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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 작은 마을을 생각하다

등록|2013.12.08 22:32 수정|2013.12.08 22:32
올해도 어김없다. 윗집에서 김장했다며 또 김치를 나눠주신다. 언제나처럼 시큼하니 양념을 아끼지 않은 푸짐한 집김치다. 뭘 이렇게 많이 주시냐며 반갑게 받아든다.

김장김치윗집 아주머니가 가져다 주신 방금한 김장김치 ⓒ 조영아


처음 이 아파트 이사 와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윗집 아이들 쿵쿵 소리에 놀라 뛰어올라갔었다. 아이들이 셋이던가, 넷이던가. 암튼 가만가만 다녀도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일로 한 번 언성 높여 싸우기도 했고 그 이후로 그 집 사람들이랑은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기를 며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백발이 성성한 작은 키의 할머니가 우리 집 벨을 누르셨다. 손에는 아낌없이 양념한 빛 좋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김치가 접시 가득 놓여 있었다.

그 이후로 벌써 몇 해째 이맘때마다 윗집 김치를 맛볼 수 있다. 사실 방금 전에도 윗집 아이들 뛰는 소리에 인터폰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었다. 벨소리에 문 열고 김치 받아들고는 순간 머슥했다.

요즘 '마을'이 화두인 모양이다. '크고 방대하게'를 넘어설 수 있는 건 '작고 짜임새 있게'가 아닌가 싶다. 작고 짜임새 있기 위해서는 먼저 너와 나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하찮은 일상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의미있게, 내 이웃의 친절을, 그들의 눈 감아줌을 감사할 줄 아는 너그러움을 가져야겠다.

아삭하고 시큼한 김치를 즐기며 나는 사려깊은 내 이웃들과 함께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낼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마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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