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도 너무 착한' 짜장면, 드셔 보셨어요?
[전통시장 작심 먹방 기행②] 부산 용호동 '용호1동 시장'
몰염치한 대기업과 소비자의 외면 속에 활력을 잃어가는 전통시장. 하지만 그 속에 '참맛'을 본다면 안 가고 못 배길 터.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백화점이 기를 써도 대신 할 수 없는 그 맛. 바로 전통시장의 다채로운 먹거리를 찾아 출동한다. 다이어트가 시급하나 우리네 전통시장이 다시 서는 그날까지, 이름하여 '전통시장 작심 먹방 기행(紀行)'은 계속된다. - 기자 말
오전 11시. 성마름에 집을 나선다. 아침까지 거르며 기다린 점심식사를 위해. 두 번째 '먹방' 기행지는 '용호1동 시장'이다. 마을 골목을 따라 형성된 전통시장 특성상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이날 여정은 '이기대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했다. 어느 방향에서 오던 하차 지점에서 시장 입구는 금세다. 단, 간판이 따로 없으니 현지인에 조언 구하시길.
용호1동 시장은 상인들이 노상에 물건을 펼쳐놓고 파는 길가게보다 건물 내부에 자리한 상점들이 많다. 어릴 적 기억과 달리 많이 한산해진 풍경이지만 요리조리 좁은 길 걷다보면 모듬떡에 촘촘히 박힌 팥, 콩, 호두처럼 솜씨 좋고 분위기 정겨운 맛집들이 많다. 낡은 천으로 덮어둔 나만 아는 보물 같은 장소!
걷는 내내 생각만 해도 침샘을 자극한 바로 그 메뉴 짜장면이다. 차에서 내려 시장 골목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중국집 '짜장나라'다. 겉에서 보면 이웃한 여러 상점과 다를 것 없어 뵈지만 출입문 좌측 간판 문구가 맘을 사로잡는다.
'돼지기름,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웰빙 짜장면 1900원'.
비인도적 방식으로 가축을 대량 생산·도축하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알고 육식을 자제하고 있다 했었다. 그 덕분에 짜장면 한 그릇 편히 못 먹는 신세가 되었는데 이 얼마나 반갑던지. 주인에게 100% 식물정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확답을 받고 통크게 곱배기를 시켰는데, 그 가격이 무려 2500원!
몸에 좋다고, 값 싸다고, 맛 없는 음식 추천하지 않는다. 육고기가 없어서 행여 짜장 고유의 맛이 덜하지 않을까, 먹고도 허하지 않을까 하는 분들은 반드시 드셔 보시길. 또는 본인과 같이 이 맛난 음식을 '죄책감' 없이 실컷 먹고픈 분들도 얼른 드셔 보시길. 착한 재료에 착한 가격, 거기에 맛까지 완벽 그 자체다.
고급 음식점에만 코스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네 전통시장에도 애피타이저, 주요리, 디저트가 있다. 개인 취향따라, 주머니 사정따라 선택 가능하니 더더욱 좋다 하겠다. 중국집에서 시장 방향으로 1~2분만 걸으면 보이는 '할매 팥빙수·단팥죽' 가게. 부산 토박이 자매 할머니 두 분이 30년 전 문을 열었다.
이미 미식가들의 블로그, 맛집·여행 관련 기사에 빈번히 등장한 유명 맛집이다. 사실 그 유명세에 시큰둥해져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을라고' 했었다. 하지만 투박한 모양으로 소복히 담겨온 팥빙수를 한입 먹어보니 '와!' 감탄이 절로 일었다. 직접 쑨 팥에 잡다한 첨가물 없는 그 맛, 참으로 정직하면서 유쾌한 사람을 만난듯 했다.
'배가 부르다.' 맛 탐방이니만큼 '아까워도 남기자' 했는데 짜장면에 이어 팥빙수까지 다 먹었으니. 하지만 시장 중앙, 상점 밀집한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무언가 향긋하고 따뜻한 냄새가 다시금 위를 자극했다. 지금껏 먹은 음식과는 또다른 이끌림. 냄새를 좇아 가니 다시 건물 밖으로 통하는 길가 옆 빵집이다.
