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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로 모았냐고요? 다 제 열정이에요"

인형부터 도자기, 수석까지... 못말리는 수집가 양혜선씨

등록|2013.11.12 18:22 수정|2013.11.12 18:22
"버리면 의미 없는 쓰레기가 되지만, 모으면 역사와 문화가 되죠."

초등학생 시절 선물 받은 강아지 인형을 시작으로 탈, 도자기, 수석, 인형, 향수 등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모은 '잡식성' 수집가 양혜선(64, 경남 양산시 북부동)씨.

▲ 양혜선씨가 그동안 모아온 수집품을 설명하고 있다. ⓒ 김민희


양씨의 자택에 들어서자 수집품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는 진열장과 벽면을 가득 채운 작은 탈 모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방에는 양씨가 국내부터 해외까지 여러 곳을 다니며 모은 유리 인형들과 도자기 인형이 가득했다. 거실 벽에는 각종 탈이, 거실 찬장에는 도자기와 다도용품, 주방에는 주류와 오래된 그릇까지. 집 자체가 작은 박물관이었다.

양씨가 본격적으로 수집에 나선 것은 30여 년 전. 양씨가 시집을 가며 짐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가 "네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인형도 가져가라"며 강아지 인형을 건네주면서부터였다. 양씨의 어머니가 전해준 인형을 보고 옛 생각에 다른 인형들도 찾게 됐다. 양씨가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인형을 비롯해 그의 사촌동생, 조카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까지 손때 묻은 인형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 수납장 안에 양씨가 30여 년간 모은 인형이 진열돼 있다. ⓒ 김민희


시간이 지나면서 수집하는 종류도 다양해져갔다. 양씨는 그가 관심이 있었던 물품은 모두 모아야 직성이 풀렸다. 민속품에 관심이 많았을 때 전통 탈에 눈길이 갔다. 사람이 쓸 수 있는 탈부터 관광지에 파는 선물용 작은 탈, 타국 전통 탈까지 모았다.

가족끼리 계곡이나 바다에 놀러가도 양씨는 기념이 될 만한 돌과 조개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계곡에 버려져 있던 조개 껍데기도 그에게는 의미 있는 수집품이다. 이렇게 모으다 보니 양씨의 집에는 각종 수집품으로 가득해졌다. 양씨 자신도 정확히 몇 점을 보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개수의 수집품은 얼추 세어 봐도 1000점이 훨씬 넘는다.

"수집의 가장 큰 매력은 원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웠을 때죠. 제가 지금까지 갖고 있지 않거나 어디서 쉽게 못 구하는 것, 막 수집하기 시작해 몇 개만 있을 때는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금방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나면서 빈 종류가 채워지거든요."

수용할 공간만 있으면 수집품 양도...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고 싶어

양씨가 모은 것들은 주변에서 찾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그냥 보고 넘어간다. 양씨는 그러지 못했다.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소장하면 나중에 다시 봤을 때 그 속에서 옛 추억과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솟대를 비롯해 양씨가 모은 수집품들 ⓒ 김민희


"남들이 보면 왜 그런 것까지 모으냐고 하겠지만 하나하나 저에겐 모두 의미 있는 '보물'이에요. 이 보물들을 모으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제가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 엄청나거든요. 근데 이 좋은 걸 저 혼자 보려니 아까워요. 집에만 두려니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도 없고."

양씨의 꿈은 박물관을 만들어 그동안 모은 수집품들을 전시하는 것이었다. 이에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집에 양씨만의 작은 박물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 공간도 부족해지게 됐다. 

"30년 전만 해도 이 나이쯤 되면 그럴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을 살다 보니 다 놓치고 말았네요. 제 보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 박물관처럼 전시하고 싶어요. 저 대신 보물들을 맡아주실 분이 있다면 양도할 생각도 있고요. 저 혼자 갖고 있는 것보다 많은 분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게 더 좋잖아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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