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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배반했던 정치인들 지금은?..."배알도 없나"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에 줄섰던 정치인들, 다시 내년 지방선거에

등록|2013.12.09 18:17 수정|2013.12.09 21:17

▲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7년 7월 9일 울산 남구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예비후보 초청 울산지역 당원교육에서 손을 들어보이는 박근혜 후보. 하지만 5일전 이명박 후보 때와는 달리 지역 정치인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의리를 저버린 사람들"이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 박석철


'격세지감', 요즘 지역정가 분위기를 보면 이 단어의 뜻을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지역언론을 장식하는 출마 예정자들의 소식을 보면 더욱 그렇다.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영남권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는 울산지역 정치현실에서 '여권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있다.

이런 현실은 지역 언론의 보도형태와 맞닥뜨려져 오죽하면 민주당 울산시당이 "지역언론은 여권의 후보군들의 사소한 동향기사를 실어 인지도 높여주기에 나서고, 행정에 집중해서 임기를 잘 마무리해야 할 단체장들도 조직화, 얼굴알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을까.

공천장을 거머쥐기 위한 여권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서 지난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대선 경선 때 벌어졌던 일이 다시금 떠오른다. 당시 대부분 지역 정치인들이 등을 돌렸고, 그때 박근혜 후보가 느꼈던 배반감이 새삼 떠오르는 것이다.

박근혜를 배반하고 이명박을 택했던 정치인들. 그들이 다시 정권이 바뀐 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에 구애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김무성, 박근혜에 등돌린 지역 정치인들 두고 "의리없는 정치인들 어디갔나"

박근혜 후보는 오랜동안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그가 지역으로 내려와 후보자의 손을 들어주면 당선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2004년 총선과 2005년 10·26 보궐선거, 2006년 지자체 선거 때 박 후보는 한나라당 대표로 있으면서 울산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의 유세 지원을 했었다. 지역 정치인들도 당선을 위해 박근혜의 지원을 절실히 바랐다.

특히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연설 중 커트칼에 다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울산지역 정치인들의 지원에 나선일로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에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음해인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열띤 후보 경선을 벌일 때도 당연히 지역에서는 박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2007년 7월 9일 오전 11시, 울산 남구 근로자복지회관에서는 열린 박근혜 예비후보 초청 울산지역 당원교육은 말그대로 '배반'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평소 박 후보가 각종 선거에서 울산에 올 때마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뒤따랐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지역의 정치인들이 대부분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중동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명박 후보의 강세를 보도하고 있는 시점이었고, 또한 5일 전 열린 이명박 후보 울산연설에서 대다수 정치인들이 참석해 환호한 후였다.

박 후보의 울산지역 선대위 공식 출범식이기도 했던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 정치인의 참석자수는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부족했다. 박근혜 후보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를 본 당시 박 후보 측 좌장 김무성 의원은 단상에 올라 "박근혜 후보가 총선과 지방선거, 보궐선거 등에서 도와준 정치인들이 모두 어디 갔냐"며 "이렇게 의리 없이 살아가야 되겠나, 나도 사나이인데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대세가 기울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당시 지역정가에서는 5일전 이명박 후보 연설에 구름처럼 모였던 지역 정치인들이 박 후보 연설에서는 대부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을 두고 "이명박 후보 눈치를 본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졌다. 그렇게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현재 출마를 예고한 여권 후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울산시장 4명, 남구청장 7명, 그외 4개 구군에서도 4~5명의 여권 후보들의 소식이 연일 지역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 후보들의 모습이 지역언론 지면을 채울 때면 너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부르짓는다. 지역언론에 보도되는 내년 지방선거 후보예정자들이 내세우는 자신의 치적에는 '박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곁들여지는 것이다.

한때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의리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박 대통령과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말들이 많다.

5년전 대선 경선 때 너나 할 것 없이 박근혜를 배반하고 이명박에 줄을 섰던 정치인들이 다시 박근혜를 들먹이며 반사효과를 노리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하는 것이다.

민주당 울산시당 한 당직자는 "아무리 의리가 없는 것이 정치판이라고 하지만 새누리당의 요즘 분위기를 보면 그런 속설을 다시한번 절실히 느끼게 한다"며 "배알이 없는 것인지, 권력욕이 그만큼 큰 것인지, 씁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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