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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는 뽑지만 않으면 평생 자랍니다

자녀와 함게 하는 자연순환농업

등록|2013.11.18 19:54 수정|2013.11.18 19:54

▲ 자녀와 함께 주말에 퇴비를 땅에 뿌리고 괭이로 흙을 일구어 마늘 심고 생강을 수확 했습니다. ⓒ 강미애


늦가을, 시골집 아침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어요. 아이들과 마늘을 심어서 마른 짚으로 덮어 놓았는데요. 마른 짚을 마늘 심고 난 후에 짚을 덮는 이유는 겨울에 얼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마늘은 추운 겨울을 넘기고 이른 봄 햇살에 싹이 나오게 되며 초여름 즈음에 수확합니다.

가을 상추가 밤새 내린 서리로 하얗게 옷을 입었네요. 그런데 참 신기한 건 말이죠. 아침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면 하얀 서리가 온데간데 없어지고 상추들이 빨간 모습으로 변해요. 봄에 뿌리고 남은 씨앗을 늦여름에 텃밭에 뿌렸더니 아침저녁 기온 차 때문인지 상추 색깔이 빨갛네요. 봄에는 상추가 약간 불그스름하고 파란 빛깔을 띠게 됩니다.

대파는 뽑지만 않으면 평생 자랍니다. 봄에는 아기 주먹만 한 꽃이 씨앗으로 맺고, 그 줄기를 자르면 밑동에서 연한 파가 다시 자랍니다. 대파는 겨울에 얼어도 그 자리에서 봄이 되면 대파 싹이 나오게 됩니다. 겨울에 먹을 만큼만 적당히 뽑아서 실내에 들여다 놓고 나머지는 한겨울에도 텃밭에 그대로 둡니다.

마늘은 가을에 심고 난 후에 이렇게 짚으로 따뜻하게 덮어주어야 겨울에 얼지가 않습니다. 양파 모종은 가을에 심은 후에 마늘보다 살짝만 짚으로 덮어둡니다.

닭장 위에 자라던 호박넝쿨이 마른 잎이 되어 늘어졌네요. 이 마른 잎사귀도 한겨울에는 토끼 먹이로 사용합니다. 토끼는 한겨울에 호박이나 콩깍지 마른풀을 먹고 겨울나기를 합니다.

아침에 햇살이 서서히 시골집을 비춰면 간밤에 내렸던 서리도 사라지고 새로운 자연의 모습 앞에 서게 됩니다.

주말에 아이랑 함께 나머지 마늘을 심었습니다. 저희 시골집은 태평농법을 하기 때문에 기계식 밭갈이 대신 괭이나 삽 호미로 흙을 일굽니다. 가끔 겨울잠을 자기 위해 일찍 흙을 파고들어 앉았던 개구리가 괭이질에 놀라서 뛰쳐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때는 조금 미안합니다. "개굴아 미안해" 우리 가족은 웃으며 개구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랑 엄마는 힘들면 교대로 괭이로 흙을 파내고 일구어 부드럽게 만들고 마늘 심을 고랑을 만듭니다. 마늘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 정도로 간격을 맞추어 고랑을 만든 다음에  10cm 간격으로 뿌리를 밑으로 향하고 뾰족한 부분은 위로 향하게 흙에 꽂아둡니다. 마늘을 심기 전에 퇴비를 충분히 넣어야  내년에 실한 마늘을 수확할 수가 있어요.

우리가 일하는 것을 구경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 금순이와 방실이입니다. 애네들은 시츄 아가들인데요. 5년 전에 이사 와서 제 엄마를 마당에서 뛰어놀라고 풀어 놓았더니 아 글쎄 동네 수캐들과 놀더니 그만 이렇게 짝퉁 시츄가 되었지요. 그렇지만 애 내들 애교도 많고 특히 금순이 아기 우측 방실이는 재롱이 만점입니다.

마늘 심고 난후에 아이가 생강을 캐도록 했습니다. 올해 김장 할 정도만 올봄에 시장에서 3천 원치 생강을 사다가 심었는데요. 약간의 퇴비만 주었는데 잘 자라서 첫 서리에 생강 잎사귀가 하얗게 말랐네요. 아이가 고구마 캐듯 조심조심 호미로 흙을 파봅니다.

드디어 생강이 제 모습을 드러내네요. 아이는 생강 향이 난다고 합니다. 제 딸이라 그런지 흙냄새를 킁킁 맡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주말에 가끔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이렇게 농사 체험을 시키는 이유는 자연농업과 생태 순환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임니다. 드디어 흙 속에서 풋풋한 생강의 모습이 드러나네요. 아이는 신기한 듯 와... 합니다.

올 김장에 쓸 수 있을 만큼의 토실토실한 생강을 수확했습니다.

시골집 텃밭 여기저기 마른 풀 속에서 뒹굴어 다니는 호박들을 모두 가져다가 광에 들여다 놓았습니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호박도 얼어버립니다. 올해는 호박 풍년이라 사람도 먹고 토끼, 닭 먹이로도 사용합니다.

우리 집 처마 밑에 있는 화살나무 잎사귀도 붉게 물들어 앙증맞은 빨간 열매가 매달렸네요. 봄에는 연한 홑잎사귀 나물 반찬을 제공하게 됩니다.

농약이나 비료 대신 퇴비로 키운 유기농 배추가 김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벌레가 먼저 맛을 보긴 했지만, 김장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추나 무는 서리를 많이 맞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납니다.

그래서 옛말에 겨울에 맛있는 김장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만들어서 땅속 항아리에 묻어야 제맛이 난다고 합니다.

시골집 마당 한 쪽에 갓도 조금 자라고 있어요. 이것도 김장용 양념이 됩니다.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유기농을 고집하는 편이라 벌레 구멍이 자연스럽습니다. 해거름에 텃밭에서 자라는 가을 냉이를 저녁을 먹을 만큼만 체취했습니다. 봄 냉이보다 더 신선한 것 같아요. 마당가 흐르는 수돗물에 말갛게 씻어서 저녁에 갖은 양념으로 새콤달콤 무쳐 먹었습니다.

흔히 봄나물을 연상하겠지만 가을냉이는 고소하고 단맛이 납니다. 노지에서 자란 채소들이 햇빛과 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향이 더 짙고 맛나다는 사실을 귀촌 후에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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