나갈 것입니다."

양 대표는 "안 해 봤으면 먼 길이겠지만, 우리는 선두를 해봤기 때문에, 1등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동안 소극적으로, 방어적으로 홍보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본래 업무의 홍보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양 대표는 "어려운 과정을 극복한 만큼 지금부터 노조는 물론이고 재능 선생님과 임직원들이 힘을 합하여 하나씩 만들어 나간다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2의 도약과 전성기 만들 힘 있어"

▲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이사 ⓒ 재능교육

양 대표는 재능교육이 제2의 도약과 전성기를 만들어 나갈 힘이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그는 "인천에 있는 재능대학교의 경우 서울·인천·경기지역 취업률 1위로 우리의 큰 자랑"이라며 "재능교육이 지원하는 전국시낭송경연대회는 23회를, 재능교육 지원 재능시낭송협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교육문화기업으로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또한 양 대표는 "업계 최초의 디지털 음성인식펜인 스스로펜에 스토리텔링 방식을 접목해 새로운 학습 시스템을 구현할 것"이라면서 "'재능스스로수학' 다음으로 많은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생각하는 피자' 학습 설계과정도 업그레이드하여 11월 20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최고의 사고력 전문교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글로벌 신규 시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재능교육 해외지사는 현재 미국, 캐나다, 중국, 홍콩, 호주, 뉴질랜드 6개 국가에 151개 가맹점과 1만2천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양 대표는 "현재 건립 중인 재능교육 혜화문화센터는 회사 사옥 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종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지게 된다"고 소개했다. 혜화문화센터는 내년 초 준공될 예정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의 철학을 실천하겠습니다."

재능교육 회사소개서 앞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양 대표의 행복경영 철학이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사람들과 5년 8개월만에 가까이 있게 된 재능교육. 이제부터 노사가 함께 기뻐하게 될지, 그로 인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지, '근자열 원자래'란 말의 진정성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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