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시대가 이뤄놓은 결과물들은 저마다 위대하다. 현대의 컴퓨터, 핵발전소, 반도체 등의 하이테크 기술도 미래에는 돌도끼, 돌칼처럼 원시 도구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생각과 가치 또한 시대별로 이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모든 자연물에 정령이 있다고 믿었던 과거의 원시적인 사유의 방식은 지금은 과학적으로 미숙함이 드러난 것도 없지 않지만 그 당대에는 충분히 성숙한 생각의 결과물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  

중국 고대 은(殷) 나라에서는 십간의 마지막인 계(癸)의 날에 다음 열흘간의 길흉을 점쳤는데 이를 '복순(卜旬)'이라고 한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왕은 재앙을 물리치고 새롭게 다가올 시간을 정화(淨化)한다고 믿었으며, 또한 그 기간에 대한 자신의 지배권을 좀더 신성하게 강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무당이 점을 쳐서 흉함을 내쫓고 길한 복을 불러오는 의식의 과정에서 간절한 기원의 의미가 담긴 '축(祝)'자도 생겨났을 것이다. 빌 축(祝, zhu)은 돌 제탁(祭卓)을 나타내는 기(示)와 제사를 주재하던 형(兄)이 합쳐진 글자이다. 기(示)는 다시 T자형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과 그 양 옆에 희생이 흘린 핏방울로 이뤄진 글자이고, 兄은 제문을 입(口)으로 읽으며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人)을 나타낸다고 하니 이 둘이 합쳐진 '祝'은 고대 제례를 통한 기원과 축복의 의미가 간절히 결합된 글자라고 볼 수 있다.

<장자(莊子)>에 보면 '화봉삼축(華封三祝)'이라고 화주(華州) 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봉선(封禪)의식을 거행하며 세 가지를 축원하였는데 바로 '장수, 부귀, 많은 자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기본적인 바람에는 큰 변화가 없는 걸 알 수 있다. 

"축발전(祝發展)!"의 예처럼 '축'이라는 말에는 기원과 바람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축생일(祝生日)!"처럼 생일이라는 시간 동안 어떠한 재앙도 없는 깨끗하고 맑고 즐거운 시간이 되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祝이라는 말이 일종의 시간과 당일의 상쾌한 기분을 포함한 공기에 대한 정화제(淨化劑) 역할을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거대한 우주의 법칙 속에서 인간의 힘이 아직은 미약하여 인간으로서 우주의 거대함을 향해 기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사유 결과물로 축(祝)은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면면이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