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언론고시 3년 준비했는데, 시민기자 됐어요"

[찜e시민기자] 육아휴직 후 기사쓰기에 나선 전소현 시민기자

등록|2013.12.07 16:44 수정|2014.01.16 16:45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시민기자 이희동, 정가람, 곽지현, 오승주, 문운주, 김용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오마이뉴스>에서 육아기사를 쓰는 분들입니다. 부부가 함께 쓰는 그 엄마 육아, 그 아빠 일기부터, 예비 엄마의 태교일기 두근두근 엄마되기, 아내를 이해하는 아빠의 주말 육아 분투기를 담은 제이언니의 아빠일기까지 좋은 육아 기사를가 많은데요. 최근 이분들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초보시민기자가 있었으니, 바로 전소현 기자입니다.

가입한 지 한 달여간 4개의 오름 기사와 1개의 버금 기사를 쓴 전소현 시민기자. 굉장한(?) 타율 아닌가요? 이제 5개월 된 아이를 옆에 두고 기사 쓰는 내공이 궁금해지는데요. 그 비결은 바로 '아이'에게 있었군요. ^^ 전소현 시민기자님과 이메일을 통해 나눈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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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들어가면서 버킷리스트 작성, 그중 하나가 글쓰기

▲ 즐겁게 살자, 제 삶의 모토입니다. ⓒ 전소현




-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주부 시민기자가 무척 반가운데요. <오마이뉴스>에는 어떻게 기사를 쓰게 되신 건가요?
"<오마이뉴스>는 자주 눈팅하던 매체 중 하나였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콘셉트도, 인터넷만이 할 수 있는 '공동지식'을 보는 듯한 그런 재미를 주는 매체였습니다. 직장일을 하면서 가끔 시간이 날 때, 틈틈이 들어가 구경을 했었지만 직접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기사를 쓸 생각이 없었으니 회원가입도 하지 않았고….

11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난생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시간 1년을 얻게 되었습니다(물론 '아기키우기'라는 일도 해야 하지만). 그 1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는데요, 그중 하나가 '글을 쓰자'였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했을 때 '그럼 어디에 쓰지?'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오마이뉴스>였습니다. 내가 쓴 글을 평가받아볼 수도 있고,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지도 제3자의 눈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 기사 내용으로 유추하면, 출산 휴가 끝나고 복직하셨다가 지금은 허리 디스크 문제로 다시 휴직 하신 건가요? 기사가 순서대로 들어온 게 아니라, 제가 좀 헷갈리던데…. 질문의 요는, 지금 무슨 일을 하세요.

"맞아요. 제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역추적이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하고 있던 일은 한 인터넷 서점 어린이 도서 주니어 MD(marketing director)였습니다. 임신하고 출산 막달에 들어섰을 때, 저희 팀장님께 "기필코 3개월만 쉬고 돌아올게요"라고 찰떡같이 약속을 했었지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원래 있었던 허리디스크가 아주 심각하게 재발했습니다.

'그래도 설마 내가 일을 못 하겠어?'라며 자신만만하게 3개월 만에 복직했는데요, 와우…. 앉아 있을 수조차 없는 통증이더라고요.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그래서 다시 병가겸 아기도 키울겸 육아휴직 1년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희 팀장님과 다른 팀원분들께 죄송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아이를 돌보며 기사 쓰기 쉽지 않을 텐데요. 자투리 시간에 기사 쓰는 노하우라도 있나요?
"이제 5개월에 들어선 아기인데, 성격이 다행스럽게도 절 안 닮고 유순한 아빠를 닮았어요. 모빌 아래 두면 혼자 한 시간 정도 놀고, 초점책 보여주면 혼자 빤히 보며 30분 정도 놀고…. 다행스럽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아기라 기사 쓸 시간을 엄마에게 주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옴과 동시 아기는 남편에게 위임됩니다. ^^; 그때부터는 제 시간이에요."

