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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권한 침해? 혁신학교 성과 왜곡말라"

[분석] 서울교육청 감사결과... 교장권한 침해 사례 등 찾지 못해

등록|2013.12.04 18:29 수정|2013.12.04 20:29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감사 결과, 일부 보수언론의 혁신학교 비판이 사실과 동떨어진 보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이들 언론이 보도한 방만한 예산운영과 교사 다모임의 교장권한 침해 등을 사실로 받아들여 이를 근거로 내년도 서울형 혁신학교의 예산을 60% 이상 삭감하고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시교육청 정책감사 결과에서는 혁신학교 교사 다모임의 교장권한 침해 사례는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서울형 혁신학교의 교사와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예산삭감에 항의해 4일 오후 6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혁신학교 예산복원을 촉구했다.

교장권한 침해사례 발견 못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1일 공개한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실태 정책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감사대상 학교 8곳 가운데 4개의 초등학교에서 기존 직원회의 대신 '교사 다모임'을 열어 학교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3개 학교는 일부(혹은 전체) 부장교사를 교직원들이 직접 선출하거나 추천하고 있었다.

▲ 혁신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4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혁신학교 지키기 촛불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 전교조 서울지부 누리집


해당 학교는 감사단에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보다 적극적인 학교운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장이 승인한 사항으로 교장의 인사권 일부를 교사들에게 위임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초등학교 교원회의에서 담임배정과 부장교사 선출·추천이 이루어지는 사례는 초중등교육법 상 교장의 교무통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들 4개 학교의 교장(감)·교사와 면담을 실시하고 다모임 회의록 등을 검토했으나 학교장의 교무통할권을 침해한 구체적 사례는 발견할 수 없었음'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부 보수언론이 제기한 '다모임의 결정이 학교관리자의 권한을 침해하고 책임만 강조한다'는 주장의 실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적 의사소통에 의한 수평적 리더십을 요구하는 혁신학교를 기존의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일부 관리자들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이 이들의 견제심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구체적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감사결과 개선방향에 '일부 교사들이 교원회의가 최종 의사결정기구이며 학교장도 교원회의에서 다른 교사들과 동일한 1명로 발언권만 가진다고 생각하는 등 잘못된 견해가 나타난다'고 적었다.

혁신학교 예산지원 '정비 필요'

감사 보고서는 또 '서울형 혁신학교가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혁신학교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적어놓았다.

교육청에 따르면 혁신학교 운영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강사비와 인건비 등으로 전체 운영비의 38.3%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교무업무 정상화를 위한 교무행정 지원사 채용, 학습자료 보조, 방과후학교 보조사 채용 등에 따른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 지난 달 20일에는 서울 남부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이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로. 금천 지역의 혁신교육지구 사업비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강성란


상담교사가 없는 학교의 경우, 상담사를 채용해 학생상담을 활성화하는 한편, 교과와 창의적 체험학습을 연계시키고 상담교사가 담임교사나 생활지도교사 등과 공조해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사를 채용해 관심이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돌봄교실을 열기도 했다. 인건비 지출은 생활지도와 교육복지 혁신사업의 일부였던 것이다.

감사보고서는 또 일부 언론이 '떡값 천만 원' 등으로 악의적으로 보도한 간식비와 상품비에 대해서도 적정한 기준제시는 필요하지만 '지역여건이 열악한 학교에서 집행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학생의 동기부여 등 복지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혁신학교 지원예산의 적정규모와 집행기준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적정규모가 문용린 교육감이 주장한 '현 예산의 60%이상 삭감'인지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형 혁신학교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로 지정될 때 4년까지 안정적 운영을 보장한 만큼 2014년 지원예산도 본래대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혁신학교 운영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지 않으면 일반학교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형 혁신학교의 교원과 학부모들은  내년도 혁신학교 운영계획과 지원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해 달라는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 1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서명지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떨어도 먼지 안 난 '혁신학교'

졸속평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와는 달리 이번 정책감사는  ▲ 학교운영 혁신 ▲ 교육과정 혁신 ▲ 수업 혁신 ▲ 학생평가 혁신 ▲ 생활지도 혁신 ▲ 교육복지 혁신 등 혁신학교의 6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이들 학교의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는 또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운영하는 블록타임, 주기집중 수업, 학년통합 수업 등 다양한 교육과정 시도와 중간 놀이시간, 문화 예술교육 등 프로그램 운영사례를 소개한 뒤, 개선점으로 성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사들이 모임을 꾸려 수업연구와 공개수업 등을 진행한 수업혁신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들의 자발적 연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방안과 성과의 체계적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부실 평가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 시행을 위해 지난 8월 진행된 평가 편람 설명회 ⓒ 강성란


아울러 학생이 중심이 돼 토론과 합의과정을 거쳐 자율규범을 제정하고 이를 생활교육의 기초로 삼는 학생생활협약 등을 생활지도의 특징으로 꼽았고, 초등의 경우는 다모임을 통해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자치촉진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서술했다.

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예산삭감에 항의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지난달 28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해 온 학부모들은 4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혁신학교·혁신교육지구 지키기 교육공동체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박신영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혁신학교 운영비는 학교마다 교육활동 프로그램의 독창성과 자율성에 근거해 편성되고  집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감사과정을 살펴보면 혁신학교의 성과를 확인하려는 의도는 애당초 없었고, 먼지를 떠는 식으로 학교별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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