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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주 한인회관, 드디어 문을 열다

40년 한인 이민 역사 그 첫 열매를 맺던 날, 큰 잔치 열어

등록|2013.11.27 17:09 수정|2013.11.27 17:09

빅토리아 주 한인회관 전경개관한 빅토리아 주 한인회관 ⓒ 민재홍


문화패 '소리'의 축하 공연으로 시작

호주 빅토리아 주 한인역사가 40년을 넘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23일, 역사적인 한인회관 현판식 행사가 열렸다. 1972년 12월, 빅토리아 주 한인회(초대 한인회장 남기영)가 출범한 후 만 40년 만에 '우리 집'을 마련하고 이제 '문패'까지 제대로 달면서 또 한 번의 도약을 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빅토리아주 한인 문화패 '소리'(단장 이성범, 김민정)의 축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행사 시작인 오후 5시가 되기 전 이미 객석의 반 이상이 차기 시작했다. 문화패 소리의 여덟 번째 정기 공연을 겸한 것인데, 한인회관 안에 마련 된 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첫 번 째 공연이 된 셈이었다. 한인회관 건물을 매입한 후 틈틈이 보수 공사를 해왔으며 이날 행사를 위해 바로 그 전날까지 내부 페인트칠을 하고 무대 크기를 늘리는 등 한인회 관계자들은 준비에 박차를 가했었다.

오후 5시 반에 시작된 이날 행사는 객석에 마련된 의자가 모두 채워지고 늦게 온 관객은 서서 구경을 해야 할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봄의 소리'라는 테마를 가진 문화패 소리의 공연은 4명의 무용수가 장구 반주에 맞춰 처음에는 하나의 북으로 시작해 2개의 북으로 만들어 춤을 추는 북춤으로 막을 열었다.

신명나는 가락이 객석을 가득 메운 후, 이날 진행을 맡은 김은경 사회자(멜번저널편집장)는 빅토리아 주 한인회관 현판식 축하, 문화패 소리의 여덟 번째 정기 공연을 시작한다는 멘트와 함께, 40년 만에 우리의 회관을 마련하고 오늘 현판식을 갖게 된 것을 한인회원의 한 사람으로 큰 감동으로 느낀다는 멘트로 순서가 시작됨을 알렸다.

또 본공연에 앞서 이날 참석한 내외 귀빈을 소개했다. 사회자는 오늘 행사의 의미를 생각할 때 참석한 모든 분들, 그리고 미처 참석하지 못했으나 언제나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함께해주는 모든 한인회 구성원들이겠으나 외부에서 먼 길 와서 참석해주신 귀빈들을 소개한다고 말한 후, 한국에서 행사를 위해 달려와준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뉴질랜드에서 온 홍영표 세계한인회의장 겸 대양주 총회장, 이동우 캔버라 한인회장, 박오빈 서부 한인회장, 빌 블랙(Bill Black) 한국참전 호주용사회장 그리고 멜번 영사관의 정성섭 총영사를 차례로 소개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 내빈을 환영했다.

공연은 화려한 부채춤, 그리고 흑주술이라는 음악에 맞춰 창작된 독무, 난타, 탈춤으로 이어졌다. 꽹과리, 징, 장구, 북 네 가지 악기와 상모 돌리기 춤이 어우러진 사물놀이는 관객들의 흥을 한껏 더 치켜올려주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노애정, 박나영, 이다윤, 이정숙, 조정란, 김진영, 이규진, 이진구, 이화종, 이재환 그리고 유스타티오스 거너리디스(Eustathios Gunaridis), 에린 피츠제럴드(Erin Fitzgerald) 등 단원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무대에 펼쳤다.

이성범 김민정 단장 부부는 "처음에 9월 중 행사가 있을 것으로 알고 준비를 하던 중 11월로 옮겨지면서 많은 단원들이 해외로 나가는 등 일정을 맞출 수 없어 규모를 좀 줄이게 되었다"면서 "그러나 단원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다 참석해 소화해주면서 오늘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패 '소리'의 축하공연약 한 시간의 공연을 가진 빅토리아 주 한인 문화패 '소리'가 부채춤을 공연하고 있다. ⓒ 스텔라김


나인출 한인회장, 국민포장 수상

축하 공연이 끝나고 바로 이어진 2부 순서에서는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멜번 영사관에서 진행한 국민포장 시상식이 있었다. 신민철 영사가 진행한 시상식은 바로 제7회 세계 한인의 날 유공자로 선정된 나인출 한인회장이 수상한 국민포장 전달이었다.