꽤 오래돼 뵈는 제과점. 이름은 '몽쉐리 Bakery'. 프랑스말로 '그리운 사람'을 뜻하는 '몽 셰리'의 오기(誤記)에 어딘가 생뚱맞은 영어 'Bakery'. 한낮 햇살 받으며 낡은 간판을 쳐다보고 있으니 정말로 그리운 감정이 솟아났다. 지난 시간 속에 기억, 흘러가는 지금, 나도 이 빵집도 없을 어느 미래 언젠가……. 시간을 거스르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넓은 내부에 갖가지 빵이 진열돼 있다. 유리문 안쪽 선반 위 구식 케잌이 인상적이다. 현란한 장식 가득한 요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어머니 차려주신 생일상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먹던 그 맛을 떠올리니 행복 가득한 설렘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침 등장한 갓 만든 생크림빵. 향기의 출처다. 한 개에 700원, 한 입 가득 베어 무니 기분좋은 꿈을 꾸듯 미소가 번진다.
이번에는 겉과 속이 제대로 푸짐한 한정식 가게다. 시장 중심가에서 한 블록 벗어나 '용호초등학교' 인근에 자리한 '엄지네집'이다. 9첩 반상 기준 7천 원, 11첩 반상은 1만 원이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직접 맛을 보고, 주인 아주머니 운영 철학을 들으면 기꺼이 주머니를 열고 싶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반찬에 화학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모든 식재료는 국산을 사용한다 했다.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드는 주인 아주머니는 밥집을 하면서 음식 문화의 위기를 몸소 체험했다고.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데 보람을 느껴요. 손님들이 깨끗이 비우고 간 그릇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동네장사인데 혹 어렵지 않냐" 했더니 입소문과 SNS 등을 통해 타지역 손님들도 많이 온다고. 예약시 1천 원이 추가되나 그만큼 찬이 더해진다. 그리고 당일 팔고 남은 음식들은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말 든 거 없어 보여도 너무너무 맛있는 국수 한 그릇 권한다. 이곳은 '이기대 입구'보다 '남부면허시험장' 버스 정류장에서 가깝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역시나 친자매 할머니 두 분이 7~8년 전 운영을 시작했다. 수년 전 맛집 관련 글을 쓴다고 이곳을 소개한 적 있는데, 당시 편집장이 사진만으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며 결국 기사를 보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말로 든 것 없어 뵈는 이 국수가 정말정말로 맛있다는 사실! 멸치로 낸 국물은 깔끔시원하고 면발은 딱 알맞게 쫄깃하며 화룡점정 삶은 부추 고물은 아삭하니 별미다. 얼큰한 맛을 원하면 테이블마다 놓인 다대기를 입맛대로 더하면 된다. 적은 양도 아닌데 젓가락질 몇 번에 금세 양푼이 바닥이 드러난다. 가격은 또한 착한 가격 2천 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익숙한 진실, 이 소박한 국수 한 그릇에 오롯이 담겨 있다.
▲ 부산 용호동 '용호1동시장' ⓒ 이명주
오전 11시. 성마름에 집을 나선다. 아침까지 거르며 기다린 점심식사를 위해. 두 번째 '먹방' 기행지는 '용호1동 시장'이다. 마을 골목을 따라 형성된 전통시장 특성상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이날 여정은 '이기대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했다. 어느 방향에서 오던 하차 지점에서 시장 입구는 금세다. 단, 간판이 따로 없으니 현지인에 조언 구하시길.
용호1동 시장은 상인들이 노상에 물건을 펼쳐놓고 파는 길가게보다 건물 내부에 자리한 상점들이 많다. 어릴 적 기억과 달리 많이 한산해진 풍경이지만 요리조리 좁은 길 걷다보면 모듬떡에 촘촘히 박힌 팥, 콩, 호두처럼 솜씨 좋고 분위기 정겨운 맛집들이 많다. 낡은 천으로 덮어둔 나만 아는 보물 같은 장소!
▲ 착한 재료, 착한 가격의 짜장면 ⓒ 이명주
▲ 용호1동시장 강력추천 맛집 '짜장나라' ⓒ 이명주
'돼지기름,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웰빙 짜장면 1900원'.
