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의 8VSB 허용, 또 한 번의 종편 '특혜'
[주장] '국민헤택, 국민 편익' 그럴싸한 포장일 뿐
지난 27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아날로그 케이블 TV에서 돈을 더 내지 않아도 선명하게 TV를 볼 수 있게 하는 기술 방식(8VSB)은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된다"고 언급하며 "지상파는 케이블에 이 방식을 허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이러한 반대는) 지상파만 (해당 방식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앞서 가는 기술로 국민에게 편익을 줄 수 있다면 어서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는 말과 더불어 "8VSB 허용에 지상파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전망도 하였다. 여기에 "담당 부처인 미래부 장관이 하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8VSB 허용, '국민 편익' 아닌 '사업자 특혜'에 방점
우선 지상파 방송을 관장하는 방통위의 수장으로서 모든 대의를 떠나 국민 편익을 위해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자세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8VSB 허용이 국민 편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전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다른 규제 개혁안들이 각각의 '공과'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회-경제-문화적 파급효과를 가지는 반면, 8VSB 허용은 말 그대로 콘텐츠 시장의 붕괴를 야기시키며 일종의 사업자 특혜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TV를 보유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고화질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국민의 편익으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확실한 디지털 전환의 유리벽이 될 것이 분명하다. 8VSB 허용으로 혜택을 받는 이들이 더 비싼 가격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동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국민 편익을 운운하며 8VSB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사실 27일 이 위원장의 발언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우선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부작용들을 무시하고 8VSB 허용을 추진한다는 점은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특정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14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이 등장하자 다음날 이 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해당 계획은 방통위와 전반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도 복기할 만하다. 당시 이 위원장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전반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방통위도 몰랐다"고 해명했는데, 27일 이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생각하면 적어도 당시 8VSB 허용에 대해서는 방통위에서도 동의했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이 위원장의 27일 발언 중 지상파 반대에 대한 부분은 더욱 큰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우선 지상파의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 반대를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로 치부한 점은 안타깝다. 지상파가 8VSB 허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미 서두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이 이러한 합리적인 반대를 단순히 정치적 공세 정도로 치부한 점은 아쉽다.
또 주파수 논쟁에 있어 정부가 인용하기 좋아하는 '국제적 조화'에도 8VSB 허용은 어울리지 않는다. OECD 국가에서 유료방송에 8VSB를 허용하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위원장은 KBS와 EBS를 중심으로 지상파 MMS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해당 발언에 이르러 이 위원장은 "광고 없이"라는 단서를 달아 논란이다. "지상파 MMS(광고)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방송산업 자체가 망할 우려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수신료 현실화 및 KBS 일부 채널의 광고축소를 통해 궁극적으로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 시장의 광고 파이를 지켜주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마당에,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상파 MMS의 광고 허용이라는 최소한의 보루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종합하자면, 이 위원장은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의 광고 및 기타 그들의 재원을 지켜주는 선에서 대부분의 방송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방통위가 주장하는 '미래부만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이미 나왔던 논리들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 위원장의 발언을 정리하자면, 현재에 이르러 방통위가 미래부의 계획에 급속도로 동조하고 있다는 결론도 가능해진다. '국민 혜택, 국민 편익'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또 한 번 종편을 포함한 유료방송의 특혜가 진행되고 있다.
26일, 교황 프란체스코는 자신의 저술서인 '사제로서의 훈계'를 통해 "경제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이는 잔인하고 순진한 믿음"이라고 설파했다. 국민 편익이라는 말로 유료방송 진흥을 주도하며 특혜를 남발하는 한편, 그 경제적 낙수효과를 강조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전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가톨릭의 충고를 깊이 새겨들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앞서 가는 기술로 국민에게 편익을 줄 수 있다면 어서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는 말과 더불어 "8VSB 허용에 지상파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전망도 하였다. 여기에 "담당 부처인 미래부 장관이 하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8VSB 허용, '국민 편익' 아닌 '사업자 특혜'에 방점
우선 지상파 방송을 관장하는 방통위의 수장으로서 모든 대의를 떠나 국민 편익을 위해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자세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8VSB 허용이 국민 편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전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다른 규제 개혁안들이 각각의 '공과'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회-경제-문화적 파급효과를 가지는 반면, 8VSB 허용은 말 그대로 콘텐츠 시장의 붕괴를 야기시키며 일종의 사업자 특혜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TV를 보유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고화질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국민의 편익으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확실한 디지털 전환의 유리벽이 될 것이 분명하다. 8VSB 허용으로 혜택을 받는 이들이 더 비싼 가격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동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국민 편익을 운운하며 8VSB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사실 27일 이 위원장의 발언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우선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부작용들을 무시하고 8VSB 허용을 추진한다는 점은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특정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14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이 등장하자 다음날 이 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해당 계획은 방통위와 전반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도 복기할 만하다. 당시 이 위원장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전반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방통위도 몰랐다"고 해명했는데, 27일 이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생각하면 적어도 당시 8VSB 허용에 대해서는 방통위에서도 동의했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이 위원장의 27일 발언 중 지상파 반대에 대한 부분은 더욱 큰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우선 지상파의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 반대를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로 치부한 점은 안타깝다. 지상파가 8VSB 허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미 서두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이 이러한 합리적인 반대를 단순히 정치적 공세 정도로 치부한 점은 아쉽다.
또 주파수 논쟁에 있어 정부가 인용하기 좋아하는 '국제적 조화'에도 8VSB 허용은 어울리지 않는다. OECD 국가에서 유료방송에 8VSB를 허용하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위원장은 KBS와 EBS를 중심으로 지상파 MMS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해당 발언에 이르러 이 위원장은 "광고 없이"라는 단서를 달아 논란이다. "지상파 MMS(광고)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방송산업 자체가 망할 우려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수신료 현실화 및 KBS 일부 채널의 광고축소를 통해 궁극적으로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 시장의 광고 파이를 지켜주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마당에,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상파 MMS의 광고 허용이라는 최소한의 보루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종합하자면, 이 위원장은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의 광고 및 기타 그들의 재원을 지켜주는 선에서 대부분의 방송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방통위가 주장하는 '미래부만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이미 나왔던 논리들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 위원장의 발언을 정리하자면, 현재에 이르러 방통위가 미래부의 계획에 급속도로 동조하고 있다는 결론도 가능해진다. '국민 혜택, 국민 편익'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또 한 번 종편을 포함한 유료방송의 특혜가 진행되고 있다.
26일, 교황 프란체스코는 자신의 저술서인 '사제로서의 훈계'를 통해 "경제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이는 잔인하고 순진한 믿음"이라고 설파했다. 국민 편익이라는 말로 유료방송 진흥을 주도하며 특혜를 남발하는 한편, 그 경제적 낙수효과를 강조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전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가톨릭의 충고를 깊이 새겨들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방송기술저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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