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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각적굴절검사' 우리도...

전세계 안경인 이미 시행... 국내만 빗장 걸어

등록|2013.11.22 14:58 수정|2013.11.22 14:58

▲ 타각적굴절검사를 둘러싼 안경사와 안과의 간 신경전이 날로 커지고 있다 ⓒ 대한안경사협회


대한시과학회지가 2010년 발행한 '국내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 필요성에 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154명의 안경사 중 96.8%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동굴절검사 외에도 보다 정확한 안경처방을 위해선 타각적굴절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46.1%가 자동굴절검사기와 타각적굴절검사기를 병행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자동굴절검사기를 사용한 타각적굴절검사는 예외)를 인정치 않는 현행 법령 하에선 모두 불법이다.

불법을 감수하면서도 타각적굴절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선, '일반적인 검사방법으로 굴절검사가 되지 않을 때'가 35.7%로 가장 많았고, '안경처방에 필요한 추가검사를 위해서'가 33.9%, '굴절검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26.8%로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타각적굴절검사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53.9%의 응답자 중 30.9%가 '검사가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타각적굴절검사가 법적으로 허용될 경우 타각적굴검사기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선, 미사용자의 91.6%가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안경처방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검사기를 묻는 질문에서는 검영기, 세극등 현미경, 각막곡률측정기 순으로 조사됐다. 검영기, 세극등 현미경, 각막곡률측정기는 타각적굴절검사에 꼭 필요한 기기라는 게 안경사들이 얘기다.

이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대다수 안경사들은 "검안사(각 나라마다 호칭은 다르지만, 국내 안경사와 유사한 개념)가 타각적굴절검사와 함께 안과질환의 치료를 위한 간단한 약물처방도 할 수 있는 미국처럼, 정부도 타각적굴절검사에 대한 법적 빗장을 풀 때가 됐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타각적굴절검사' 이미 보편화됐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에서는 전문 교육을 받은 검안사들이 직접 굴절이상 처방을 위해 타각적굴절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안과질환 예방을 위한 진단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간단한 약물처방까지 가능하도록 제도화시켰다. 특히 이들 국가에선 검안사를 전문의료인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대한안경사협회의 주장이다.

6개주와 2개 자치구의 호주나 16개주의 뉴질랜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타각적굴절검사를 기본으로 한 눈 검사를 위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일부 주에선 약물처방을 통한 안과질환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뉴질랜드를 연방국가로 둔 영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럼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검안사들은 어떨까. 우리와는 천량지차나 다름없다. 타각적굴절검사의 상대 개념인 자각적굴절검사나 자동굴절검사기를 통한 시력검사, 그리고 콘택트렌즈 판매만이 허용된 국내 현실에 비해 타각적굴절검사는 물론, 약물을 사용한 눈의 질환 진단, 굴절이상 진단 및 교정, 콘택트렌즈 처방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안경사에 해당하는, 검안사를 통한 국민의 눈 건강관리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상황이지만, 눈 보건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라는 게 안경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와 관련, 안경협회의 한 관계자는 "검안사의 타각적굴절검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았는데, 왜 우리 정부만 빗장을 굳게 닫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우리처럼 관련 근거법이 없는 일본마저도 타각적굴절검사를 인정하는 등 민간자격제도를 통해 안경기술자의 권리와 의무를 강화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타각적굴절검사가 뭐길래

굴절이상(근시·난시·원시 등) 유무를 판단하는 굴절검사는 쉽게 말해 눈의 도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검사를 거쳐야만 눈의 정확한 도수를 알 수 있고, 또 거기에 맞는 안경을 착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굴절검사는 다시 자동굴절검사기와 수동굴절검사기(검영기)로 각각 검사하는 타각적굴절검사와, 안경사의 질문과 고객의 답변에 의해 굴절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자각적굴절검사로 나눠진다. 일반적으로 한쪽 눈을 가린 채 벽에 부착된 숫자나 그림을 보고서 말하거나 검사용 안경(프롭터) 등을 통해 이상유무를 판단하는 시력검사는 넓은 의미에서 자각적굴절검사로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안경사와 고객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다는 이유, 즉 눈이 느끼는 도수를 확인하는 것이지, 눈의 도수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각적굴절검사와 시력검사는 지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자각검사와 타각검사에 따른 각각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해주는 방향으로 안경업계가 변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굴절검사기를 사용하는 안경점이 부쩍 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심지어 안과전문병원에서조차도 자동굴절검사기의 의존도가 높다고 하니, 자동굴절검사기가 업계에 몰고 온 파장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자동굴절검사기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검영기는 사용하는 데 있어서 다소 제약이 따른다. 우선 일정한 조명과 거리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독립된 시력검사실을 갖춰야 한다. 또 검사자세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눈의 피로도도 빠르기 때문에, 일부 안과전문병원에서만 이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경사들 '검영기 사용' 왜 원하나

그럼 왜, 안경사들이 편리하고 빠른 자동굴절검사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환경 등 다소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는 검영기의 사용을 요구하는 걸까. 이유는 하나다. 보다 정확한 도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계근시, 즉 원시와 난시교정에 비해 근시교정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자동굴절검사기의 단점까지 극복할 수 있다고 안경사들은 말한다.

