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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노선 분할 민영화, 이걸 알고도 강행?

국민 교통복지 훼손 심각 및 철도 네트워크 붕괴 우려...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이유

등록|2013.12.05 14:17 수정|2013.12.05 14:17
지난 6월 14일에 박근혜 정부는 철도산업의 분할을 골자로 하는 철도 민영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철도정책은 한국철도의 공공적 발전을 훼손시키므로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는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도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올해 안에는 수서발 KTX 운영 회사를 반드시 설립해서 일정대로 진행시키려고 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에는 철도부문을 외국자본에 개방한다는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철도 민영화를 전면화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운영 회사에 대한 출자가 의결될 오는 10일 철도공사 이사회 전 날인 9일에 곧바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TX 노선 분할, 철도 네트워크 붕괴되나

▲ KTX 민영화 반대 3차 범국민대회가 노동자, 시민단체, 정당인 등 4000여 명(경찰 추산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월 26일 3시 서울역에서 열렸다. 노동자·학생 연대그룹, 전국학생행진, 학생변혁모임이 합동 공연을 벌이고 있다. ⓒ 소중한


국토부의 수서발 KTX 노선 분할은 고속철도 중심의 철도 네트워크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고속열차는 계속 수익이 향상되면서 2011년에는 4686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그 밖에 일반열차, 광역열차, 화물열차 등은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고속열차는 운임 단가가 높고 수송량이 많아서 원가보상률이 106.7(2010년 기준)이어서 충분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열차의 원가보상율은 새마을호가 56.8, 무궁화호가 48.6, 전동차가 87.5에 그치면서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화물철도 운송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운행거리의 증가와 통합 환승운임제도 시행 등으로 인해 광역철도의 경영성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종합해보면 공공서비스(PSO)에 대한 정부지원이 부족하고 요금수준도 낮은 상황에서 철도공사는 고속철도의 운송수입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일반철도, 광역철도, 화물열차에 교차보조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서발 KTX 노선이 분할되면 철도공사 KTX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운송수익은 악화되게 된다. 철도공사는 교차보조를 줄일 수밖에 없으므로 적자노선은 폐선하든지 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의 교통복지는 심각하게 훼손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한국철도의 통합된 네트워크도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 . ⓒ 이영수


① 분할로 인한 경쟁효과? 거의 없다

기존 철도공사의 KTX 노선과 수서발 KTX 노선은 80% 이상을 공유하고 있고 고속여객운송사업이라는 사업종류도 똑같기 때문에 경쟁이 존재할 수 없다. 국토부는 서울 메트로-서울 도시철도공사 운영체계를 모범사례로 제시하면서 경쟁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은 접근성과 연계교통 이용의 편리성 등을 감안해서 지하철 노선을 선택하지 운영회사를 따로 구별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공사는 규모의 경제 상실과 운영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점이 발생해서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서발 KTX 노선 분할 또한 서울시 지하철공사 사례처럼 통합운영이 더 효과적이다. 수서발 KTX 노선 운영을 위한 출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초기투자비용이 3000억 원 정도 소요된다. 연기금 등 공적기금 투자비용에 대한 수익 보전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이자도 별도로 발생한다.

반면 철도공사가 통합 운영하면 초기투자비용은 1000억 규모로 줄어들고 중복운영비용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통합된 운영체계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이용시민들도 편리하다. 그러므로 국토부 주장과 달리 분할로 인한 경쟁의 효과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통합운영이 바람직하다.

② 건설부채 상환 효과도 '글쎄'

지난 6월 19일에 발표된 국토부의 철도산업 방안에 "고속철도 선로사용료를 통해서 건설투자비와 유지보수비를 50년 내 상환"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국토부는 기본적으로 건설부채에 대한 정부재정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운영부문의 선로사용료를 통해서 벌충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수서발 KTX 노선을 분할하는 이유도 선로사용료를 극대화해서 건설부채 상환을 도모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서발 KTX 노선을 분할해서 선로사용료를 극대화해도 철도공사가 통합운영할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철도시설공단의 예측수요에 의하면 수서발 KTX의 일일 수요는 7만8279명이고 추정매출액은 7769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철도시설공단의 예측 수요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에 정부가 제시했던 수서발 KTX 운행 사업제안서(RFP)에서는 수서발 KTX 운행횟수는 1일 편도 51회로 규정되어 있다. 수서발 KTX 차량의 만석이 406명이므로 전회를 만석으로 수송해도 1일 승객은 4만1412명을 넘지 못한다. 철도시설공단의 추정수요보다 일일 3만6867명이 더 계상된 것이다.   

