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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수달~ 지금 재롱부리는 거니?

화천수달연구센터에서 사람의 사랑을 아는 수달을 만나다

등록|2013.11.15 14:38 수정|2013.11.16 17:27

▲ 화천의 파로호 전경 ⓒ 박정훈


지난 1일 오후, 나는 급하게 화천으로 달려갔다. 화천 한뼘길 취재를 위해서였다. 불경기임에도 이날따라 왜 이렇게 번잡스럽고 바쁜 건지. "저 지금 출발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바로 출발했다가 급한 일로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다시 일을 정리하고 정신없이 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서 일까? 왜 멀미까지 나는 거 같은지.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도착한 화천은 나를 환하게 반겨주었다. 이상하리만치 환하고 태연히 나를 맞아준 그곳의 풍경은 나의 마음을 점잖고 평안하게 했다.

▲ 화천군의 수달연구센터. 부지 18만 2871㎡.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에 위치. ⓒ 박정훈


해 질 녁의 넓은 강과 어우러진 숲의 풍경 때문일까? 강이 마을을 품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산들 또한 아빠처럼 화천의 마을을 휘감고 있었다. 인구가 적어서인지 풍광자체의 매력 때문인지 동네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분주한 저녁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취재 준비를 마쳤다. 한뼘길로 출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작은 이슬비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 비가 오네? 단풍이 다 끝나버리겠는 걸."

이날 동행한 신광태님의 한마디가 허공에 작렬했다. 난 "설마 왕창 오는 건 아니겠죠? 비오면 사진찍기도 힘들고 사진도 잘 안나올 텐데"라며 전전긍긍했다. 속마음은 '강원도까지 와서 취재를 못하고 가면 안되는데'라는 불안한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점점 더 빗 방울이 굵어지지 시작했다. 비가 오고 날이 침침하면 사진 촬영자체가 어려운데다가 사진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화천 한뼘길 취재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얼굴이 우울해 보였는지 신광태님이 "수달 보러 가는 거 어때? 아시아에 하나밖에 없는 수달 연구센터인데 한번 가볼래?"라고 제안했다. 난 "무조건 콜"을 외치며 가자고 재촉했다. 그렇게 예기치 않게 방향을 바꾸어 화천의 수달 연구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지만, 내심 기대가 되었다. 한국수달연구센터에 도착하여 박한찬 연구원(이하 박연구원)의 설명을 들었다.

▲ 수달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화천수달연구센터의 박한찬 연구원 ⓒ 박정훈


"수달은 13종이 있으며 민물과 바닷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유라시안 수달이 존재합니다. 전국 각지와 남해안에도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달 중에 특이한 녀석도 있습니다. 그중에 해외에 서식하는 것 중에 몸길이가 2미터가 넘는 친구도 있고요. 그게 바로 자이언트 수달이라고 불리는데 이 녀석들은 여러 마리가 같이 다닙니다. 그 녀석들이 바로 아마존에서 악어를 사냥합니다."

난 그의 설명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자이언트 수달은 우리나라에 서식하지는 않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수달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고통스러운 시간을 많이보냈다. 한때 수달 가죽이 인기를 끌며 멸종위기 까지 갔었다고 한다. 박 연구원은 자세한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수달이 수없이 희생당한 이유가 바로 훌륭한 모피 때문입니다. 과거 수달의 모피 자체가 최고 진상품이었습니다. 가죽 자체가 2중에다가 안쪽 털은 빽빽한 밀도를 가지고 있어서 물이 피부에 닿을 수 없습니다. 방수기능도 되고 공기층까지 형성되어서 방한의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기가 많았고 희생을 당했던 것입니다."

▲ 야외에서 수달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수달연구센터 박한찬 연구원 ⓒ 박정훈


수달이 중요함을 알게된 계기가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엔 수달의 한 종인 해달이 많았다. 그곳엔 해산물, 해조류 등의 황금어장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해달 가죽을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사냥을 했고, 이는 결국 무차별적 성게 번식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바다의 황폐화로 연결됐다. 그 이후로 수달을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바로 핵심종이라고 하는데, 수달도 그중하나다.

우리나라 바다나 수중에도 수달이 있어 다른 수중생물들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강에서 수달이 사라지게 되면 먹이피라미드가 무너지게 된다. 인간을 위해서라도 수달은 꼭 보호해야 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수달을 많이 사랑해주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박 연구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수달은 육지에서 따지면 호랑이 역할을 하는 종입니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이지요. 생태계 피라미드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이렇게 수달이 있어서 모든 수중생물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입이다."

이런 멋지고 훌륭한 녀석 같으니라고... 생태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균형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니, 넌 진짜 요물이구나~

"올라가면 공동조상을 가질 수도 있고요. 분지가 된 것은 꽤 오래 전이라고 봐야 합니다."

수달과 비버(애니메이션 뽀로로 속 등장인물인 루피)가 얼마나 같은 종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한찬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수달은 식육목 족제비과에 비버는 쥐목 비버과에 속한단다. 수달은 물고기 등을 주로 먹고 살며 비버는 나무껍질, 새싹등을 먹는다는 사실. 나의 기대와는 달리 수달과 비버는 많이 다른 종이었다. 하지만 조상은 같을 수도 있다는 박 연구원의 말을 들으니 수달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 화천 수달연구센터내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는 수달들. ⓒ 박정훈


수달은 야행성이다. 원래는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한다. 그러나 그날 우리를 반겨준 수달들은 낮에 안 자고 우리를 반겨주었다. 특이하게 이놈들은 사람들을 잘 따른다고 했다. 그래서 낮에도 사람이 오면 반갑게 맞아준다고 한다. 그 사이 여러 마리의 수달들이 우리 앞에서 뒤집기와 배영을 하며 재롱을 부렸다.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듯. 쉴새 없이 수달의 장기자랑이 펼쳐졌다. 잠시 물개쇼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녀석들 덕분에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나와 여러 방문객들을 반겨주고 재롱을 보여준 수달을 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진 않았다. 그 녀석들이 사람을 그리 따를 줄은 몰랐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사람에게 정을 주고 사랑을 받으려는 모습이 어여쁘게 보였다. 사람과 교감을 하는 수달이 더욱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떠나오는 길에 그 녀석들은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을 전했다.

▲ 화천수달연구센터에서 본 연구센터 전경 ⓒ 박정훈


▲ 화천 전경 ⓒ 박정훈


'수달아! 이제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사냥꾼들 때문에 불안해 하지 말고, 화천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지내렴. 다음에 또 보러오마~!
덧붙이는 글 * 화천 수달연구센터 http://ott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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