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찜!e시민기자] 촌철살인 정치 비평 기사 쓰는 지용민 시민기자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에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와 관련한 여러 주장성 기사들이 올라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눈에 확 띄는 주장성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 22일 천주교 전주교구 시국미사 중 박창신 신부가 한 말이 이슈가 됐을 때, '핵심은 이거야!'라며 강론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잘 정리한 기사였지요(관련 기사 : 핵심은 NLL 문제... '연평도 포격' 옹호한 건 아니다).
이후 그 기사를 쓴 기자는 후속 보도(김수환 추기경 보복하려던 박정희... '종북사제단'에 선전포고한 박근혜)를 통해 박근혜·박정희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이의 역사를 풀어냈습니다. 속 시원한 기사를 쓴 지용민(hanfan) 시민기자를 그래서 '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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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음에도 힘으로 누르는 걸 싫어하는 이 사람
▲ 지용민 시민기자 ⓒ 지용민 제공
"상투적으로 '언제 태어나, 어디에 살고…' 이런 6하 원칙식 답변 말고 '좋아하고, 싫어하고'로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조용한 걸 좋아하고, 혼자 등산하는 걸 좋아하고, 러닝머신에서 오랫동안 달리는 걸 좋아하고, 아이들하고 얘기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요즘에는 제가 그 세대라서 그런지 <응답하라 1994> 보는 걸 좋아하고….
조금은 종교적인 표현 같지만 거짓과 위선과 탐욕을 싫어하고, 그래서 지난 정권을 싫어하고, 출발부터 문제가 많은데 힘으로 누르려하는 이번 정권도 싫어하고, 여자와 아이를 울리는 걸 싫어하고, 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을 제일 싫어합니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기사 쓰는 게 무척 재미있어서 대학 졸업하고 1년여 동안 통신사 기자를 했습니다. 벌써 십몇 년이 지난 기억인데 그때 밤낮으로 경찰서 출입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합니다. <오마이뉴스>와 생각의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기사를 쓰게 됐고요. 개인적 성향이 '일베'와 맞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 활동 이력을 살펴보니… 한동안 기사를 쓰지 않다가 <오마이뉴스>로 돌아오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기간 동안 글 쓰는 걸 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음지'(?)에서 더 활동을 많이 했죠. 정치 웹진에 글을 왕성하게 기고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1년 전에 없어졌어요. 1년 동안 글을 쓰지 않고 있다가 제가 너무나 싫어하는 거짓과 위선이 팽배한 모습 속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오랜만에 <오마이뉴스>에 로그인하게 됐습니다. 가톨릭 시국미사 사제단의 구호 중 하나가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카 복음 19:40)인데, 돌보다는 제가 먼저 소리를 치게 된 거죠. 돌이 소리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 닉네임을 보니 '부천사람사는세상'입니다. 이 닉네임을 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제가 아끼는 필명입니다. 대충 감 잡으셨겠지만 '사람사는세상',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상징문구'인데요. 그의 역사관, 리더로서의 시대적 사명, 진실됨 등에 동의한 소시민이 거주지와 결부시켜 만든 필명이었죠. 4년 정도 사용했는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어서 계속 사용하게 됐습니다."
만약 노무현이 지금과 같은 상황 맞았다면...
▲ 노무현 전 대통령(자료사진) ⓒ 이종호
- 정치 비평 기사를 주로 쓰시는데, 평소 어떤 뉴스를 주로 보시나요?
"생각보다 뉴스는 잘 안 봅니다. 종이신문은 <한겨레> 정도 보고요, 인터넷신문은 <오마이뉴스>, <뷰스앤뉴스>를 봐요. 뉴스보다는 책 읽는 걸 좋아해요. 요새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는데 참 재미있어요. 현재 '성종편'을 읽고 있는데 5백여 년 전 성종도 반칙으로 왕위에 올랐더군요. 이런 일들이 지금 상황과 결부돼 무척 흥미진진해요. 잠시 역사 얘기를 하자면, 예종이 갑자기 승하하자 후계서열 1순위는 예종의 어린아들(4세) 제안군이였더군요.
그런데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탈락했어요. 당시 예종의 죽은 형(의경세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가 월산군(16세) 둘째가 자을산군(13세)이었어요. 그런데 월산군이 왕이 돼야 했을 텐데 뜬금없이 월산군은 병약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고 '자을산군'이 왕위에 올라요.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성종입니다. 자을산군이 왕이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당대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의 사위였기 때문입니다.
