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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예보 35년 했는데... 기후예측 점점 어려워"

[현장] 기후변화센터, '기특한 만남' 토크콘서트 개최

등록|2013.11.19 14:29 수정|2013.11.19 15:18
"11월 8일 발생한 제30호 태풍 '하이옌'은 시속이 379㎞(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에 달했을 정도로 굉장히 빠른 바람이었습니다. 시속 60㎞로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와 견주어 봐도 상상도 못할 바람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태풍이 1만 2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한국에서는 기록된 바 없는 초강력 바람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자연재해의 규모가 커지는 데는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서울대 이정재 교수는 최근 필리핀에서 발생한 태풍의 위력을 설명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청중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 서울대 이정재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지역시스템공학 전공)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지난 13일 대학생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기후변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기후변화센터(이사장 이장무)가 서울대학교 미술관 오디토리엄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문화를 입히다'라는 주제로 기후변화 토크콘서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특별한 만남'(이하 기특한 만남)을 개최한 것.

'기특한 만남'은 미래세대인 대학생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기후변화센터가 지난해 7월부터 개최해온 행사다. 이날 행사는 사회 각계의 리더 3인이 대학생들과 기후변화에 대해 묻고 답하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11월에 '슈퍼태풍'... 기후변화 가속화"

다섯 번째로 개최된 이번 토크콘서트에는 서울대 이정재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지역시스템공학전공)가 좌장을 맡고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과 강제욱 사진작가, 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가 각각 패널로 참석했다.

'날씨경영의 전도사'로 알려진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지난해부터 '날씨가 바꾼 세계사 시리즈'를 출간하며 날씨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쳐왔다. 이날 '기특한 만남'에서도 날씨가 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 소개했다.

▲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이 날씨가 세계의 영화, 미술, 음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선주 기자


반 센터장은 "인류문화는 기후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며 "17~18세기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든 바이올린과 현악기가 유명한 것은 북유럽의 날씨 덕을 본 것도 있다. 추운 기간에는 나무의 나이테가 조밀해 나무의 내구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더 견고한 악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투모로우>나 <설국열차>를 보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빙하기가 다시 온다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 빵을 훔친 것은 혹독한 날씨로 먹고 살기 부족했던 당시의 기후환경 때문"이라며 날씨가 세계의 영화·미술·음악 등 문화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11월 들어 슈퍼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내습해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태풍의 위력이 감소돼야 할 11월에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점점 기후변화가 가속화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최근 발표된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5차 보고서에서도 급격한 기온상승과 해수면 상승, 해수온도 상승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5년 동안 날씨예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5년간의 기후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IPCC는 지난 9월 27일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이 되면 바닷물 수위가 최고 98㎝까지 오른다는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금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최고 4.8℃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 강제욱 사진작가가 자신이 지난 8년간 지구와 환경에 대해 작업한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 박선주 기자


다큐멘터리 환경사진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강제욱 작가는 '지구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강 작가는 2006년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 작가는 "지난 8년간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 내몽골의 고비사막, 필리핀의 맹그로브숲 등을 카메라에 담는 현장에서 온몸으로 환경 변화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르네오섬 열대우림은 석유 수출을 하기 시작하면서 숲이 파괴되기 시작했고, 물이 부족한 고비사막에는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이나 리조트가 들어섰고 그곳으로 많은 양의 물이 공급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됐다"며 "심지어 중국 문명의 발상지였던 황허강 인근에도 리조트가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작가는 "현장에서 느낀 점은 기후변화의 가해자(온실가스 다배출자)와 피해자가 다르다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생공존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매년 5000억 개 일회용컵 사용... 재활용률은 14%

▲ 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가 일회용 컵 사용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선주 기자


마지막 발제자는 '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 브링유어컵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그는 '기후변화, 문화·사회적기업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서 매년 5000억 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40억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 기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연간 13만t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14% 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종이컵 안쪽에 코팅이 돼 있어 이를 분해하기가 어려워 재활용률이 14% 정도로 낮은 것"이라며 "이 코팅된 부분에는 폴리에틸렌 성분이 있는데 여기서 환경호르몬이 배출돼 갑상선이나 고혈압 등의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복잡하지만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가능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서울대 이정재 교수는 "인간이 편해지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에서 과학이 발전했다. 그에 따라 인간은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이 전 주기로 편안한 것인가는 고민해 봐야 한다"며 "현재 비슷한 맥락에서 논의 중인 것이 원전이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은 적지만, 핵폐기물이나 방사능 등의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에너지원으로서 처음과 끝 모두 인간에게 편안한 것인지, 전 주기를 두고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학생들의 첫 번째 질문은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였다. 이에 대해 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는 "도전은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몸에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경험했고 또 올겨울이 얼마나 더 추울지는 모른다. 저의 경우 사람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텀블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왼쪽부터)와 서울대 이정재 교수,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 강제욱 사진작가가 질의응답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박선주 기자


두 번째 질문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방법이 있나요?"였다. 이정재 교수는 "현 시대는 '박리다매'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원가절감을 통해 이윤추구에 몰두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도 그와 같은 이기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철학적인 인식 위에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몸소 실천할 때라야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나와 남에 대한 이타심이 있어야 극복 할 수 있을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센터 함주연 연구원은 "토크콘서트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대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기특한 프로젝트'를 보다 확대해 진행할 계획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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