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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가 장악한 지역에 '민중의집' 꽃필까?

[토론회] '지역 사회 운동의 새로운 모색, 민중의집' 국제 포럼

등록|2013.11.11 20:10 수정|2013.11.11 20:33
2008년 서울 마포에 깃든 이후 5년. 현재 서울 구로와 중랑, 인천 서구와 광주에도 터를 잡았다. 또 서울 강서·양천과 대전 유성에서는 준비 모임이 진행 중이다. 노동자, 서민 중심의 진보 자치 공간을 표방하는 민중의집. 한국에서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위기에 처한 진보에게 민중의집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한국 민중의집 연합회 준비 모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지역 사회 운동의 새로운 모색, 민중의집' 국제 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준비 모임이 칼레 나탄손 스웨덴 민중의집 연합회 대표와 비욘 가다르손 전략이사를 초청해 진행됐다.

스웨덴의 민중의집은 사회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풀뿌리 지역 조직이다. 민중의집에서 나눈 토론들이 정치적 의제로 실현되고 '복지 국가' 스웨덴을 만드는 기틀이 됐다. 현재는 스웨덴 전국에 533개의 민중의집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 해 3300여 만 명이 다녀가고 있다.(관련기사 : "진보의 위기, 지역으로 돌아가 연대하라")

"박원순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자유주의 흐름, 걸림돌 돼"

▲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스웨덴 민중의집 연합회 초청 국제포럼에서 강상구 구로 민중의집 대표가 '한국 민중의집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강 대표, 비요른 가다르(Bjorn Gardarsson) 스웨덴 민중의집 연합회 전략 비즈니스 이사. ⓒ 남소연


포럼에서 강상구 구로민중의집 대표는 '한국 민중의집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 대표는 먼저 현실적 어려움으로 ▲ 우파적 생활 생태계 ▲ 지역에 대한 낮은 이해 ▲ 진보 정치의 분열과 쇠락 ▲ 지역 운동의 자유주의적 흐름 ▲ 높은 임대료로 인한 재정적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역은 신자유주의와 금융의 세계화가 관철되는 계급 갈등의 최전선"이라며 "지역은 우파의 영향력 아래에 장악됐으며 주민 대부분이 우파 생태계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은 금융, 제조업, 건설, 유통 자본의 본사·지사와 지역 정치인, 지역 언론, 사학재단, 지역의 토호 등 우파에 장악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은 각종 사회 공헌 활동, 청년 일자리 사업 후원, 심지어 지역 시민단체 후원에 매진한다"며 "'멀리서 거룩하게 외치는' 좌파의 활동보다 주민들에게 더 가깝고 친근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마을만들기 사업도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서울의 경우, 지역 시민운동가들이 지원금을 나눠주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며 "자유주의적 흐름을 강화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입장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중의집은 물리적인 지역을 기반하지만 한국사회는 너무 긴 노동시간으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포괄적 지역 연대체' 건설을 주문했다. 그는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은 물론 여타의 시민단체가 가칭 '지역 노동 정치 혁신위원회'와 같은 지역 연대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연대를 통해 대대적인 자원을 투입하고 이 과정에서 민중의집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 민중의집 연합회 강화 ▲ 중앙 차원의 연대 모색 ▲ 노동자 지역 참여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중의집,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전환점 될 수 있다"

토론자로 나온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운동이 위기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며 "지역에 주목한 민중의집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 노조 토대 사회 변혁 거점 구축 ▲ 노조의 지역 사회 개입 모델 개발 ▲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업 개발 ▲ 진보정치의 지역 토대 구축 ▲ 진보 생활공동체 형성에 초점을 맞춰 민중의집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섭 <깨어나라 협동조합> 저자는 삼국시대 가야의 특수행정구역인 소도를 예로 들어 민중의집 건설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소도는 제사와 축제를 주관했고 이를 통해 정치와 일상이 예술의 융합 속에서 이뤄지게 했다"며 "소도에는 반드시 경당을 세워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등 소도는 항상 사람의 도리가 살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간이 생긴다고 무조건 사람이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의 진보 운동이 지역과 만나지 못한 것은 인간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노동자, 정치가, 소비자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방안으로 "스웨덴 민중의집이 어떻게 각종 문화예술모임을 주관하고 시민교육에 집중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진보는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도 지역에 쉴 작은 공간 하나를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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