비인도적 방식으로 가축을 대량 생산·도축하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알고 육식을 자제하고 있다 했었다. 그 덕분에 짜장면 한 그릇 편히 못 먹는 신세가 되었는데 이 얼마나 반갑던지. 주인에게 100% 식물정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확답을 받고 통크게 곱배기를 시켰는데, 그 가격이 무려 2500원!
몸에 좋다고, 값 싸다고, 맛 없는 음식 추천하지 않는다. 육고기가 없어서 행여 짜장 고유의 맛이 덜하지 않을까, 먹고도 허하지 않을까 하는 분들은 반드시 드셔 보시길. 또는 본인과 같이 이 맛난 음식을 '죄책감' 없이 실컷 먹고픈 분들도 얼른 드셔 보시길. 착한 재료에 착한 가격, 거기에 맛까지 완벽 그 자체다.
▲ 유명한 '할매 팥빙수·단팥죽' ⓒ 이명주
▲ '할매 팥빙수·단팥죽' 가게 ⓒ 이명주
이미 미식가들의 블로그, 맛집·여행 관련 기사에 빈번히 등장한 유명 맛집이다. 사실 그 유명세에 시큰둥해져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을라고' 했었다. 하지만 투박한 모양으로 소복히 담겨온 팥빙수를 한입 먹어보니 '와!' 감탄이 절로 일었다. 직접 쑨 팥에 잡다한 첨가물 없는 그 맛, 참으로 정직하면서 유쾌한 사람을 만난듯 했다.
▲ 따끈달콤 '시장표' 생크림빵 ⓒ 이명주
▲ 용호1동시장 내 '몽쉐리 Bakery' 제과점 ⓒ 이명주
꽤 오래돼 뵈는 제과점. 이름은 '몽쉐리 Bakery'. 프랑스말로 '그리운 사람'을 뜻하는 '몽 셰리'의 오기(誤記)에 어딘가 생뚱맞은 영어 'Bakery'. 한낮 햇살 받으며 낡은 간판을 쳐다보고 있으니 정말로 그리운 감정이 솟아났다. 지난 시간 속에 기억, 흘러가는 지금, 나도 이 빵집도 없을 어느 미래 언젠가……. 시간을 거스르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넓은 내부에 갖가지 빵이 진열돼 있다. 유리문 안쪽 선반 위 구식 케잌이 인상적이다. 현란한 장식 가득한 요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어머니 차려주신 생일상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먹던 그 맛을 떠올리니 행복 가득한 설렘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침 등장한 갓 만든 생크림빵. 향기의 출처다. 한 개에 700원, 한 입 가득 베어 무니 기분좋은 꿈을 꾸듯 미소가 번진다.
▲ '엄지네집' 9찬 정식 ⓒ 이명주
▲ 용호초등학교 좌측 '엄지네집' 밥집 ⓒ 이명주
매일 새로운 반찬에 화학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모든 식재료는 국산을 사용한다 했다.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드는 주인 아주머니는 밥집을 하면서 음식 문화의 위기를 몸소 체험했다고.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데 보람을 느껴요. 손님들이 깨끗이 비우고 간 그릇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동네장사인데 혹 어렵지 않냐" 했더니 입소문과 SNS 등을 통해 타지역 손님들도 많이 온다고. 예약시 1천 원이 추가되나 그만큼 찬이 더해진다. 그리고 당일 팔고 남은 음식들은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 양푼이 국수 ⓒ 이명주
▲ 남부면허시험장 옆 '양푼이 국수' 가게 ⓒ 이명주
하지만 정말로 든 것 없어 뵈는 이 국수가 정말정말로 맛있다는 사실! 멸치로 낸 국물은 깔끔시원하고 면발은 딱 알맞게 쫄깃하며 화룡점정 삶은 부추 고물은 아삭하니 별미다. 얼큰한 맛을 원하면 테이블마다 놓인 다대기를 입맛대로 더하면 된다. 적은 양도 아닌데 젓가락질 몇 번에 금세 양푼이 바닥이 드러난다. 가격은 또한 착한 가격 2천 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익숙한 진실, 이 소박한 국수 한 그릇에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