- 기자님은 타율이 높은 시민기자로 꼽힙니다. 기자회원 가입 한 달인데, 오름 4개, 버금 1개라니요. 글을 좀 쓰시던 분인가요? ^^
"원래 글 좀 쓴다…는 절대 아니에요. 그 얼마나 거만한 이야기인가요. 이십 대 초반의 아름다운 시절, 제가 불태웠던 일이 바로 언론고시 준비였어요. 기자와 시사교양 PD를 목표로 준비했었지요. 그리고 정말 처참하게 모든 언론사에서 전멸당했습니다. '귀하의 인상적인 경력 및 면접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들로 인해~'라는 통보를 근 3년 꾸준히 받고 '이제 사람 구실 좀 하자'라고 스스로 말하며 지금을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3년 동안 차라리 돈을 벌었다면'이란 생각으로 후회할 때도 있지만, 그 기간이 없었다면 주변을 관찰하는 버릇, 관찰한 내용을 일기로 담는 버릇을 키울 수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그 시절을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그 시험 준비기간에 참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었지? 할 정도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하시던 기자님 붙잡고 정말 엄청나게 괴롭혔던 기억이 납니다. 써온 거 피드백 다 해 달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글을 쓴 경험은 이 정도(?)에요."

"좋은 세상 만드는 기사 쓰고 싶어요"

- 개인적으로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저도 4년째 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기사 보고 좀 부끄러웠거든요. 기사 나가도 뭐 달라진 건 없나요? 쪽지나, 독자 반응 등.
"옆집 아주머니가 매우 부끄러워하셨어요. 제가 자랑했거든요. '저, 이거 써서 오름 올랐어요~'하고. 쪽지나 독자 반응이 아주 적극적으로 왔던 그런 일은 사실 없었어요. 단지 제 일상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가 쓴 기사니, 행동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이웃들에게 열심히 인사를 하고 있어요. 가끔 떨떠름한 답인사를 받게 되어도 꿋꿋하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 지금처럼 '사는 이야기'를 통해 소시민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전소현


-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는데요, 하나 올리고 나면 약간의 두려움 및 조바심이 있지요. '생나무가 되면 어떡하지?' 이런 소심한 마음? 이런 마음이 기사 쓰는 데 어려운 점이라면 어려운 점일 것 같아요. 시민기자 입장에서는 왠지 내 글이 기사로서 가치가 있나 없나 평가받는 기분도 들거든요."

- 어떤 기사를 쓰고 싶으세요? 그리고 즐겨보는 <오마이뉴스> 콘텐츠가 있다면?
"젊었던(?) 이십 대 초반 시절에는 정치 기사를 많이 썼는데요, 돌이켜보면 전 지금도 저만의 정치철학이 확고히 잡히지 못한 것 같아요. 제 철학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니, '너의 기사의 어떤 부분은 어떻다'라는 의견을 들었을 때, 그것을 항변할 논리가 저에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가끔 정치 기사를 쓰고 싶지만, 그 부분은 공부를 더 하고 나서 다시 도전하고 싶고요(그 날이 언제 올지).

대신 지금처럼 '사는이야기'를 통해 소시민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엘리베이터와 이웃에 관한 기사나 저에겐 잊을 수가 없는 수능 날 손목시계 사건도 그런 맥락의 기사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저에게 일어났던 그리고 제 주변에 일어났던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되는 감동과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자그마한 콘텐츠를 쓰고 싶어요. 요즘 가장 즐겨보는 기사는 연재 섹션에 있는 곽지현 기자의 '두근두근 엄마되기'(아직 남일 같지 않아서)입니다."

- 새 시민기자이지만, 그 전에 독자였을 것 같은데. 독자로서 보는 요즘의 <오마이뉴스>는 어떤가요?
"모든 매체는 광고로 움직이지요. 인터넷 신문도 예외는 아니에요. 클릭 수, 페이지 뷰가 굉장히 중요하지요. 그래서 다소 제목이 거칠게 달리는 기사들이 있어요. 거의 모든 매체가 자극적이고 클릭을 보장하는 문구로 제목을 쓰고 있지요. 아주 작은 일도 '충격 고백' 정도로 제목이 편집되어 나가지요. <오마이뉴스>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지금도 물론 타 매체에 비해 심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급적 ^^;). 그리고 전 요새 컴퓨터 모니터보다 스마트폰으로 <오마이뉴스>를 훨씬 더 자주 접하는데요, 화면 구성이 역시 데스크톱 화면 편집을 따라가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다소 아쉽습니다."

- 편집기자들에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싶은 게 있었다면요.
"앞으로도 타율이 높은 기자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런 건 왜 안 물어보냐' 싶은 게 있다면?
"이메일 인터뷰를 하기엔 저… 비주얼도 괜찮아요. 이정도?! 하하하 100%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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