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 넘는 벽화길...어머니와 손 잡고 걸어 보세요
바라만 봐도 동화가 술술 나올 것 같은 벽화골목 이야기
▲ 동화의 길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조성중인 '동화의 길' ⓒ 하주성
지난 10월 26일 지동의 한 벽에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우영)에서 주관한 '지동 시인의 벽' 조성을 하기 위해 30여명의 시인들이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지동 벽화골목은 올 해로 3년 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 11월 말까지 조성한 벽화가 총 1.7km 정도이다. 올 한해 그린 골목길만 520m나 된다.
지동 벽화골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벽화골목이다. 이곳이 딴 곳에 비해 색다른 것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꾸미고 있다는 점이다. 딴 지역의 벽화가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작품이라면, 지동 벽화 골목은 6세 어린이부터 70세 어르신들까지 참여를 했다. 거의가 자원봉사자들이다.
▲ 의좋은 형제산에서 절구를 주워 서로 사리가 좋은 형제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나쁜 형제도 절구를 주웠으나 서로 가지려고 하다가 절구를 깼다는 동화 ⓒ 하주성
색다른 소재로 이어가는 벽화골목
지동 벽화골목의 그림들은 화려하지 않다. 그래도 각 지자체에서 이곳을 벤치마킹 1순위로 꼽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동은 2011년도에 그린 골목과는 다르게, 2012년부터는 테마골목으로 그림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동안 조성한 골목의 그림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IT벽화길', '시인의 벽'이 조성이 되었다.
그리고 시인의 벽 건너편 골목에 '동화의 길'이 조성이 되고 있는 것이다.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우리가 어려서부터 눈에 익은 동화들을 만날 수가 있다.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 '용감한 3형제' 등 어머니가 들려주던 동화가 벽에 차례대로 그려져 있다. 그저 바라다만 보아도 이야기가 술술 나올 듯하다.
▲ 동화지동 동화의 길에 그려진 동화들. 토끼와 거북이, 용감한 삼형제, 어리석은 소, 개미와 베짱이(시계방향으로 ⓒ 하주성
국내동화, 외국동화가 벽마다 가득해
'동화의 길'은 지동 창룡문로 50번 길 일원이다. 지난번에 조성한 '시인의 벽' 건너편 지동어린이집 뒷길로 접어들면 된다. 길 초입부터 개미와 베짱이가 그려져 있다. 개미는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데, 베짱이는 매일 놀면서 음악만 하고 있다가 겨울을 맞아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벽화에 그려진 동화를 만나는 기분은 남다르다.
오르막 계단이 있는 곳에는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건너에는 '용감한 3형제'라는 외국동화가 그려져 있다. 이 동화는 우리나라의 '햇님 달님이 된 오누이'와 같은 내용이다. 그리고 아래편으로는 '의좋은 형제'와 '어리석은 소' 등 동화그림이 보인다. 그저 골목으로 접어들기만 해도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듯 하다.
▲ 벽화동화의 길에 그려져 있는 재미난 벽화 ⓒ 하주성
어머니와 함께 걸으면 좋은 골목
지동 벽화길 총괄감독인 유순혜 작가는 "이 동화의 길은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면서 해설을 해 주면 좋다"며 "굳이 이야기를 적지 않은 것은 어머니들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고, 아이들이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난 10월에는 고은 시인 등 내로라 하는 시인들이 시인의 벽을 조성한데 이어, 이번에는 동화의 길까지 조성이 되었으니 정말 전국 최고의 벽화마을이 된 셈"이라며 "앞으로 벽화골목과 노을빛 갤러리, 전망대 그리고 전통시장을 연결하는 문화콘텐츠 상품으로도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가 지동 집값이 엄청 뛰겠다며 웃는다.
주민들은 3년 째 이어가고 있는 지동벽화골목길 조성이 5개년 계획으로 총 3km가 넘는 벽화골목을 조성할 계획이다. 어떤 이야기들이 또 그려질 것인가가 기대된다고 한다. 지동 골목길을 돌아보는 재미가 점점 쏠쏠해진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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