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가계부채, 당뇨병과 같다"
최진기 인문학특강 시즌3 완강 기념 특강..."한국경제 비관과 낙관 사이"
▲ [최진기 인문학특강 시즌3 완강 기념 특강]"한국경제 비관과 낙관 사이" ⓒ 이종호
오후 5시 30분부터 수강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예정시각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온 것이다. 오마이스쿨 팀원들이 집기를 옮기고 방송팀이 생중계 세팅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대구에서 온 분, 인천에서 따님 손을 잡고 오신 분, 삼삼오오 대학생,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대학교수까지 연령층도 직업군도 다양했다.
오후 7시 강사가 큰 박수속에 강의를 시작했고 1시간 20분 동안 서교동 강의장을 훈훈하게 뎁혔다. 사람들의 얼굴엔 빵터지는 웃음과 진지한 표정이 번갈아 묻어났다.
고령화-가계부채로 죽진 않아... 문제는 '합병증'
▲ 최진기 인문학 특강 시즌3 완강을 기념한 공개특강이 지난 11월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주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 2만 명의 수강생이 선택한 오마이스쿨 최고 인기 강사답게 공개 모집 며칠만에 400여 명이 신청했고 이중 선착순 100명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 오마이TV
최진기 선생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수강생들과 함께 짚어가며 낙관론과 비관론을 두루 분석했다. 그리고 강조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보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최 선생은 한국경제 비관론에 주로 등장하는 두 가지 주제, '고령화'와 '가계부채'에 대해 특유의 입담으로 설명해 나갔다.
"이 두 가지는 질병에 비유하면 당뇨병과 같은 것이거든요. 당뇨병만으로 죽나요? 아니죠. 합병증으로 죽는 거지요. 당뇨병만으로 죽는 건 아니듯 가계부채, 고령화, 그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할 순 없어요."
노령층 경제 능력이 충분하다면, 소비활성화로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 고령층 평균소비성향(가처분 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78.3%에서 2012년 71.7%로 낮아졌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고령층 주 소득은 이자인데, 저금리로 인해 고령층 소득이 줄고, 그러니 소비지출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최진기 선생은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부채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그 성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13년 2분기 기준 가계신용총액은 980조 원. 이것은 자산 측면에서 보면 갚을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득 측면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구조라는 주장. 즉 벌어서 갚기는 힘들고, 집 팔아야 갚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 최 선생에게 들어보자.
"1997년 IMF 이후 한국 경제 GDP는 증가했지만 그 비율에 비해 가계소득 증가는 저조했습니다. 예를 들면 1990년에서 2011년 사이 GDP에서 차지하는 기업소득은 16.1%에서 24.1%로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은 71.5%에서 61.6%로 하락했어요. 결국 가계부채의 진짜 문제는 가계소득이 하락한 것이죠. 가계부채 해법도 가계소득 증진하는 것에 달려있어요. 구체적으로는 낮은 임금증가율, 자영업의 부실, 이자소득 급감에 대응해야 합니다."
'불평등 해소'가 한국경제의 희망
▲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완간 기념 공개특강 ⓒ 오마이TV
하지만 한국경제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게 최 선생의 견해다. 한국은 일본 대만과 더불어 몇 안 되는 중진국 함정 탈피국이며, 국가부채 역시 2012년 말 443조 원(GDP대비 34%)으로 유럽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특히, UN제조업 경쟁력지수가 잘 보여주듯, 한국 경제는 일본·독일·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4대 제조업 강국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어떻게 희망을 길어올릴 수 있을까? 최 선생은 강의를 마치면서 "대기업-중소자영업, 수출-내수, 부유한 가계-저소득층 간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 서두에 최 선생이 강조했듯이, 세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데만 그칠 게 아니라, 낙담하지 않고 줄기차게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야 한국경제에 놓인 좁은 길이 차츰 열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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