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제보' 공익 목적? 도박 빚 때문?
[내란음모사건 1차 공판] RO모임 녹음한 A씨 두고 법정다툼... 다음주 증인 출석 예정
국정원은 지난 9월 내란음모사건 수사와 관련해 이석기 의원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제보로 최초의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A씨로 지하조직 'RO' 조직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변호인은 우선 A씨가 제보자인지 프락치인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그를 공익 목적의 제보자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그가 국정원으로부터 녹음장비 일체와 유의사항을 전달받았으며 그 대가로 활동비도 받은 만큼 "단순한 제보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일 변호인 자격으로 모두진술을 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A씨는 수사기관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표현하며 국정원의 녹음파일은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법원이 국정원에 이상호, 홍순석, 한동근 세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서 이뤄진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것만을 허용한 부분도 언급하며 녹음파일이 법에 맞지 않게 수집한 자료는 증거가 아니라는 '독수독과론'을 펼쳤다.
또 "RO가 북한과 연계됐고, 그 총책이 이석기 의원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A씨의 추측일 뿐"이며 "A씨가 왜곡하고 과장한 진술만이 (검찰이 내세운) 증거"라고 공소사실을 거듭 반박했다.
"A씨가 왜 황당한 일에 앞장섰을까... 도박, 건강 때문에 친구를 거짓고발"
피고인들도 A씨는 공익을 목적으로 한 제보자가 아니라고 진술했다. 그의 친구인 한동근 새날의료협동조합이사는 "어느 날 갑자기, 20년간 친분을 갖고 있던 친구의 고발로 내란음모자가 됐다, 누구보다도 충격적인데 이 친구가 왜 황당한 일에 앞장섰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몇 달 전 그와 절친한 친구가 전화를 해선 'A가 도박에 빠져 하루에 500만 원 넘게 쓰는데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당시에는 설마하면서 다음에 꼭 물어봐야겠다고만 하고 지나갔는데 돈이면 가족의 목숨도 빼앗아버리는 사회에서 도박과 돈, 잃어버린 건강 등으로 친구를 허위사실로 고발하는 상황도 만들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홍순석 부위원장 역시 "국정원의 계획에 따라, A씨에 의해 부풀러져 커다란 범죄자로 이용되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저를 RO 서부권역 지휘책이라고 하는 건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 왜곡이다, 저는 경기도당 부위원장 중 한 명일 뿐"이라며 재판부에 "이런 억울함을 풀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A씨는 당초 11월 21일과 22일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그가 사건의 핵심 인물이고 주요 증거인 녹음·영상파일을 국정원에 건넨 만큼 22일 하루만으로는 신문을 하기에 부족하다며 추가 기일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검찰 쪽 증인 신문은 앞서 정한대로 11월 21일에 진행하되 변호인쪽 반대 신문은 22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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