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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조금은 다른 시간여행에 대하여

[리뷰] 로맨틱 코미디 명가 워킹타이틀 신작...'러브 액츄얼리' 오마주도 보이네

등록|2013.12.06 15:44 수정|2013.12.06 15:44

▲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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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시간여행이 소재로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숙한 것, 혹은 되돌리고 싶은 걸 완벽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게 시간여행의 매력 아니던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유명한 제작사 워킹타이틀도 신작 <어바웃 타임>으로 시간여행에 눈을 돌렸다. 소재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단순히 '필 꽂히는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들기 프로젝트'인가 싶은 오해를 살 법하다.

과거에 어리바리한 행동으로 미래의 애인을 놓쳤다면, 시간을 되돌려 킹카 행세로 찌질한 행적을 세탁할 수 있다. 팀(돔놀 글리슨 분)은 축복 받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나이다. 어두컴컴한 장소에 들어가서 두 주먹만 움켜쥐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팀의 가문의 남자라면 대대손손 물려받을 수 있어서다.

만일 팀이 '여자 만들기'에 충실한 남자였다면, 아마 샤롯(마고 로비 분)처럼 매력적인 아가씨를 애인으로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여행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팀은 금발의 미인을 애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간여행을 단 한 번밖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설사 그 결과가 샤롯의 거절이었다 하더라도 팀은 샤롯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리진 않는다.

▲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팀은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한다. ⓒ UPI 코리아


팀이 시간을 몇 번이고 되돌리는 시점은 사랑하는 여자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와의 첫날밤이라는 걸 명심하라.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몇 번이고 시간여행을 반복하지만, 인연이 되지 않는 여자에게는 시간여행을 남발하지 않는다.

또 하나, 메리를 내 여자로 만드는 데 성공한 팀이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팀은 샤론과 얼마든지 잘 될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팀은 샤론과 잘 되는 길은 포기한 채 메리에게 최선을 다한다. 이는 <어바웃 타임>이 시도하는 시간여행이 내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작업하는 용도로 그릇 활용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이 영화에서 시간여행은 만능이 아니다. 옛 그리스에 여신이 출몰하고 다닐 때 여신에게 작업을 걸지도 못할뿐더러 과거에서 살짝 행보를 잘못 틀기만 해도 '나비효과' 마냥 현재가 뒤틀린다. 가족이 불상사를 당해도 되돌리지 못하는 시간여행을 도대체 어떤 짝에 쓰겠는가.

▲ 팀은 시간여행을 통해 꿈에 그리던 메리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내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 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한다. ⓒ UPI 코리아


<어바웃 타임>은 잘못된 과거를 고치는 '보수'용 시간여행이 아니라 지금 현재가 얼마만큼 소중한가를 보여준다. 시간을 되돌려도 고치지 못하는 과거가 있는 만큼, 현재를 충실하게 쌓아간다면 시간여행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미래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거나 담보로 잡는 태도를 로맨틱 코미디의 활용법으로 유쾌하게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바웃 타임>은 워킹타이틀의 사랑스러운 대표작 <러브 액츄얼리>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 속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 분)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사랑한다는 말 대신 글씨로 표현했던 것처럼, 아버지의 친구가 기획한 연극 속 배우가 대사를 잊었을 때 팀은 대사를 써 넣은 컨닝페이퍼를 배우에게 넘겨줌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러브 액츄얼리>가 절로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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