서열 3순위가 장인어른의 강력한 도움으로 왕위를 '찬탈'하는 데 성공한 것이죠. 아마 그 당시에 인터넷이 있었더라면 각종 익명게시판에 '월산군' 지지세력들이 글을 엄청 올렸을 거라 생각해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지요. 저는 역사책을 제일 많이 봅니다. 조선의 역사는 곧 정치와 같아서, 시국을 보는 감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기사를 쓰실 때 외신 기사를 많이 인용하시더군요. 또한 박창신 신부 관련 기사에서는 유튜브 영상까지 참고하기까지 했더군요. 검색 능력이 대단해 보이는데요. 어떤 식으로 이런 정보를 찾아내시는지요?
"검색에 비법은 없어요. 자료를 찾을 때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끝을 보자'는 생각이 많아요.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공중파 뉴스에 '중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전기 돌풍'이라는 뉴스가 나왔어요. 이 뉴스를 보고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생겨 중국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도 해보고, 중국어로 된 독자의견 100여 개 정도를 구글번역기로 돌려서 보기도 했죠. 주말 저녁 날렸죠(웃음)."
- 기사에서 촌철살인이 돋보여요. 평소 생활에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신지 궁금합니다.
"정치 이야기는 필요할 때는 꼭 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전 천안함 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이명박 정권이 싫어서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정부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았어요(물론, 지금 이 순간까지도). 당시 지인들과 대화하다가 '논리적으로 나를 설득해 봐라'는 말까지 했죠. 그러다가 서먹해진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서먹해질 상황이 되기 전에 적당히 화제를 돌리곤 하지요."
- 정치 비평을 주로하시니, 이 질문은 빼놓을 수 없군요. 현 시국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10초 정도 고민했는데요. '노무현이었더라면 대통령 그만뒀다' 이겁니다. 추가로 한 문장 더 기술하면, '지금 버텨도 언젠가는 (빠르면 4년 뒤) 다 밝혀진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일 지금 대통령이 박근혜가 아니라 노무현이었더라면 그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제가 알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비록 '전 정권'에서 자행한 불법적 행위였지만, 그로 인한 수혜를 입었기 때문에 '지난 대선'에 대해 '반칙'을 선언했을 것 같아요. 야당 후보에게 사과도 했을 거고요. 스스로 못 견뎠을 것 같아요.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했을 것이고, 국민의 재신임을 받든, 대선을 다시 하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고민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장성 기사의 핵심은 근거와 논거"
- <오마이뉴스>에는 정치 분야 주장성 글이 많이 올라오지요. 보다 나은 주장글 작성을 위해 다른 시민기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바가 있다면?
"제가 누굴 가르칠 상황은 아니지만, 단순히 제 생각을 정리하면요. '글'에는 문법이 있고, 문장의 구성이 있습니다. 예전 '당대 글쓰기 1등'이라는 평을 듣던 이태준이란 작가는 소설을 내지 않고 '문장강화'라는 책을 냈었죠. 그 정도로 문장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장이 탄탄해야 읽는 독자들이 신뢰합니다.
주장글일수록 문장과 문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주장이 강할수록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논거'들을 많이 제시하고, 본인의 주장은 보일듯 말듯…. 그래야 독자들도 주장에 동의할 거예요. 상대를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강력한 주장'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오마이뉴스>가 이거 하나만큼은 꼭 개선해야 한다는 게 있다면?
"다른 언론에 대해 개선할 점을 물어보시면 할 말이 많을 듯한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오마이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니까 머뭇거려지네요. 제 지인 중 한 명의 꿈이 MBC 기자였어요. 다른 곳은 시험도 거의 안 보고 오로지 MBC만 지원했죠. 휴대전화 벨소리도 뉴스데스크 BGM이었습니다.
그 멜로디 아시죠?(웃음) 예전만 해도 MBC뉴스는 나름대로 독자들의 신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MBC 뉴스를, MBC 방송국을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뉴스가 망가지니까 방송사 자체가 별로가 된 사례죠. 사장 한 사람 바뀌었는데 모든 게 바뀐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언론이 '권력의 반응'을 의식하는 순간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오마이뉴스>에 대한 개선사항은 생각나는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민주정부가 오든, 보수정부가 계속 하든 변치 말고 '10만인클럽' 후원자들을 생각하시면서 기사를 생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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