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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단과대학 통·폐합 논란

본부 "교육부 구조조정 압력" vs 교수들 "비공개·졸속 추진 반대"

등록|2013.11.29 14:45 수정|2013.11.29 14:45
올해 초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출범한 인천대학교에서 학제(단과대학 편제) 개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대 본부는 최근 학제 개편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현재 단과대학 12개를 7개로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법과·경영·예술체육·생명과학기술·정보기술대학이 다른 단과대학으로 사실상 흡수·통합된다.

인천대는 입학정원 감소와 교육부의 대학 구조 개혁 추진, 지역사회와 학내 구성원의 염원에 따라 개편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초 행정조직 개편에 이어 2단계로 추진하는 이번 학제 개편은 융합에 기초한 자율적 특성화, 지역기반 전략적 특성화, 기초학문 지원·육성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대는 특히 "현 단과대학 편제는 교육연구역량 제고에 한계가 있고, 단과대학의 자율적·효율적 발전에 한계가 많다"고 한 뒤 "아울러 학장의 권한과 책임이 부족하고, 대학본부에 행정인력이 과다 배치되는 등의 총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앙집권 경영체제라 효율적 대학 경영이 어렵다"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 인천대학교 편제 개편 모형. <출처 : 인천대학교 편제개편 기본계획(안)> ⓒ 한만송


이번 학제 개편과 관련해 인천대 기획처장은 10월 19일 "태스크포스(TF)팀이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수차례 회의를 거쳐 총장 승인을 받아 추진했다"며 "총장 권한 이양을 통한 단과대학장의 책임경영체제 확보를 위함"이라고 교수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교수들은 대학본부가 추진한 학제 개편이 비민주적인 데다 독단적으로 추진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인문대학에 흡수되는 예술체육대학 교수들은 '현 집행부의 일방적 학제 개편 논의를 원칙적으로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김규완 체육학부 교수는 "출발부터 잘못된 만큼 우리는 논의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사이다"라고 말했다. 예술체육대학 소속 교수 체육학부 11명, 운동건강과학부 9명, 조형예술학부 4명, 공연예술학과 3명, 디자인학부 3명은 대학본부의 학제 개편에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법과대학 교수 전원도 학제 개편에 반대하고 나섰다. 법과대학 교수들은 "집행부의 독단적인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학제 개편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한 뒤 "향후 학제 개편을 위해서는 단과대학별로 충분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백원기 법과대학 교수는 "학제 개편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용이 좋아도 밀실에서 특정인에 의해 비공개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며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경영대학 교수들도 학제 개편에 반대하고 나섰다. 오원선 교수를 비롯한 경영대학 교수 17명은 "이번 학제 개편은 당위성이 적절하게 제시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개편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인천대 총학생회도 "전체 단과대학과 모든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인천대와 인천전문대 통합과정에 버금갈 정도의 엄청난 변화임에도 학생들은 아무런 참여도 의견개진도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인천대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 학과에서 반발하지만, 현재까지는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충분히 논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편제 개편을 보면, 본부도 상당히 고민한 흔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젊은 교수 층으로 인천대학교가 선제적으로 편제 개편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천대는 12월 초까지 전체 교수 설명회 진행하고, 내년 1월에 이사회를 거쳐 후속 행정 조치를 단행할 계획을 수립했다.

한편, 인천대 일부 교수는 이번 학제 개편 문제가 지난해 7월 선출된 최성을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초대 총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총장은 취임 당시 '2020년 5대 거점 국립대학 진입'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인천대는 운영자금이 없어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전문대와 통합으로 학생 수가 많이 늘어 수업공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또한 정부 낙하산 인사가 법인 이사로 참여하는 등, 학교 운영의 독립성도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학생회가 올해 1월 총장실을 폐쇄하기도 했다.

인천대에서 보직교수를 지냈던 A 교수는 "총론으로 보면, 이번 학제 개편은 필요하다. 하지만 각론으로 살펴보면, 학제를 왜 개편하는지 모를 정도로 애매모호하게 개편했다"며 "제대로 된 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학과 통폐합이 선행되지 않은 학제 개편은 무리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총장이 속한 도시과학대학을 그대로 존치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한 뒤 "최 총장 취임 이후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대다수 교수들의 시선이다. 이번 문제가 최 총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연과학대학 소속 B 교수도 "학제 개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대학 규모에 비해 학과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한 뒤 "하지만 도시과학대학의 존치 문제 등, 학내 구성원과 충분한 공유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시로부터 받아야할 재원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무리하게 법인화를 추진해 인천대가 위기에 놓여 있고, 그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 학제 개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교수들은 냉정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대는 현재 단과대학 12개, 학과·학부 52개로 편제돼있다. 입학정원은 2680명, 전체 학생 수는 약 1만 4000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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