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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와 상생 통해 골목슈퍼 경쟁력 견인"

[인터뷰]조래용 제조사상생위원회 위원장

등록|2013.11.15 16:26 수정|2013.11.15 16:26

▲ 제조사, 체인본부, 골목슈퍽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주류유통시장을 만들고 싶다는 조래용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월에 열린 조합 수도권대표회의에서 권영길 이사장(오른쪽 끝)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김영욱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하 체인조합)의 체질 변화와 함께, 주류 제조사와의 샅바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힘쓰는 이가 있다. 바로 조래용 ㈜대진유통 대표다. 제조사를 대신해 골목 슈퍼에 주류를 공급하는 그로선, 거대 자본과 거대 조직을 앞세운 제조사들이 마치 골리앗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제조사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조 대표를  지난 11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 그는 제7대 권영길 이사장 체제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제조사상생위원회에서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 제조사상생위원회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저를 포함한 대다수 체인본부들이 제조사의 보이지 않는 힘, 특히 당근과 채찍을 이용한 그들의 합리적이면서도 불합리한 정책에 휘둘려왔던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맞서 당당히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체인조합을 중심으로 뭉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7대 권 이사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체인본부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로 당당히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제조사와 체인본부의 수직적 관계에서 비롯된 고질적인 관행과 문제를 바로잡고 제조사와 체인조합이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관계, 대립관계가 아닌 동반자의 관계를 위해 제조사상생위원회가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 어떤 문제점을 개선했나요.
"첫째로 반품구조의 개선입니다. 과거 박스단위로만 반품처리가 되던 것을 낱개로 처리하거나, 또는 실물교환이 아닌 채권에서 상계처리해주는 방식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둘째로 운반비의 개선입니다. 동일한 제품용량임에도 제조사별로 차등되어 있는 운반비 체계를 개선한 점입니다. 내년에는 물가 상승률만큼 물류비를 감안해 운반비 인상 협상을 추진해 어려운 체인본부의 수익구조를 현실화시켜나갈 계획입니다."

-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더 얻어낸 것이 있나요.
"거의 모든 제조사들이 직배송이나 화물운송 시 자연적으로 긁히거나 파손된 주류에 대해 보상을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또 하역작업 시 이용되는 파렛트 분실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체인본부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아마도 파손된 주류의 비용부담이나 개당 2만원으로 책정된 파렛트 도난비용을 모두 합산한다면 아마도 수억 원은 족히 넘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는 파렛트 비용을 매입단가로 잡지만, 평소 보다 많은 물량을 슈퍼에 납품할 때는 공급단가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결국 분실 시 그 비용은 체인본부의 손실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조사와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상반기 상생협상을 통해서 유통과정에서 파손된 제품은 수량만큼 제조사들이 100% 보전해주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 동일한 유류비와 인건비를 들여 주류를 직접 실어오지만, 제조사는 화물운송업체에 지급하는 실제 운임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배송지원금만을 지급한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얘기가 아닙니까. 우리가 직접 실어와 그것을 슈퍼에다 배송해주는데 고맙다고 더 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화물 운임료에 1/3 수준도 안 되는 운반비를 우리들에게 지급할 수 있습니까. 제조사도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최소한의 물류비가 보전될 수 있도록 개선을 해주어야 합니다."     

- 체인조합을 바라보는 제조사의 시선에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조합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지난 2011년 말로 기억이 나는데, 수도권 체인본부 대표들이 제조사를 항의방문도 했지만, 노력에 비해 돌아온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조직화가 부족했고, 또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권 이사장은 체인본부 대표들과 제조사와의 불합리한 부분을 상생차원에서 개선하는 창구를, 제조사상생위원회로 일원화시켰으며, 그 결과 제조사들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영업매출 감소를 이유로 고집을 피웠던 H사도, 상생차원에서 연말까지 타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제조사와의 상생협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우리 체인본부 대표들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개인주의를 버리고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일방통행이 아닌 제조사와 함께 가겠다는 동반자적 의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우선 신상품 출하 시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골목슈퍼 입점을 지금보다 2~3배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현재 체인본부의 신상품 취급률은 약 20% 내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50%까지 증가시킨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제조사의 시각도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제 제조사와 체인본부가 동반자로서 상생의 길을 함께 모색해야만 합니다. 이밖에도 우선 운반비 인상과 물류비용 보조비 신설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손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파렛트에 대해서도 취급수수료를 인상하든지, 아니면 파렛트 보증금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협의해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은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은 지난 1974년 정부의 유통구조의 개선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지금까지, 골목슈퍼에 주류와 공산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주류중개면허업자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주류종합면허업자들로 알려진 주류도매상들에 비해, 주류 공급처가 한정돼 있다. 주류도매상들은 골목슈퍼를 포함해 음식점, 유흥업소 등에 주류를 공급하지만, 이 조합은 골목슈퍼에만 주류를 공급해야 한다. 수수료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주류도매상들이 병당 20%가 넘는 수수료를 챙기는 것에 비해, 현재 이들의 수수료는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조합이 설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평균 10%가 넘는 수수료가 발생했지만, 주류 제조사들의 수수료 인하정책에다, 대형마트로 고객들이 쏠린 이후, 골목슈퍼의 판매감소로 수수료도 급감했다. 나들가게사업 참여 이후 다소 호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큐25란 브랜드를 앞세워 편의점 사업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덧붙이는 글 소상공인신문 33호게 게재될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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