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쌍용차 기술만 빼먹는 먹튀 아니다...과연?"
[e사람]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 만나고 온 은수미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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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수미 민주당 의원 ⓒ 이희훈
"사실 부정적인 답변이 나올까봐 기자들한테도 안 알리고 갔던 거였거든요. 한국 기업들은 법원 판결 나와도 책임 안 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마힌드라 측에서는 너무 상식적인 대답을 내놓더군요."
지난 11일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복직조처 의향을 밝혔다. 2014년까지 150여 명의 정리해고자를 포함해 전체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 계획을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입장도 나왔다.
지난 2009년 파업 이후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노동 갈등으로 여겨져 온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에 녹색등이 하나 켜진 셈이다. 그간 이유일 쌍용차 사장 등 국내 지부 책임자들은 생산물량 증가에 맞춰 희망퇴직자를 복직시키겠다면서도 정리해고자 150여 명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해왔다.
국내에 이 소식을 전한 것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3명이었다. 민주당의 은수미, 홍영표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마힌드라로부터 이같은 확답을 듣기 위해 지난 9일 인도 뭄바이로 갔다. 이들은 현지에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 및 파완 고엔카 자동차부문 사장과 1시간 여 면담을 가졌다.
이번 면담을 통해 달라진 것은 파업에 적극 가담했던 정리해고자 150여 명의 복직 여부다. 그동안 쌍용차 측은 지난 2009년 파업을 마무리하며 노사가 함께 도출한 8.6 합의서에 '정리해고자'라는 문구가 빠져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우선복직 대상자에서 제외했었다.
은수미 의원은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 모두 우선 재고용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률 검토의견서를 마힌드라 측에 전달했다"면서 "고엔카 사장에게도 '그런 점을 분명히 이해했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엔카 사장이 '정리해고자, 희망퇴직자를 구분하지 않고 복직시키겠느냐'고 묻자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면담에서 구체적인 복직 시점이나 명확한 규모에 대한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직접 경영자들을 만나고 온 은 의원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권적인 문제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가져가길 원한다는 것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도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은 의원은 "올해 2월에 먼저 복직한 450여 명의 무급휴직자들에 대해 고엔카 사장이 직접 '실제로 일을 해보니 굉장히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했다"면서 "정리해고자나 희망퇴직자들이 정말 좋은 기술자들이라는 게 마힌드라 측에 확인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쌍용차 문제 해결과 관련해 관심이 없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마힌드라는 우선 차를 팔고 난 뒤에 그 이익분을 재투자하는 보수적인 기업"이라면서 "정부에서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고용을 장려하듯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에 들어가는 기업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지원을 한다면 복직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과의 인터뷰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641호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은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마힌드라, 소송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책임 다하겠다 했다"
▲ "파업을 직접 겪은 쌍용차 사측은 정리해고자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법적인 의무를 지켜야 하는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둘 다 차이가 없는 '해고자'다" ⓒ 이희훈
- 환노위 의원들이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러 인도까지 다녀온 걸 두고 의외라는 평이 많습니다.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선 끝나고 올해 1월부터 환노위에서 쌍용차 얘기를 많이 했는데 하면 할수록 (마힌드라 경영진을) 직접 만나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원들이 기업별 노조하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측 이렇게 3자 모임을 만들어볼려고 중재를 했었는데 기업별 노조와 사측이 반대해서 대화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도저히 안되겠다, 국외적으로 타진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지요."
- 국내적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느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재 쌍용차 해고 노동자는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두 부류입니다. 쌍용차 사측은 희망퇴직자에 대해서는 복직을 시켜 줄 의사가 있지만 정리해고자 150여 명이 회사에 다시 들어오는 것은 우려스럽게 봤습니다. 정리해고자는 2009년 옥쇄 파업을 이끌었던, 상대적으로 강성인 노동자들이거든요."
