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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갈대지붕이... '땡땡땡' 비상종을 쳤다

사병들을 때리고 막사를 만지며 울었던 나

등록|2013.11.18 17:31 수정|2013.11.18 17:31

61년도 최전방 군막사와 닮은 마우리족 갈대지붕 집군막사는 촬영이 금지되어 갈대로 지붕을 역은 당시 막사와 비슷한 마우리족 집을 올려 놨다 ⓒ 이월성


1961년 육군 21사단 포병사령부 본부대대에서 제가 주번하사를 하던 날 새벽 4시. 공교롭게 태풍이 불었습니다. 당시의 부대장병들이 잠을 자는 막사는 흙벽돌을 쌓고 지붕을 갈대를 칡으로 역어 덮었는데 이 지붕이 날아갔습니다. 당시 상황을 글로 썼습니다. - 기자말  

"열중 쉬어! 차렷!"

1961년 5월 중상사가 20여명이 끼어 있는 포 사령부 본부대대 연병장에서 주번 하사인  내가 600여 사병들에게 구령을 하고 포 사령관에게 인원 보고를 했다. 나는 "중상사들이 20여명이나 있는 대대 병력을 병장이 지휘 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더니 "괜찮다. 지휘해라!"고 명령했다.

1961년 5월 새벽4시. 양구 비둘기 고지에 포진한 xx사단 포 사령부에 때아닌 태풍이 불어
왔다. 당시 최전선 막사는 흙벽돌로 담을 쌓고 소나무 통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도 소나무, 통나무로 만들었다. 못이 없어서 원형 철조망을 야전삽으로 잘라 못으로 사용했다. 지붕은 갈대를 야전삽으로 베어 칡넝쿨로 엮어 갈대 지붕을 덮었다. 벼 지푸라기는 구경도 못하는 최전방에서  갈대로 지붕을 엮어가니 내 눈에는 신비롭게 보였다. 태풍이 일어날 때가 아닌 때. 사람이 날아갈 것 같은 태풍이 몰아치자 주번하사인 나는 무선으로 태풍주의보를 예하 전 부대에 하달했다. 그리고는 막사라도 쓰러지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상황실 앞에 나와 부대 막사를 관찰했다.

태풍에 제일 먼저 날아가는 것은 막사지붕 갈대 지붕이었다. 부대가 이동해 왔을 때 흙벽돌을 찍어 말리고, 소나무를 베어다 문틀을 짜고, 문짝은 건빵이 담겼던 나무상자로 만들었다. 기둥과 까치발과 가래를 만들고, 갈대를 칡넝쿨로 영을 엮어 지붕을 잇기를 한 달간 생고생을 했는데…. 태풍에 갈대 지붕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사명들을 모두 깨워야 했다. 땡땡땡땡 상황실 앞에 매달린 산소통 빈 통을 계속 쳤다. 비상종을 쳤다.

깊은 잠이 든 사병 막사에서 사병 1 ~2명이 뛰어 나왔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모두 신병들만이 뛰어 왔다.

"막사로 돌아가서 모두 깨워라!" 소리치고 막사로 되돌려 보냈다. 눈 비비고 나오는 놈들을 보니 일등병, 이등병 뿐이었다. "엎드려 뻗쳐!"하고 나온 사병들을 몽둥이로 엉덩이 짝을 갈겼다. "모두 나오라고 해!" 나는 화를 내고 있었다. 소나무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비상용 사다리를 놓고 무거운 돌을 지붕 위에 올려다 놓는 일을 시키려면 최소한 병장들이 있어야한다. 신병들에게 돌을 가지고 지붕위로 올라가 미끈거리는 지붕을 걸어가라고 하는 것은 마치 서커스를 하는 것과 같다. 최소한 갈대 영을 엮어 지붕을 덮어 본 병장들이 있어야 했다.

막사에서 자던 사병들이 모두 연병장에 모였다. 주번하사인 나는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고 있다. 저 갈대 지붕은 전 사병이 한 달을 걸쳐 땀 흘려 만들었던 것이다. 비상용 사다리를 놓고 무거운 돌을 들고 지붕위로 조심스레 올라가 갈대 지붕 위에 돌을 놓아 갈대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한다."
"안전제일이다. 각과별로 분산해서 전 부대막사 지붕에 돌을 올려놓는다. 분산 실시!"

전 사병들은 갈대 지붕이 태풍에 눈사람처럼 동그랗게 말려 지붕에서 떨어져 낮은 지대로 굴러가는 것을 쫓아가 들고 왔다. 그리고는 지붕이 벗겨져 나간 막사에 올라가 펴놓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붕 복구 작업이 진행 되었다. 그래도 조심스런 작업이어서 병장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 지붕을 고치고 갈대 지붕을 거의 다 고쳐 갈 때, 포 사령관이 탄 지프를 선두로 외박 장교와 중상사들이 지엠시에 타고 포 사령부에 들어왔다.

포 사령관이 들어올 때 예하 부대에서는  막사 지붕들이 모두 날아갔는데 포 사령부 막사 건물만이 온전히 보존되어있었다. 포 사령관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본부대대 주번하사가 누구냐?. 훌륭하다."

예하 다른 부대에서는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고 막사 벽이 무너져 잠자던 사병이 많이 다쳤다. 포 사령부 막사에서 자던 병사들은 모두 안전했다. 그러나 나는 사병생활을 하면서 주임장교를 비롯한 상사들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이 맞았기에 나는 제대할 때까지 사병들을 한 명이라도 때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제대를 며칠 앞두고 사병을 때리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깨어버리고 말았다. 포 사령관 앞에서는 흘리지 못한 눈물을 부대 막사를 더듬으며 엉엉 울고 말았다.

"사병들아 미안하다. 내가 사병을 때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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