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밀보호법안 중의원 통과... 야권 반발
야권 반대에도 자민당 표결 강행... "국민 알 권리 침해할 것" 비판
▲ 일본 중의원의 특정비밀보호법안 통과를 보도하는 NHK뉴스 갈무리. ⓒ NHK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특정비밀보호법안이 알 권리 침해 논란 속에서 중의원(하원)을 통과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26일 중의원은 본회의를 열어 특정비밀보호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제1야당 민주당과 공산·사민·생활당 등이 반대했고, 제3당인 일본유신회는 심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권했지만, 중의원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연립여당 자민·공명당을 막지 못했다.
야권이 표결에 거세게 반대하면서 의회는 진통 끝에 밤늦게서야 개회했다. 일부 야권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곧바로 퇴장하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또한 자민당에서도 퇴장하는 의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특정비밀보호법안은 참의원(상원)을 통과하면 최종 성립된다. 중의원과 마찬가지로 참의원 역시 자민당이 장악하고 있어 통과가 확실시된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이 즉시 심의를 시작해 올해를 넘기지 않고 법안이 의회를 완전히 통과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의회 밖에서는 시위가 벌어졌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시위가 의회 앞과 도쿄 도심을 비롯한 일본 전역에서 계속되면서 특정비밀보호법안을 둘러싼 일본의 갈등을 드러냈다.
특정비밀보호법안, 무슨 내용이길래?
특정비밀보호법안은 국가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방위, 외교, 스파이 및 테러 활동 방지 등과 관련된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유출한 공무원은 징역 최고 10년형에 처할 수 있으며 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현재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기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공무원은 징역 최고 1년, 자위대법에서는 군사기밀을 누설하면 징역 최고 5년에 처할 수 있으나 앞으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특정비밀로 지정된 정보는 최장 60년간 공개될 수 없다. 또한 전투기 보유 규모와 기능, 군사 암호, 외국 정부와의 협상 등에 관한 정보는 60년이 지나도 공개할 수 없다.
앞서 일본의 외교·안보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될 '일본판 NSC' 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 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킨 아베 총리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신뢰감 있게 정보를 교환하려면 정보 유출을 더욱 강력히 단속해야 하고, 이를 위해 특정비밀보호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안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경우 공직 사회의 부당함을 내부 고발한 공무원과, 이를 취득하여 보도한 언론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할 것이라는 비판도 높다. 일본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3%가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국민이 갖고 있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참의원에서 더욱 깊이 논의하여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먹칠 사설' 내건 까닭은?
자민당은 비밀 지정을 감시할 독립 기관의 설립 검토, 비밀 지정 및 해제에 관한 총리의 감독, 특정 비밀을 국회에 제공해야 할 의무 조항을 수정안에 포함시켰으나 야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민주당 나가시마 아키히사 의원은 "수정안 역시 비밀의 범위가 모호하고 확대 해석의 우려가 있어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처럼 중요한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것은 입법부를 경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을 대하는 아베 총리의 자세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비밀 공개에 관한 국제적 흐름이나 헌법의 권리 보장과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아사히신문>은 특정비밀보호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뜻으로 일부 문장과 단어에 먹칠을 한 파격적인 사설을 내걸며 격렬하게 반대한 바 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일본도 다른 선진국처럼 기밀 보호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법안에는 언론의 취재 및 보도의 자유에 대한 배려가 포함되어 있으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일부 야당의 비판은 비논리적"이라고 아베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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