국민포장(國民褒章)은 대한민국의 훈장으로 상훈법 제21조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 또는 공익시설에 많은 금액의 재산을 기부하였거나 이를 경영한 사람, 그 밖에 공익사업에 종사하여 국민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정성섭 총영사는 포장 상장과 훈장을 나인출 회장에게 전달한 후 빅토리아 주 한인회장 이전에도 한인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을 해온 나인출 회장의 그간 업적을 치하한 후, 특히 지난 27대 한인회장 임기 때 세계 한인회 발전을 위해 제출했던 리포트 등이 인정되어 국민포장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빅토리아 주 한인회가 아무런 말썽 없는, 모범적이고 진취적인 한인사회라는 것을 제대로 평가받은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나인출 회장의 국민포장 수상은 대양주 내에서 1명만 선정된 것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나인출 회장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말하며 "이 한인사회의 초석으로 더 큰 공헌을 세우신 많은 선배님들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전 세계 175개국 3천여 개 한인단체가 있는데 그 중에 제가 뽑혔다는 것은 개인을 봐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빅토리아 주 한인회가 제대로 평가받은 것이고 또 한 번 격상되는 기회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되어 무엇보다 빅토리아 주의 한인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더 큰 발전의 계기가 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포장 시상전달식에 이어 한인회관 마련이 있기까지의 업적을 치하하는 공로패 전달식이 있었다. 김은경 사회자는 "우리 한인회관은 누구 한 사람의 쾌척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작은 힘 큰 힘을 보태어 만들어진 것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모두에게 공로상을 드려야 함이 마땅하지만 특히 자신의 시간과 정열을 바쳐 한 단계씩 눈에 띠는 발전에 공헌을 한 분들에게한인회에서 패를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규옥, 김탁웅, 배종률, 이성수 자문위원들에게 주어진 공로패는 나인출 회장이 시상했다. 공로패 전달 후 남기영 초대 한인회장,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그리고 정성섭 총영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나인출 빅토리아 주 한인회장국민포장을 수상한 나인출 회장 ⓒ 민재홍


이어 밖으로 모두 자리를 옮겨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현판 제막식을 진행했다. 한인회관 정면에 달린 '호주 빅토리아 주 한인회관', '재외동포재단' 현판은 하얀 천과 리본으로 단장을 하고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인출 한인회장, 역대 한인회장들, 정성섭 총영사,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등 내외 귀빈들이 리본을 함께 잡고 준비한 가운데, 이날 참석자들의 "열, 아홉, 여덟…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에 맞춰 현판은 깔끔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한인회관의얼굴이 열린 후, 참석자들은 다시 내부로 자리를 옮겨 한인회가 마련한 풍성하고 맛있는 만찬을 시작했다. 우리 정서에 맞춰 막걸리도 넉넉하게 등장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부침개, 겉절이, 각종 나물, 떡, 불고기 등 풍성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한인회관 건립까지의 오랜 추억을 서로 이야기하며 감회에 젖는 모습이 보였다.

한편 축사를 한남기영 초대 한인회장은 40년 빅토리아 주 한인 역사를 소개한 후, 이날 참석 한 역대 한인회장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소개하며 공로를 치하했다. 축사를 하는 동안 남기영 초대 한인회장은 오래전,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던 시절을 회고하며 감정에북받쳐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중단하기도 했다.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세계에서도 모범적으로 손꼽히는 빅토리아 주 한인회의 모습을 직접 보니 칭찬받는 한인회가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면서 "인원수나 규모가 거대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알찬 내실을 만들며 재능있는 많은 한인들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정성섭 총영사는 "지난해 처음 영사관이 생긴 후 이런 결실의 순간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며, "지금까지 많은 동포사회를 보아왔지만 빅토리아 주 동포사회만큼 화합되고 모범적인 동포사회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좋은 전통을 만들어 유지해온 역대 한인회장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특히 선각자적 정신으로 불과 한인회 창립 8년 만인 1981년부터 회관 건립사업이 추진되어 30여 년 동안 많은 동포들의 기여와 역대 한인회의 노력으로 오늘 결실을 보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축사를 이어갔다.

또 총영사는 "앞으로 한인회관이 교민들 간의 소통과 화합, 한인 복지센터로 기능할 뿐 아니라 우리문화 홍보와 다른 문화권 공동체와의 교류의 장 역할도 하여 한인 사회가 더욱 화합하고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현판제막식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는 나인출 한인회장과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스텔라김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남겨진 숙제들

'오랜 숙원'이라는 표현 중에 이루어지는 것들이 특히 많은 지난 몇 년을 빅토리아 주 한인사회는 지내고 있다. 비록 다시 출항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직항이 몇 년간 이어졌으며 영사관이 생겼고, 드디어 이제 한인회관도 마련되었다. 특히 한인회관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이제 일이 끝났다'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아닌가 싶다.

마련한 한인회관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지, 어떻게 더 키울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일정한 주소가 없던 빅토리아 주 한인회, 그래서 한인회장이 바뀌면 한인회장의 연락처가 바로 한인회의 연락처로 사용이 되었고 그래서 2년마다 한인회의 새 연락처를 알아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 것은 분명 하나의 도약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더 많은 화합이, 더 커다란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출발점에 다 함께 손을 잡고 선 것이다. 지금은 자축의 들뜬 마음을 충분히 즐겨야 하겠지만 이 기쁨을 제대로 잘 이어가게 만드는 것은 모든 한인회원들의 몫으로 남았다. 함께 가는 한 그 꿈은 또 이루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다소 다른 각도로 쓰여진 것을 <멜번저널>에도 중복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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