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저녁 안 먹겠다던 아내... "그건 고문이에요!"

날마다 저녁 먹는 아내, 예쁩니다

등록|2013.11.15 09:27 수정|2013.11.15 18:11

▲ 닭볶음탕에 라면사리를 넣는 아내 ⓒ 김동수


"오늘 저녁부터 밥 안 먹어요!"(아내)
"…"(아내를 제외한 가족 4명)
"오늘부터 저녁 안 먹는다고."
"…"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 우리집 풍경입니다. 아내는 아침 또는 점심 때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저와 아이 셋 앞에 다짐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아내가 저녁을 안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녁을 우리집에서 가장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아무리 몸이 아파도 먹습니다. 저와 큰 아이는 감기만 들어도 먹지 못합니다. 둘째와 막둥이는 엄마를 닮아 그런지 아프면 더 잘 먹습니다. 장염이 걸려도 먹겠다고 달려드는 아이가 둘째입니다.

아내가 저녁을 안 먹겠다고 하는 이유는 많은 여성들 꿈(?)인 날씬한 몸매 때문입니다. 남편이 보기에 살찐 것도 아닌데도 살을 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고픈 것을 못 참습니다. 요즘은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6시간 가르치고 오기 때문에 체력이 저하됐는지, 오자마자 "배고프다"고 합니다. 분명 학원 가기 전에는 "오늘은 밥 안 먹을 거니까, 먹으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했던 아내입니다. 지난 수요일도 아내는 학원갈 때는 안 먹겠다고 했지만, 다녀와서 배고픔을 참지 못했습니다.

▲ 닭볶음탕. 아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 김동수


"오늘은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을 거예요."
"닭볶음탕? 당신 저녁 안 먹겠다고 했잖아요."
"아니, 아이들하고 6시간을 씨름하다고 왔는데 저녁을 먹지 말라니. 그건 고문이에요. 고문."

"당신이 안 먹겠다고 했잖아요."
"자 오늘은 닭볶음탕에 라면사리까지 넣을거예요."
"야, 살찌는 소리가 들리겠네."
"어쩔 수 없어요. 배고픈데. 나중에 열심히 운동하면 돼요."


▲ 아내는 자기 만든 닭볶음탕을 보면서 입안에 군침이 돈다고 합니다 ⓒ 김동수


아내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운동을 합니다. 운동 하나는 열심입니다. 허리 돌리기부터 줄넘기 그리고 자전거 타기 등등. 그렇게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이유가 아마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닭볶음탕에 라면 사리까지 넣고 끓이니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엄마 정말 맛있어요. 라면이 들어가니 더 맛있어요."
"맛있지. 엄마도 맛있어."
"엄마. 오늘은 닭 한 마리 밖에 안 했는데 다음에는 두 마리."
"그래, 두 마리."


참 신기합니다. 저는 식사량이 굉장히 적습니다. 우리집 막둥이보다 적게 먹습니다. 활동량이 적은 것도 있지만, 많이 먹지 못합니다. 라면 하나도 많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아이들은 닭 한 마리와 라면 사리를 듬뿍 넣고 맛있게 먹습니다.

▲ 엄마가 만든 닭볶음탕. 막둥이는 맛있게 먹습니다. ⓒ 김동수


▲ 살은 빼야지만, 배고픈 것은 참지 못해요 ⓒ 김동수


"오늘도 그만 저녁을 먹었네."
"엄마는 언제쯤 저녁을 안 드실 거예요?"
"몰라."

"날마다 저녁 안 먹는다고 하잖아요."
"…"
"괜찮아요.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해요."
"맞다. 배가 고픈데 어떻게 하니. 정말 맛있다."

날마다 저녁을 안 먹겠다고 하지만, 날마다 저녁을 먹는 아내. 정말 예쁩니다. 건강하기 때문에 잘 먹습니다. 날마다 듣는 거짓말이지만,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아내를 사랑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