이와 관련, 서울 구로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자동굴절검사기가 원시나 난시보다 근시교정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영기를 사용할 경우 이를 보완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굴절검사기와의 병행검사를 통해 눈의 도수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영기를 사용할 경우 백내장 등을 포함해 눈과 관련된 질환까지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이를 통한 안과진료 권유 등 고객들의 눈 보건에도 도움을 줄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대학 4년 동안 검영기, 각막곡률측정기, 세극등 현미경 등과 관련된 이론과 실습을 모두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토로했다.

▲ 전 세계적으로 안경인이 타각적굴절검사를 직접 시행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 대한안경사협회


타각적굴절검사 의사의 전유물인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국내 안경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래야, 안경사의 질문과 고객의 답변에 의해 굴절이상(근시·난시·원시 등) 유무를 판단하는 자각적굴절검사와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자동굴절검사기를 통한 검사, 그리고 콘택트렌즈 판매가 전부다. 지난 1990년 검영기를 이용한 안경사들의 타각적굴절검사를 못하도록 규정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부터 지금까지, 근 23년 동안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검사 방법에 제약에 따르는 검영기 만을 고집해온 의사숫자가 더 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검영기 대신 자동굴절검사기를 사용하는 의사들이 더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대한안과의사회는 "우리도 검영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안경사들의 요구가 있을 때 마다, "검영기를 이용한 타각적굴절검사는 안저검사, 세극등검사와 함께 3대 주요 안과검사"라는 논리로 쐐기를 박곤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안경사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대한안과의사회와의 날선 신경전도 해가 거듭될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한 마디로 "글쎄요"다. 아직 외국의 검안사에 버금가는 제도를 도입할 국민적 합의와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한 관계자는 "안경점에서 검영기를 통한 타각적굴절검사를 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아직까지 제기되지 않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내부적으로도 검영기의 수요가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 허용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미 안과의사들이 이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안경사에게까지 허용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또 타각적굴절검사를 안경사에게 허용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보험적용 문제도 있기 때문에, 관련 이익단체(안경사협)가 아닌 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 관계자는, "그럼 안경사들이 타각적굴절검사를 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검영기 수요가 어느 정도 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미국처럼…"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치권 '안경사의 굴절검사' 불 지피나

검영기를 활용한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 허용 요구가 대한안과의사회의 높은 벽에 번번이 막혔지만. 정치권 내부적으로는 조금씩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안경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타각적굴절검사를 안경사에게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나온 이후 대한의사회는 김 의원 홈페이지에 당장 취소하라는 댓글을 잇따라 게재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국회입법조사처도 민주당 노영민 의원에게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관련 검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의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안 보건 향상을 위해 안경사에게도 허용해야 된다"라는 대한안경사협회의 주장과 "안경사가 감당할 수 있는 검사행위가 아니다"라는 대한안과의사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안경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노영민 의원실에서 이 자료를 토대로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자료와 관련해 추가로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실제 법안 상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안경사도 타각적굴절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대한안경사협회 이정배 회장 ⓒ 김영욱


- 타각굴절검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배경이 궁금합니다.
"안경사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25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안경사들은 국민들의 눈 건강이라는 하나의 일념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왔고, 또 안경과 관련된 대국민 서비스 확대차원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타각적굴절검사에 대한 안경사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급기야 정치권이나 관련 부처에 안경사들도 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요청을 했던 것입니다."

-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지금까지 타각적굴절검사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대한안과의사회를 포함한 대한의사회의 높은 벽에 번번이 좌절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이들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우리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으며,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마저도 이들의 논리에 휩쓸려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수차례 관련법 개정 움직임을 보였지만, 실제로 법안상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 안경사도 타각적굴절검사를 해야되는 이유가 있나요?
"현재 안과전문병원을 찾는 환자의 약 80%가 안경사를 먼저 찾습니다. 그만큼 안경사들의 지식이나 기술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들에게 속시원한 처방을 내려주지 못한 것이 안경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픕니다. 만약 타각적굴절검사를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뒷받침되었다면,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녹내장과 같은 중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등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안과의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언론을 통해 수차례 접했습니다."

- 안과의의 진료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시력회복수술을 받은 환자 중 약 50%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최근에는 한 젊은 레지던트가 수술실수에 대한 자책감으로 목숨을 버렸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수술이 필요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시술 권유가 비일비재한 현 상화에서도, 대한안과의사회는 타각적굴절검사는 안저검사, 세극등검사 등과 함께 3대 주요 안과검사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며 안경사들의 타각적굴절검사를 묵살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도 동조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구요."

- 그럼, 모든 안경사들이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어려운 검사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대학 4년 동안 '검영기'라 불리는 타각적굴절검사기를 비롯해 검사에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기기 작동법과 기능을 충분히 마스터하기 때문에, 안과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자부합니다. 안경사는 질병을 조기에 찾아 안과 진료를 권유하고, 안과의는 적절한 시술과 처방을 행한다면, 안과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힙니다."

덧붙이는 글 소상공인신문 34호에 게재될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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