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겨울 눈물
[스맛폰으로 담은 청춘포토에세이4] 내리는 겨울비, 소녀비의 아픈 눈물이 되어
▲ 2013년 11월 27일.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소녀상. ⓒ 곽진성
내리는 겨울 비는 아픈 눈물이 되어 오늘이란 현실을 적신다.
-2013년 11월 27일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소녀상-
지난 27일 서울 도심에는 짙은 겨울비가 내렸다. 종로구 중학동의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도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거센 비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떨게 만드는 하루였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오한은. 비단 겨울비로 인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 주한일본대사관 앞, 일본 대사관 앞을 막고 있는 경찰 버스 ⓒ 곽진성
겨울 비 보다 더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역사 문제. 27일 정오 12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는 110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진행됐다. 무려 21년을 넘어온 긴 싸움, 하지만 긴 세월동안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외면은 한일 관계를 냉각시켰다. 최근 일본 아베정부의 극우 행보와 맞물려 역사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 1102차 수요집회에서... ⓒ 곽진성
"올해는, 적어도 올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 피해 할머니이 차가운 겨울 집회에 나가는 일이 없었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꿈은 21년째 이루지 못한 바람이 됐다. 짙은 비바람 속, 영하의 한파 속에 또 한번의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일까, 수요집회에 참가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참가자들, 언론인들 모두 미소지을 없는 시간이 됐다. 긴 집회 현장에서, 미소와 희망을 보였던 할머니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더 없이 무거운 표정이었다.
▲ 평화비 소녀상 ⓒ 곽진성
하염없이 내리는 겨울비, 내리는 겨울 비는 아픈 눈물이 되어 오늘이란 현실을 적시고 있었다. 겨울 눈물, 평화비의 작은 두 손에 가득 고인 물은, 슬픔이 고인 우리들의 역사를 떠올리게 했다.
어린이도, 일본인도 함께 '정의는 이 땅에 흐르고 있다'
▲ 수요집회에 함께하는 어린이들, 추운날씨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 곽진성
▲ 수요집회에 함께한 일본인들. ⓒ 곽진성
올해들어 가장 짖궂었던 한파 속 비. 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던 사실 하나. 그 자리에는 많은 어린이들과 일본에서 찾아온 양심있는 일본인이 함께 있었다. 그런 든든함 때문일까. 이날 집회에서 눈군가 말했다. '정의는 이 땅에 흐르고 있다'고.
정의가 제대로 힘을 못 펴는 오늘, 그럼에도 그 말이 힘있게 다가온 것은 정의의 힘을 믿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 ⓒ 곽진성
힘없는 할머니들의 시위, 어쩌면 어제의 역사쯤으로 치부될 만한 상처. 그래서 어쩌면 쓸쓸하게 외면받았을지 모르는 수요집회. 하지만 그 자리에는 어제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함께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외침은 겨울 추위를 녹이기 충분했다.
▲ 평화비 소녀상과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는 한 한생. ⓒ 곽진성
또 한번의 겨울, 그리고 다가올 시련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란 같은 꿈을 사람들은 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문득 든 바람하나, 이제 당신도, 우리 어린이들처럼, 적극적인 우리 국민들과 양심있는 일본인들처럼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간은 아닐지.
▲ 평화비 소녀상. ⓒ 곽진성
당신이 용기낸다면 세상은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 1102차 수요집회, 평화비 소녀상의 작은 손을 보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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