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스마트폰 쓰는 고대 이집트 백만장자? 기발하네

[리뷰] 세대를 아우르는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등록|2013.11.25 17:30 수정|2013.11.26 11:30

▲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의 한 장면 ⓒ 박민희 기자


묵직한 이야기, 화려한 무대로 중무장한 대형 뮤지컬 사이에서 <요셉 어메이징>의 위치는 조금 특별하다. 작품은 기존의 대형 뮤지컬이 성인 뮤지컬 관객층을 겨냥한 것과 달리 전 세대를 품는다. '가족 뮤지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쉬운 전개, 경쾌하고 고급스러운 음악, 담백하고 유쾌한 군무는 시종일관 자유롭고 시원스럽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12월 12일까지)의 원제는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드>다. 뮤지컬계 황금콤비라 불리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최초로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두 사람은 이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통해 한 차례 더 종교적 소재를 다루기도 했다.

성서 이야기를 밝게 표현한 뮤지컬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태생은 같으나 결은 완전히 다르다. 둘 다 성서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지만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판이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유다의 시각으로 바라본 예수의 희생을 파괴적인 록 음악과 함께 담아냈다면,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은 밝고 따뜻한 줄거리를 사랑스럽고 발랄한 멜로디로 녹여낸 작품이다. 작품은 지난해 정식 라이선스를 통해 초연됐다.

요셉 이야기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형제들의 음모에 의해 이집트로 팔려간다. 갖은 고난을 겪던 그는 탁월한 해몽 실력으로 이집트 파라오의 신뢰를 얻는다. 결국에는 총리의 위치까지 올라 모두의 존경을 받게 된다. 형제들은 요셉이 떠난 후 나라에 기근이 들자 근근이 생활하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이집트를 찾는다. 요셉은 형제들의 우애를 시험하고는 그들을 용서한다.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은 쉽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다'로 귀결되는 종교적 색채를 버리고, 요셉이 들려주는 '꿈과 희망, 사랑과 용서'를 직설적으로 풀어놓는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해설자의 맛깔 나는 노래와 구성진 이야기는 한 편의 구연동화를 듣는 듯 흥겹다. 캐릭터들은 명랑만화 주인공처럼 유쾌하다. 대책 없이 밝은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걱정까지 씻겨 내려가는 듯한 즐거움이 덤으로 찾아온다. 극중 반복되는 "힘내요 요셉, 걱정 말아요~"라는 노랫말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입가에 남는다.

자연스러운 관객 참여... 뮤지컬의 또 다른 재미

▲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의 한 장면 ⓒ 박민희 기자


창작자들의 기발한 상상력은 무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요셉이 처음 이집트에 끌려갔을 때 머무른 부호 포티파의 집은 현대적이다 못해 미래지향적이다. 백만장자인 그는 태블릿PC를 쓰고,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벌레 먹은 사과를 보고 "애플!"이라 외치는 포티파의 모습은 관객의 웃음을 터트린다. 파라오의 모습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꼭 닮았다. 그는 다리를 건들거리며 춤추고, 느끼한 허리놀림으로 관객의 함성을 유도한다. 파라오가 이끄는 자연스러운 관객 참여는 공연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직설적인 줄거리가 주는 빈칸은 음악이 채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이 작품을 19살에 작곡했다. 그는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록큰롤, 발라드, 칼립소 등 다양한 장르를 한 무대에 녹여냈다. 'Go Go joseph'(고 고 요셉) '파라오의 꿈'과 같은 입에 착착 붙는 발랄한 멜로디는 물론 여느 대극장 못지않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리아 'Close every door'(클로우즈 에브리 도어) 등의 음악이 절묘하게 작품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재연 무대는 초연에 비해 한층 더 간결해졌다. 다소 번역체의 느낌이 강했던 초연과 달리 재연은 매끄러운 번역이 빛을 발했다. 이해와 몰입도가 좋아지면서 작품과 관객의 친밀도도 높아졌다. 아역들이 등장하던 장면도 성인 배우들이 대체하면서 한층 더 단단해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두 번째 뮤지컬이자 첫 번째 주역을 소화한 양요섭은 이름만큼이나 '요셉' 다운 '요셉'을 연기했다. '요셉'의 긍정과 밝음을 제 옷처럼 입은 것은 물론, 연기와 가창력도 매끄럽게 소화했다.

'해설자' 역의 김경선은 파워풀한 보컬과 극적인 호소력으로 극을 유연하게 만져냈다. '파라오' 역의 김장섭은 풍부한 무대 경험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관록을 발휘했다. 그는 믿음직한 노래 실력은 물론 관객과의 환상 호흡을 자랑하며 객석의 가장 큰 박수를 얻어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