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매일 입는 '옷' 같은 존재" 국악인 오정해
국악인 오정해, 국악과 인생에 대해 말하다
▲ 국악인 오정해 ⓒ 블루문엔터테인먼트
12월 28일 오후 7시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국악인 한마당이 될 '송년국악콘서트'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오정해, 남상일, 서정금, 고금성, 이희문 등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국악인 스타와 영남국악관현악단이 함께 무대를 만든다.
국악인 오정해는 '송년국악콘서트' 출연진의 큰언니 격이다. 그녀는 1992년 '미스 춘향 선발대회' 출신으로 영화 <서편제>에 소리꾼 송화 역으로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오정해는 현재 연극, 뮤지컬 그리고 무대 사회까지 보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판소리 명창 김소희의 직계 제자이기도 한 그녀는 국악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정해에게서 국악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악과 연기 모두 열심이다. 국악과 연기 사이에서 갈등은 없는가?
"둘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면 아직 이 일들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기할 때는 연기에 집중하고 소리를 하러 가서는 소리꾼으로서 소리를 잘 내면 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가 어딘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연기할 땐 소리꾼 오정해를 떠올리게 해선 안 된다. 소리를 하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 판소리 창법과 뮤지컬 창법이 다른데.
"판소리는 진성으로 소리 내고 뮤지컬은 이 소리를 깎아내어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판소리를 오래 해온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뮤지컬을 하고 있는데 소리꾼 오정해가 떠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 국악의 조기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악은 '교육'이 아니라 '놀이'가 되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밌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악은 배워야 하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국악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과정을 체계화할 선생님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국악계의 현실은 국악인들이 교육계에 많이 남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국악계에 입문하는 국악인들이 많아져야 이러한 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 국악계는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인 것 같다."
- 여전히 대중은 국악을 낯설어한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국악은 우리 전통음악이다. 그러니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는 논리는 좀 아닌 것 같다. 대중들이 국악을 좋아하려면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국악을 대중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수익 창출이 안 되다 보니 홍보가 미흡했다. 그동안 이런 과정이 악순환 되어 왔다.
처음 국악 공연을 보러온 관객을 다시 국악 공연장에 오게 해야 한다. 관객에게 먼저 국악이 가볍고 재미있다는 인식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이 국악에 흥미를 가진 후 나중에 '이 음악의 뿌리는 이것이다'라며 깊은 전통음악을 보여주면 된다. '재밌다'를 '좋다'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무대 위 연주자가 먼저 재미를 느껴야 한다. 연주자가 흥에 취해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관객도 이 마음을 느끼고 저절로 흥에 취한다. 무대를 진행하는 사회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회자가 적당히 재밌는 얘기와 더불어 유쾌하게 무대를 풀어가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국악과 관객의 거리를 좁혀 나가야 한다."
- 오정해에게 국악이란?
"사람이 옷을 입지 않고 살 순 없다. 내게 국악은 옷 같은 존재다. 단지 때로는 캐주얼을 입고 때로는 격식 갖춘 정장으로 갈아입을 뿐이다. 옷을 입을까, 벗을까가 아니라 '오늘 무대에 어울리는 옷은 어떤 것일까?'라는 고민을 한다."
- 인생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있지만 질문을 받고 바로 생각나는 분은 판소리 명창 '김소희' 선생님이다. '김소희' 선생님은 국악인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이다. 내가 선생님의 살아생전 마지막 제자였기에 더 뜻깊다. 선생님은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 내가 바르게 살아가게 만들어주셔서 음악을 하든 연기를 하든 잘하게 된 것 같다. 또 한분은 '임권택' 감독님이다. 원래 연기자가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뤄주신 분이다.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나.
"공연장이든 개인적 만남이든 '오정해와 함께 있으면 즐겁고 행복했다'고 기억했으면 한다. 내 인생의 목표는 내가 즐거워지는 것이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것을 찾아 즐겁게 일하면 주위 사람들도 같이 행복해한다."
- '송년국악콘서트' 관객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국악 공연을 선택해서 공연장에 오기까지가 어려운 법이다. 그걸 알기에 일단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공연장에 올 때는 마음 편히 오라고 하고 싶다. 어렵게 발걸음 했으니 후회되지 않을 풍부한 무대를 보여드릴 것이다. 관객들이 공연 후 재밌고 좋았다고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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