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철 지하화 사업, '드디어' 안양 최대 이슈 됐다
최대호 안양시장 노력인지 새누리당 공로(?)인지 아리송
▲ 시민단체 기자회견 ⓒ 이민선
새누리당 심재철(새누리, 안양 동안을)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의로 촉발된 이른바 '국철지하화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안양시의회 새누리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에 이어, 최대호 안양시장과 안양주민으로 구성된 시민단체까지 논란에 뛰어들었다.
심 의원은 지난 10월 15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철 지상 부분을 지하화 하는 것을 검토해본 적 있느냐? 안양시와 협의해본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서 장관은 "국토부 차원에서 검토하거나, 안양시와 협의한 바 없으며 비용이 막대해서 경제성이 잘 안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자 안양시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를 근거로 지난 11월 11일, 최대호 안양시장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국철지하화 사업을 내년 지방선거 표몰이 이슈로 활용하고 있다"며 "선동정치 이벤트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철 지하화 사업은 중앙정부 지원 없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님에도 불구, 안양시가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의 없이 사업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국토교통부 장관 발언 내용과, 안양시가 안양시민 37만 명으로부터 받은 서명 용지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안양시는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안양시는 "국철 1호선 지하화 사업은 현재 기본구상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중앙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안양시민들로부터 받은 서명용지는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고, 당시 유력 후보 3인에게 서명용지를 전달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안양시는 "5월 착수한 국철1호선 지화화 기본구상용역은 기술 분석, 철도 상부 부지 활용 계획, 사업 재원 확보 방안 등에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내년 준공 예정"이라며 "용역 결과를 보고 중앙정부에 사업 추진을 건의하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 "지방선거 표몰이"... 민주 "악의적 정치 선동"
▲ 국철지하하 구간 ⓒ 안양시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논란에 가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새누리당 의원들은 악의적인 정치적 선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철 1호선은 일제 강점기 때 부설된 것으로 주민들 삶의 터전을 갈라놓았고,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며 국철 1호선 지하화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안양시를 포함한 7개 지자체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 103만 명의 서명을 받는 등의 노력으로 지난 대선에서 야 후보(문재인)가 국철 지하화를 공약으로 채택하게 했고, 여(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도록 했다"며 "지금까지 안양시와 시민들이 흘린 땀을 악의적으로 폄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 다음에 논란에 뛰어든 건 최대호 안양시장이다. 최 시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14일, '경부선 철도 지하화'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시장은 "철도 지하화는 안양시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철도가 100년 이상 안양시를 양분하면서 만안구와 동안구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미래 안양의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는,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사업이다. 제가 조금 먼저 관심을 갖고 이슈화를 시킨 것일 뿐이다. 진심으로 안양시를 위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지혜와 역량을 모아서 해야 하는 사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재철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에 대해 "(심 의원의) 지역구가 만안구가 아니지만 안양시민으로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정치적으로 폄훼하고 왜곡하는 것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최 시장은 심 의원이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반대하는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안양시민과 안양시의 발전을 위해 당리당략을 떠나 국철이 지하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심 의원이 나선다면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현할 수 있다"며 "안양시민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최대호 안양시장 "심재철의원 지하화 반대하는지...밝혀야"
▲ 최대호 안양시장 ⓒ 안양시
마지막으로 논란에 뛰어든 건, 안양시민들로 구성된 '경부선철도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라는 단체다. 통추위는 "국철 지하화를 둘러싼 안양시의원들의 정치적 선동과 심재철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질의 자료를 보고는 심각한 분노를 느꼈다"며 "여야를 불문, 정치적 선동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철도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철도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이 많으니 심도 있는 검토와 적극적인 해결책을 요구'해야 마땅했다"고 심재철 의원을 질책했다.
통추위은 이어서 심 의원에게 "철도 지하화 사업에 적극 동참할 의사가 있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입장을 밝히고, 철도 때문에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철도 지하화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라"고 촉구했다.
국철 지하화, 그동안 '반짝이슈'였는데...
▲ 공약발표 기자회견 ⓒ 이민선
국철 1호선 지하화 사업은 최대호 안양시장 공약이다. 국철 1호선이 관통하는 경부선 서울역~군포 당정역 구간(32km)을 지하화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실현 가능성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고, 오랜 시간 논란이 지속됐던 사안이다. 논란이 뜨거운 공약이라는 것을 의식했는지, 최대호 안양시장은 그동안 경부선 철도가 지나가는 지자체장들과 함께 '국철 지하화' 실현을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12년 5월 3일 7개 자치단체가 공동협약을 체결했고, 이어 10월 10일에 국회 정론관에서 경부선 철도 지하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월 15일에 지하화 촉구 서명운동(103만 명 서명)을 각 지자체별로 실시했고, 2013년 2월 6일에는 제18대 대통령인수위원회에 지하화촉구 건의문을 전달했다. 5월 15일에 서현기술단과 도화엔지니어링을 우선협상자로 선정, 5월 30일에 지하화 기본구상용역에 착수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국철 지하화 문제는 지역에서 크게 이슈화가 되지 못했다. 반짝 했다가 사라지는 그저 그런 이슈였다. 하지만, '국철 지하화 사업'은 지방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 드디어 안양시 최대 이슈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업을 안양시 최대 이슈로 만든 것은 최대호 안양시장 본인도, 정치적인 아군인 민주당 시의원들도 아닌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안양시의원들이다.
국철 지하화 사업을 최대 이슈로 띄운 것을, 최대호 안양시장 노력의 결과로 보아야 할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과 안양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공로(?)로 보아야 할지 참으로 아리송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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