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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어서는 안 된다

전인교육에 역행하는 시간선택제 교사제도

등록|2013.12.06 13:50 수정|2013.12.06 13:50
최근 교육부는 2014년 교원임용 때 정원의 3%(약 600명)를 시간제교사로 뽑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사의 근무 시간의 절반만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교사는 정규직 교육공무원으로 교과 수업, 학생지도만을 담당하고 행정업무를 맡지 않는다. 5일간 오전에만 또는 오후에만 근무하거나 요일마다 자신이 원하는 근무시간에 하루 4시간 주 20시간 근무한다고 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각 부처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방침에 따라 2015년에는 800명, 2016년 1천 명, 2017년 1200명 등 앞으로 4년간 36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 한다.

현재 학교에는 정규교사 외에도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 전문 강사, 체육 전문강사, 시간강사, 방과후교사, 특기적성강사, 보조교사(특수학급), 인턴교사(과학)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교사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기간제교사란 비정규직 교사로 교육감의 발령을 거치지 않고 학교 측과의 계약을 통해 정해진 기간 동안 일하고 있는 교사를 말한다.

이를 테면, 교사가 근무기간 중 출산을 하거나 입원을 하는 등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학교장이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을 채용해 연가나 휴가를 낸 자리를 대신 하도록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 업무를 맡지 않고 수업만 하고 퇴근하는 시간선택제 교사들까지 등장한다면 학교는 어떻게 될까?

고백하건대, 서울의 소규모 중학교(20학급)인 우리학교는 40여명의 교사(비정규직 포함)중에서 담임업무가 곤란한 교사(교장, 교감, 부장, 특수직(보건, 진로, 상담, 특수학급, 영양, 사서))를 제외하면 담임교사를 할 수 있는 정규교사는 10여명 정도이고 나머지(10여개) 학급은 기간제교사들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소규모 학교에서 겪고 있는 현상이며, 이는 몇 년 전부터 정책이 바뀔 때마다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갈수록 정규직 교사의 비율도 줄어들고,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는 명목 하에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교사(영어 전문강사, 과학 전문강사, 체육 전문강사 등)가 있게 된 것이다.

"아니 학교업무에 대해 알고나 하는 소리야? 학교가 무슨 자리바꿈식 일자리 창구인지 아나? 어떻게 그런 정책을 내놓을 수가 있어?"
"아르바이트처럼 시간이 되면 나타나 수업만 하고 사라진다면 학생들 생활지도며 또 잡무처리는 누가하지?"

'시간선택제 교사'를 뽑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초·중·고교 교원 41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7%가 정규직 시간제 교사제도 도입에 반대했다"고 한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미향(47)씨는 "만약 내 아이를 시간제 교사와 전일제 교사가 맡아 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90만 원 가량의 급여에 4시간만 교육하고 퇴근하는 그들보다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해주는 전일제 교사가 맡아주는 것이 안심되고 믿음이 간다"며 "학부모 입장에서 보아도 시간제 교사는 교육적인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담임도 맡길 수 없고, 학생 상담도 할 수 없고, 수업준비 및 교재연구도 집에서 알아서 하는 교사로 채워지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교는 일자리 창출 대안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시간제 파트 타이머 식의 일자리 공간이 아니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아침부터 학생의 등교지도, 청소지도, 복장지도, 질서지도, 인성지도, 진로지도, 자기주도적 학습지도, 진로상담 등 등교시간부터 하교시간까지 학생들 생활의 모든 것이 교육의 대상이다.

수업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교재연구, 동학년, 동교과 간의 정보교류, 학습자료 제작, 방과 후 생활지도 등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업만 하고 사라지는 교사들이 모인 학교에서는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없다. 교육은 수업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등교시간부터 하교시간까지 학생들 생활의 모든 것이 교육의 대상이다.

교사가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교육에 임할 때 학생들에게 보다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거나 신분보장이 되지 못해 불안한 교사들로 어떻게 양질의 교육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시간선택제 교사는 철회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영미 씨는 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현재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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