수서발 KTX의 운행을 늘리고 싶어도 고속철도는 병목구간(평택과 오송구간)으로 인해서 더 이상 증차를 하지 못한다. 철도공사의 1일 운행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운송수입이 감소되므로 철도공사가 이를 용인할 리도 없다. 그래서 수서발 KTX 노선의 1일 최대 수송량은 4만1412명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1일 승객을 최대 4만1412명으로 예상하고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매출액을 계산하면 1년에 4346억 원(1일 승객수(4만1412명)×1인당 지불비용(2만8753원)×365일)이 된다. 철도시설공단이 예측한 금액보다 무려 3423억 원이 적은 것이다. 선로사용료로 징수할 수 있는 최대치인 매출액 대비 50%를 적용하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955억 원이 된다.

그런데 이 4346억 원의 매출액을 철도공사가 통합운영해서 올린다고 가정하면 선로사용료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347억 원(4346억원×31%)이 된다. 수서발 KTX를 분할한다고 해도 선로사용료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617억 원(1955억 원-1347억 원)에 불과하다. 철도건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이 건설부채로 인한 이자비용으로 매년 3000억 원~4600억 원 가량 부담하는 상황에서 617억 원(이것도 최대치임)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건설부채 상환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다. 

③ 노동조건 후퇴와 철도안전 위협 우려

국토부의 계획에 의하면 수서발 KTX 노선 운영회사는 인천공항철도 운영회사와 같이 열차 운영과 마케팅 등 핵심업무만 직접 수행하고, 차량정비와 시설유지 보수 등의 업무는 외주화해 비용구조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무분별한 외주화는 예정된 일인데, 앞에서 언급한대로 실제 매출액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선로사용료를 최대한 뽑아야 하고 민간자본에 대한 수익도 보장해주려면 필연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노동조건의 악화는 물론 고속철도의 안전 또한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는 점이다. 수서발 KTX 노선 운영회사는 구조적으로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 의존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철도의 공공성은 심각하게 후퇴될 것이다. 

외국자본이 한국철도 좌지우지할 수도

▲ 현직 KTX 기장 및 열차팀장 150여 명이 7월 1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동환


정부는 민영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주식의 양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상법이 보장한 주식의 자유로운 양도원칙을 전면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여서 소용이 없는 조치이다. 정관에 매각금지 조항을 아무리 명시해도 기본적으로 대주주가 제3자에 대한 주식양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없으므로 언제든지 철도 민영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철도 민영화의 강력한 증거가 또 하나 제시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1월 5일에 공공 조달시장 개방 확대를 담은 세계무역협정의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관세무역 일반협정'(가트·GATT)의 예외사항으로 무역 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정부조달 분야를 최근에 정부가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개방하기로 한 철도부문은 일반철도 및 도시철도의 시설 건설 및 조달, 설계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 감독 및 관리(원래는 경영이었으나 논란이 일자 '관리'로 바뀜)의 조달 계약 등의 사업영역이다.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도시철도 부문과 철도시설공단의 일부 사업이 개방된 것이다.

그동안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던 지방정부의 도시철도와 철도부문에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민영화는 더욱 거세게 몰아치게 되었다. 특히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시 철도분야의 개방 범위를 정해두지 않고 정부조달협정을 준용하기로 하면서 광범위한 철도 개방이 이뤄지게 되었다.

이로써 수서발 KTX 노선의 분할 민영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며 부분적으로 민자사업이 추진되었던 도시철도에 대한 외국자본의 참여도 전면화 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부는 (고속·일반)철도의 여객 및 화물 운영이 개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서발 KTX 노선 민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철도산업의 특성을 너무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한국철도는 기반시설과 운송사업 부문이 기관분리 된 상하분리의 형태이지만 철도산업의 특성상 기반시설과 운송사업 부문은 통합적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철도사업은 토목-운영 통합발주가 대부분이므로 상하통합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가 유리하지만 상하분리가 된 한국은 해외사업 추진 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철도시설공단이 담당하고 있는 건설부문을 개방한다는 것은 건설부문과 분리가 될 수 없는 신호, 제어, 전기 등의 운영분야까지 자연스럽게 개방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속철도 부문은 개방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우수한 해외기업들이 일반철도부문을 석권한다면 자국기업들이 고사되면서 고속철도부문도 개방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운영기관의 운영권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정부조달협정 개정으로 외국자본은 얼마든지 다른 경로를 통해서 한국철도를 좌지우지하고 종속화 시킬 수 있다.

앞에서 살펴 본대로 박근혜 정부의 철도정책은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정부의 철도정책은 장기적으로 국내외 자본을 따지지 않는 민영화의 서막을 열고 있으므로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수서발 KTX 노선 분할 민영화 반대에 직접 서명한 국민들이 100만 명을 넘었고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불통과 독단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는 박근혜 정부에게 국민의 뜻을 강력하게 알리기 위해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한국철도를 살리려는 국민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영수 기자는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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