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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삭발 처음"... 끝내 울어버린 울산시의원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지방의원들 삭발 후 무기한 농성 돌입

등록|2013.11.12 17:55 수정|2013.11.12 17:55

▲ 11월 12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지방의원 삭발식에서 한 당직자가 류경민 시의원(왼쪽 두번째)의 머리를 밀자 류 의원이 눈을을 흘리고 있다 ⓒ 박석철


11월 12일 오후 1시 30분쯤,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소속 류경민 시의원은 기자들에게 '삭발에 들어가며'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는 "많지 않은 나이지만 40 평생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삭발을 하기에 사실 많이 망설여지고 두려웠다"며 "저는 오늘 머리를 깎지만 슬프지 않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들을 믿으며 사랑하는 당원들을 의지하며 의연히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후 2시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민주주의 수호·진보당 사수 투쟁선포식 및 의원단 삭발식'에서 류경민 의원의 머리에 차가운 이발기가 닿자 끝내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지난 3년 반 동안 아동여성폭력예방조례,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조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조례, 장애인편의시설 사전검사조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례, 성평등조례 등을 발의하고 통과시켜 울산시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를 발의한 의원으로, 자살예방 공헌 등으로 수 차례 상을 받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지방의원들이 12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앞에서 삭발을 했다. 시의원 5명, 기초의원 16명이 있는 울산의 제1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삭발을 한 것이다. 이날 삭발식에는 앞서 지난 7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삭발한 9명의 지방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이 참여했다. 윤종오 북구청장과 김종훈 동구청장, 윤치용 북구의회 의장은 공직 상황 등을 고려해 일단 이날 삭발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당 해산심판청구는 명백한 민주파괴이자 헌정유린"이라며 "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삭발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번도 없었던 정당해산 심판을 들고 나왔다"며 "국정원을 비롯한 국기기관의 대선불법개입과 부정선거로 위기에 몰리자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탄압하더니 급기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시도를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지방의원들 "명백한 민주파괴이자 헌정유린"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정당해산심판 청구이유가 초헌법적 발상이고 정당활동금지 가처분신청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라며 "통합진보당과 그 하부조직 및 구성원, 즉 통합진보당 10만 당원들에 대해 모든 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는 행위,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등 선거에 참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말대로면 통합진보당 10만 당원은 그 누구도 내년 지방선거에 후보로 출마할 수 없고 어떤 후보도 지지할 수 없다"며 "이것은 헌법에 보장한 정치활동의 자유와 피선거권을 가처분으로 박탈하겠다는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처분이 통과되면 통합진보당과 당원들은 정권에 비판은 고사하고 정치현안에 대한 의견조차 말할 수 없고, 트위터에도 페이스북에도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된다"며 "유신시대 막걸리 보안법이 생각나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지방의원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삭발을 단행하고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며 "민주주의가 찢겨지고, 헌법정신이 유린당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심정을 정했다.

이어 "통합진보당과 진보세력에 대한 말살기도를 중단하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민주진보세력에 대한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박근혜 정권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는 명백한 민주파괴이자 헌정유린 행위이므로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공직협 대표인 천병태 시의원은 12일 오전 개회한 울산시의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청구와 선거권 조차 제한하는 가처분신청에 울분을 참지 못한 여성의원이 삭발했는데, 이 점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박근혜 정권은 대한민국 진보세력 말살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일 것인데,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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