- 고엔카 사장이 이번 면담에서 2014년까지 정리해고자, 희망퇴직자 구분 없이 모든 해고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직계획을 밝히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2009년에 쌍용차 노사가 맺은 8.6합의서를 보면 무급휴직자는 1년 내 복귀하고 희망퇴직자의 경우는 경영실적에 따라서 복귀를 시킨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내법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이 합의서를 이행해야 하는데 이 협약서에는 '정리해고자'라는 문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정리해고자 역시 우선 재고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공식 의견서를 받아서 마힌드라 측에 보냈지요.
파업을 직접 겪은 쌍용차 사측은 정리해고자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법적인 의무를 지켜야 하는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둘 다 차이가 없는 '해고자'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한 쪽이) 돈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아니거든요. 면담 때 아난드 회장과 고엔카 사장은 '좋은 기업이고 싶다'는 말도 여러 번 했습니다."
- '좋은 기업이고 싶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마힌드라는 인도에서 재계 순위 4~5위 정도인 유명한 재벌기업입니다. 부채도 거의 없고 전체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좋은 기업', '착한 기업'으로 가져가고 싶어한다는 게 업계 평가더군요. 인도 1위 기업인 타타 그룹이 그런 이미지예요.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들이 반 인권적, 반 노동적 기업으로 비춰지는 것에 매우 민감해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쌍용차에서 기술만 빼내려고 하는 '먹튀' 기업이 아니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이 지금 해고 무효확인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에 대해서도 고엔카 사장은 '소송 결과를 보긴 하겠지만 그 결과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답을 했습니다."
- 이런 답변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갔었나요?
"올해 3월에 한국에서 고엔카 사장을 한 번 만났었습니다. 당시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법적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마힌드라가 사회적 책임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미리 언론에 기자회견 같은 걸 하고 가면 마힌드라가 모종의 '압력'으로 느낄까봐 기자들한테도 얘기 안 하고 갔어요.
한국 대기업들은 법원 판결 나와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긴장을 했었는데 고엔카 사장이 의외로 너무 쉽게 수긍을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저희가 하는 주장은 글로벌 스탠다드(표준)에 가까운 내용들이고 이런 요구를 할 때는 긴장할 이유가 없는 건데 말이죠. 상식적인 기업이라면 다 이렇게 해야지요."
"박근혜 정부 나서면 해고자들 복직 앞당길 수 있다"
▲ 쌍용차 사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재고용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지원을 한다면 복직 계획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본다." ⓒ 이희훈
- 올해 2월 쌍용차 무급휴직자 454명이 전원 복직됐습니다. 마힌드라는 이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고엔카 사장이 '난리를 칠 거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너무 일을 잘 해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좋은 기술자들이고 복직 의지가 강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전했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시민성금을 받아서 아트카(Art Car)를 만든 걸 봤느냐고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해서 곧 관련 기사와 동영상을 보낼 계획입니다."
- 마힌드라 면담이 쌍용차 측 입장 변화에도 영향을 줄 거라고 보시나요?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협의를 거쳐서 매년 말에 경영기획서를 발표합니다. 고엔카 사장이 2014년까지 정리해고자 포함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 계획을 밝히겠다고 했으니 내년도 경영기획서에 복직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가 나서 준다면 복직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도 있을거라고 예상합니다."
-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요?
"마힌드라는 매우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입니다. 투자도 빚을 내서 하기보다는 우선 차를 팔고 난 뒤에 그 이익분을 재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쌍용차 사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고용을 장려하듯 쌍용차 재고용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지원을 한다면 복직 계획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봅니다."
- 이후 쌍용차 문제 관련해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 갈 생각인가요.
"이전에는 국정조사 얘기가 나오면서 해고자 복직과 진상규명이 함께 풀려야 한다는 쪽이었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해고자들의 복직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쌍용차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공권력 폭력 문제는 개별적으로 분리해서 풀어갈 계획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현재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정부를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돌파구를 정치적인 영역에서 계속 마련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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