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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더 지고 다시 서울 갑니다"... 귀농실패 피하려면?

[주장] 귀농인 절반은 정착, 절반은 다시 떠나는 현실 직시해야

등록|2013.11.13 18:34 수정|2013.11.13 18:35

청송군 귀농교육 수료생들최근 2년 이내 청송으로 귀농한 40여명의 귀농인들. ⓒ 남해길


<귀농상담 사례>
어느 날 밤 늦은 시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2년 전 귀농했다가 빚만 잔뜩지고 다시 서울로 간다는 것입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자신을 40대 중반으로 소개한 남성은 서울에서 큰 마트를 경영하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되었다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그나마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인가를 받아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청송으로 내려와서 사과밭을 임대해 농사를 짓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2년 동안 연거푸 빚만 더 지게 되는 상황에 처하자 농사에 대해 절망하고 다시 서울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처음 귀농할 때 청송군으로부터 받은 영농정착지원금 400만 원도 갚고 가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5년 이내 이주하게 되면 다시 내어 놓아야하는 조례 때문입니다. 누구는 그까짓 400만 원 할지 모르지만 개인회생에 그나마 억지로 마련한 최후의 자금도 다 소진하고 연거푸 빚만 진 상황에서는 400만 원이 4000만 원처럼 자신을 짓누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엄밀히 말하자면 귀농전문 컨설턴트도 아니고 귀농상담가도 아닙니다. 다만 본의 아니게 농사를 접한 지 10년, 주말농장보다 좀 더 깊숙하게 농사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3년, 그리고 아예 농촌에 들어와서 귀농목회를 한 지 불과 2년차입니다. 더 짧은 경력은 딱 2달 전, 제가 사는 경북 청송에서 예비 귀농인과 귀농인을 돕기 위해 작은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정도의 경험밖에 없습니다.

사실 처음 단체를 만들 때에는 귀농하는 분들을 잘 도와드리고 귀농인을 유치하기 위해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귀농하는 사람들을 은근히 말리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서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혼란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너무도 준비되지 않은 채 귀농을 실행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3년 안에 다시 떠나는 귀농인이 절반... 무엇부터 준비할까

청송군 농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청송군의 귀농 정착률을 어림잡아 50%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어림잡은' 것입니다. 하지만 꽤 설득력 있는 수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작년 한국농촌사회학회에서 발간한 <농촌사회> 학술지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한 자치단체를 조사한 경우도 3년 이내에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대략 50.8%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절반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 절반의 위험성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는 순전히 본인의 준비 여하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분 같은 경우는 쫓기듯 급하게 귀농을 하신 게 결국 화근이 되었습니다. 귀농이라는 게 주변의 몇 사람 얘기만 듣고 금방 내려와서 성공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습니다. 적어도 1~2년 정도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는 과정을 통하여 좋은 토지를 확보하고 작물선택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

지역에 있는 농촌기술센터를 방문하십시오. 무엇보다도 농사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가지시기 위해서입니다. 농촌기술센터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다못해 서울에도 센터는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어릴 때 농촌에서 자라서 농촌상황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다고 자만하시면 안됩니다.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른 상황입니다. 그래서 1차적으로 하실 일은 센터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이나 농업교육을 반드시 먼저 받으시는 일입니다.

할 수만 있으면 귀농을 고려하시는 지역의 센터에서 교육받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서 귀농에 대한 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가시면서 작물선택이나 지역선택에 대한 설계를 먼저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더 꼼꼼하고 부지런하다면 전문적인 귀농교육기관을 알아보시고 참여하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 다음에 지역이 대략 정해지면 바로 귀농하지 마시고 주말농장이나 아니면 한 1년 정도 지역에 내려오셔서 '무작정' 생활해보시면서 최종 결정을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어차피 도시에서 떠나야 할 상황이라면).

농촌기술센터 통해 농사 배우고 '인턴십'으로 지역과 친해져야

저 같은 경우는 2300평 규모의 밭을 한 3년 정도 '주3일 농장'으로 경험했는데 이 기간을 거치면서 어떤 작물을 해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말농장체험은 흙과 대화하고 친해지는 시기입니다. 그러면서 농사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시기이기도 하고 농사에 대한 자기만의 개똥철학도 세워나가야 합니다.

1년 동안 농촌에서 무작정 사는 것에 대해 혹 불안감과 거부감을 가지실지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귀농하시는 분들은 대개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사업에 실패했거나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기가 어려운 경우들이 많습니다. 아니면 또 명예퇴직을 하면서 목돈을 가지게 된 경우도 있구요.

어떤 사연을 가지고 귀농하게 되었든지 간에 명심해야 될 것은 귀농에 올인했다가 만약에 상황이 나빠지게 되면 다시 돌이키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업도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미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귀농을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이 다 같이 내려오는 게 부담되면 가장이 먼저 내려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집을 바로 짓거나 사는 방법만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읍내나 면 소재지에 전·월세를 얻어서 그 지역에 살면서 사람들과 사귀고 정보를 얻고 또 요즘 농촌에는 일손이 귀하니까 여기저기 일도 해보면서 살아보면 농사에 대한 어떤 확신이나 전망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정히 힘드시면 농번기 기간 동안만이라도 농사 현장을 경험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기억하십시오. 결국 절반은 남게 되고 절반은 다시 돌아가든지 새로운 곳을 찾아서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남는다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게 되는 사람은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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