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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을 '구구단'이라고 하는 까닭은?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39] 得

등록|2013.11.15 17:45 수정|2013.11.15 17:45

네거리에서 돈을 손으로 줍는다는 의미이다. ⓒ 漢典


중국어로 구구단은 어떻게 할까 궁금증이 생겨 초등학교 다닐 법한 어린 아이를 붙잡고 물었더니 귀여운 목소리로 "이이더이(一一得一), 얼이더얼(二一得二), 얼얼더쓰(二二得四)" 하고 읊어 주었다. 우리와 다른 점은 2단이면 2×2=4까지로 끝나고 2×3=6부터는 3단으로 넘어간다는 것, 그래서 구구단이 총 45구로 되어 있다는 점과 10미만의 숫자 앞에는 '얻다'는 의미의 '득(得)'을 붙인다는 것이었다.

5세기경 문헌인 <손자산경(孫子算經)>에 이미 완벽한 형태로 나타난 구구단은 13세기 송나라 때까지 '구구팔십일'에서 시작하여 '일일은 일'로 끝났다고 한다. 그래서 '구구단'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어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셈이다. 구구단이 '구구팔십일'에서부터 시작된 이유에 대해서는 음의 높낮이를 정하는 표준 율관(律管)의 길이와 직경이 각각 9촌과 9분인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에는 구구단에 얻을 득(得) 대신 같을 여(如)를 사용하여 왔다.

얻을 득(得, dé)은 네거리를 나타내는 行자의 생략형인 척(彳)과 돈을 나타내는 패(貝)와 손을 뜻하는 팔꿈치 주(肘)의 변형 형태가 모여서 된 글자이다. 그래서 네거리에서 돈을 손으로 줍는다는 의미가 생겼으며 이후 다양한 의미와 기능으로 확대되어 쓰이게 되었다.

동한(東漢)의 광무제 유수(劉秀)가 부하 장수에게 농(隴)을 얻으면 촉(蜀)을 넘보라고 지시한 것에서 유래한 '득롱망촉(得隴望蜀)' 고사처럼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어서 하나를 얻으면 열을 바라고, 열을 얻으면 백을 바라는(得一望十, 得十望百) 모양이다. 또 원하는 바를 얻고 나면 자신을 도와준 것을 쉽게 잊는 득어망전(得魚忘筌,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어버린다)의 우를 범하기도 한다.

중국 국청사(國淸寺)의 풍간선사(豊干禪師)가 길에 버려진 한 아이를 절로 데려 와 키웠는데, '주웠다'는 뜻으로 이름을 습득(拾得)이라고 하였다. 불가에서 보현보살(普賢菩薩)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습득은 절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자랐다. 절에 바친 음식을 새들이 와 먹는데 수호신이 그걸 지키지 못했다며 몽둥이로 수호신을 두들겨 패는 등 많은 기행(奇行)을 일삼았다고 한다.

얻을 '得'이라는 한자의 생성 과정이 말해주듯 길에서 귀한 것을 얻었으니 마땅히 그 가치를 다시 그 길에 되돌려 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과 도(道)를 얻어야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쉽게 얻을(得道者多助) 것이다. 구구단의 법칙이나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種瓜得瓜, 種豆得豆)이치처럼 앞에 놓인 숫자와 땀방울만큼의 과정이 있어야 원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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