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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부는 의원 나부랭이에게 머리 조아려"

김태흠 '노동3권 부정' 발언 파문 확산... 민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직 사퇴해야"

등록|2013.11.27 12:09 수정|2013.11.27 15:29

▲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앞으로 온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며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의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 연합뉴스


정치권의 '트러블 메이커'는 단연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충남 보령·서천)이다. 그의 입은 가요계의 현아와 장현승 만큼이나 정치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으로서 야당을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던 김태흠 의원은 지난 26일 '노동3권 부정' 발언으로 파문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2014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비정규직인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면서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임금·단체협약)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을 "심각한 위헌적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비정규직도 노동3권 보장된다"며 "헌법에 보장된 일하는 시민의 노동3권 모두를 부정했다"고 일갈했다. 대한민국 헌법 33조 1항은 "근로자는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며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김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흠 의원은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은 의원과 을지로위원회의 비판에 대해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악질 왜곡을 했다, 동료 국회의원의 질의를 왜곡하고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소위 '슈퍼 갑질 중의 갑질'"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운영위에서 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고성을 질렀다.

김 의원은 끝내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사과를 받았지만, 노동3권 부정 발언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특히,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김 의원에 항의해 침묵시위를 벌이고, 김태흠 의원이 고개를 숙인 청소 노동자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은 파문 확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진중권 "한국 청소부는 의원 나부랭이에게 머리 조아려야"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27일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청소노동자와 친근하게 인사하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같은 청소부지만 백악관 청소부는 대통령과 맞먹고, 대한민국 국회 청소부는 망언이나 늘어놓는 교양 없는 의원 나부랭이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사회 맞나요?"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한 "청소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분들이죠, 근데 김태흠 의원이 굳이 우리 사회에 계셔야할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네요"라고 비판했다.

▲ 김태흠 의원이 지난 2012년 4월 총선 과정에서 길바닥에서 유권자들에게 큰 절을 올리는 사진은 26일 '노동 3권 부정' 발언과 맞물려 온라인 공간에서 회자되고 있다. ⓒ 김태흠 의원 페이스북


온라인 공간에서는 김태흠 의원이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길바닥에서 큰 절을 하는 사진과 고개 숙인 청소노동자들 앞에서 당당했던 26일 모습이 비교됐다. 한 누리꾼은 "홈페이지에는 '낮은 곳, 억울한 곳, 힘든 곳부터 살피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면서 김 의원을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김태흠 의원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흠 의원의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김태흠 의원의 망언과 행패가 도를 넘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명백하게 부정하는 말이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입에서 나왔다는 게 충격이다, 일제가 '조선인이 게으르기 때문에 자신들이 다스려야 한다'는 더러운 말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땅의 비정규직에게 사죄하고 자진사퇴해야 하지만 상임위에서 난동을 부리고 은수미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니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느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청소 용역 노동자가 고개를 90도로 꺾으면서 '살려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데도 이들의 인권 무시한 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자신의 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두 번이나 청소 노동자 가슴에 대못질하고 민주당에 쓸데없는 사과를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태흠 의원의 태도는 지난 대선 승리에 취하고 종북 매카시즘으로 세상 다 얻은 듯 오만함이 극에 달한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 양식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천박한 기득권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새누리당의 입 역할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7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름으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을 경질하라고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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