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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입 시험, SAT와 ACT중 어느 것을 봐야할까?

강남 학원계의 과잉경쟁에 학생들 혼란만 가중

등록|2013.12.05 17:58 수정|2013.12.05 17:58
대표적인 미국 대학 입학 시험인 SAT시험과 관련해 불법문제 유출 등의 논란이 일면서 또 다른 미국 대학 입학 시험인 ACT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강남의 유학전문 학원들이 ACT와 관련된 강좌를 앞다투어 개설하며 학생을 유치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어떤 학생에게 어느 시험이 더 나은지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최근 필자를 찾아와 상담을 받았던 한 학생이 처음 꺼낸 말 또한 "ACT와 SAT에 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SAT 학원들은 무조건 SAT 를 보라고 하고, ACT 학원들은 무조건 ACT를 보라고 하니 갈피를 못 잡겠다"는 것이었다. 

ACT란 무엇인가?

ACT는 '미국 대학 시험'인 'American College Testing'의 약자로서 흔히 국제적으로더 잘 알려진 SAT와 경쟁하고 있는 시험이다. 특히 독해, 작문, 수학의 세 분야로 구성된 SAT와는달리 영어, 수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네 분야로 구성되어 더 근본적인 학생의 학업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고 주관사는 주장한다.

10월 말에 방한한 ACT 주관사의 데이빗 채디마(David Chadima) 부사장이 직접적으로 "ACT는 SAT에 비해 '표준 성취도 평가'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언급할 만큼 ACT는 꾸준히 SAT와 비교되며 경쟁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국내에서 SAT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ACT 가 대학입시에 있어 대체제로서 관심받고 있다.

다만 문제는 SAT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원과 ACT를 주로 가르치는 학원들이 서로 학생 유치를 위해 홍보에 치중할 뿐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부족하기에 학생 및 학부모들이 학생의 특성에 맞는 올바른 선택을 하지를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유학원에서 이와 관련해 강남의 유학 전문 학원 20곳을 상대로 전화로 상담을 해보았는데, 전체의 90%가 편파적이거나 잘못된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국내 유학 관련 학원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미국에서 ACT 응시자의 수가 SAT응시자의 수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특히 ACT학원들이 이 사실을 근거로 대학 입시에서 ACT가 SAT보다 선호되고 있으니 ACT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CT가 SAT보다 선호되고 있다?

우선 ACT 응시자의 수가 SAT 응시자의 수보다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2011년에 처음으로ACT 응시자는 총 166만6017명으로 166만4479명의 SAT 응시자 수를 앞질렀다. 그러나 이 수치는 두 시험 사이에서 대학들이 어느 시험을 더 선호하는가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의미가 적다.

미국 교육 관련 언론인으로서 명성이 높은 연합통신사(AssociatedPress)의 저스틴 포프(Justin Pope) 기자는 그 이유가 두 시험의 응시자의 수에는 두 시험의 신뢰도보다는 지역적 요인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tate Testing미국 교육개혁안에 의거해 ACT를 보게 하는 주들. 동북부와 서부보다는 중부와 남부에 밀집해 있다. ⓒ ACT Inc.


ACT 주관사의 홈페이지에 표시되어 있듯, 지역적으로 ACT는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선호되고 있는 반면, 서부와 동북부에서는 SAT가 더 많이 활용된다. 미국의 모든 주들은 1993년에 도입된 교육개혁안에 의거해 'state testing'이라는 이름 하에 고등학교 학생들 전체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부와 남부의 많은 주들은 ACT를 택하는 것이다.

중부와 남부의 주들이 ACT를 택하고 서부와 동북부의 주들이 SAT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럿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사회경제적인 요인이다. ACT 위주의 주들과 SAT 위주의 주들을 비교해보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소수의 예외를 빼고는 ACT 위주의 주들이 전체적으로 SAT 위주의 주들보다 경제적으로 뒤쳐지는 농업, 공업, 목축업 지역들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SAT 위주의 주들은 서부와 동북부의 대도시밀집의 상업 지역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SAT를 선호하는 주들에는 공립에 비해 등록금이 높은 사립 중고등학교들이 ACT를 택하는 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공립학교들은 교과 과정을 충실히 가르치는 데에 집중하는 반면 사립 학교들은 통칭 AP라고 불리우는 Advanced Placement(고등학교에서 대학인정 학점을 미리 취득할 수 있는 고급 과정)등을 통해 더 전문적이고 수준높은 훈련을 제공할 수 있다.

ACT는 여러 과목에서 순수하게 고등학교 과정을 얼마나 훌륭히 소화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게끔 만들어지는 반면 SAT는 고등학교 과정보다는 고도의 독해력이나 작문 등을 집중적으로 보기에 별도의 훈련 여부에 따라 성취도가 상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빠듯한' 중부 지역의 특히나 공립 학교들이 많은 주에선 고등학교 과정, 즉'내신'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는 ACT가 더 형평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는 것이다. 더 집중적인 수업을 통해 특화된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서부나 동북부 지역, 특히나 사립 학교들이 많은 주에선 ACT보다 SAT가 더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통계 수치보다는 학생의 성향과 진로를 고려해야...

정리하자면 평균적으로 서부나 동북부의 부유한 지역의 고급 교육을 거친 학생들은 SAT를 보는 경향이 있고 중부의 중저산층의 일반적인 고등학교 과정만을 거친 학생들은 ACT 를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성향은 대학 입시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는데, 매해 대학교들이 공개하는 입시 관련 자료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미국 동북부에 위치하면서 최고의 사립 대학교로 인정받는 예일대학교의 공개 자료를 보면 작년에 입학한 1학년 학생 중 84%인 1141명은 SAT 점수를 제출한 반면 35%인 482명만이 ACT 점수를 제출했다.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명문 주립 대학교인 버클리 대학교(University ofCalifornia-Berkeley)에는 무려 92%가 SAT점수를 낸 반면 38%가 ACT 점수를 제출했다. 그에 비해 대표적으로 전형적인 중부의 주립 대학교인 위스컨신 대학교 (Universityof Wisconsin-Madison)에는 18%의 학생만이 SAT 점수를 낸 반면 90%가 넘는 학생들이 ACT 점수를 냈다.

학교별 ACT와 SAT 비교미국의 대표적인 사립, 사립형 주립, 그리고 주립 대학교 별 2013년 입학자 분포. 사립과 사립형 주립대에는 SAT 응시생이 월등히 많은 반면, 주립대에는 ACT 응시생이 많다. ⓒ 강윤종


결국 '나는 ACT와 SAT 중 어느 시험을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학생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성향과 학생 스스로의 학업적인 장단점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이외에도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고 그에 맞게 세워야 할 입시 전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CT와 SAT는 그 성향에 있어서 다를 뿐이다. 연간 응시자 수 등의 수치만을 놓고 어느 시험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없으니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유학 전문컨설턴트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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