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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꼭 봐야할 천주교의 가르침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회교리' 영상... 삼성백혈병·밀양송전탑·쌍용차사태 다뤄

등록|2013.12.07 13:32 수정|2013.12.07 13:32

[천주교]사회교리! 이웃사랑의 약속입니다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왜 자신들이 사회와 정치에 참여하는지 말해주는 동영상을 제작해 발표했다.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향한 박근혜 대통령의 서슬 퍼런 말이다.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며 정권퇴진 미사를 열자 정부와 여당이 천주교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뿐 아니라 정홍원 국무총리, 윤창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까지 나서서 미사 강론에서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한 박창신 원로신부를 공격했다. 검찰도 박 신부 발언을 놓고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럼에도 천주교는 위축되지 않았다. 5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권퇴진 투쟁이 단지 전주교구만의 의지가 아님을 확인했다. (관련기사 : "시대의 불의를 침묵한다면 사제의 직무유기요 자기부정") 그뿐만 아니라 불교와 개신교, 천도교 등 종교계 전반으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의 정치참여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아래 정평위,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왜 자신들이 사회와 정치에 참여하는지 말해주는 동영상을 제작해 발표했다. 지난 4일 2013년 제3회 사회교리 주간을 맞이해 제작 배포된 이 동영상은 천주교 지도자들이 끊임없이 강조해온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기며,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정평위는 전국 모든 교구의 주교들이 참여하는 주교회의 공식 기구다.

정평위는 이 동영상에서 교황 레오 13세, 요한 바오로 2세가 강조한 '인간 존엄성의 우선적 가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용산참사, 이주노동자 문제, 쌍용차 강제진압 사태, 삼성백혈병 문제 등을 차례로 나열하며 '인간의 존엄이 돈과 권력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용훈 주교는 인터뷰에서 "우리 주변, 사회 안에 있는 아픔에 동참하지 않고 주님을 고백한다는 것은 거짓이고 위장된 행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영상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기, 형제·자매들의 죽음에 누가 애통해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어떻게 울어야 할지, 어떻게 연민을 경험해야 할지를 잊었습니다, 무관심의 세계화가 우리에게서 슬퍼하는 능력을 제거해 버렸습니다"라고 연설하는 장면도 담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물신주의에 물든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노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목에 나서는 등 사회참여를 강조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어서 밀양송전탑 피해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나와 천주교 사제와 수녀들의 미사와 기도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말한다.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은 "갈등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해 준 가톨릭 가족들 덕분에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정신적 치유를 담당하고 있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정해신 박사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주위의 무관심인데, 한국 천주교회의 대한문 미사는 '우리의 고통을 세상이 알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고 정의했다.

정평위는 이 동영상에서 "사회교리는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며,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의 '종북몰이'가 종교계까지 손을 뻗치는 상황에서도, 당당히 '사회교리'를 펼치는 천주교의 모습이 이 영상에 담겨있다.

한편, 정평위는 6일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 기관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을 비판하는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평위는 담화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 권력의 불법적 선거 개입과 이에 대한 은폐·축소 시도는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정치적 권리를 왜곡·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정보기관과 경찰, 군대 등 국가의 권력기구를 시민적 통제 아래 두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본질"이라며 "국가 권력이 법률과 사회적 합의로 정한 한계를 넘어선다면, 권력은 그것 자체로 불법이며 시민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에 대한 침해일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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