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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성공 불공 스님에 자전거 동호회장까지 포상?

4대강 사업 포상자 주요 공적사항 현황 살펴봤더니... 이미경 의원 "여론 조작"

등록|2013.12.09 18:45 수정|2013.12.09 18:45
4대강 사업에 기여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수여한 훈포장의 주요 공적 중 대부분이 반대 여론 차단 등 노골적인 '4대강 홍보'에 편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특히 경찰청이 4대강 전담 정보관을 지정해 4대강 반대 집회·시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방부가 4대강 지원 부대를 창설해 약 10개월 간 운영한 사실이 주요 공적으로 인정되는 등 다소 황당한 포상 내역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기여했다며 수여한 1152명의 포상 내역에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공적들이 포함돼있었다(자료제공: 이미경의원실). ⓒ 캡쳐


역대 두 번째 최다 포상... 4대강 반대집회 차단하면 '포상'

<오마이뉴스>가 9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4대강 사업 포상자 주요 공적사항 현황'에는 종교계·학계를 비롯해 건설계·공무원 등 총 1152명의 공적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포상한 1615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중 경찰은 4대강 전담 정보관을 지정해 운영한 점이 공적으로 인정됐다. 경찰청 소속 김아무개씨는 "전담 정보관을 운영해 4대강 사업 성공적 추진을 견인하는 한편, 공사방해 등 불법행위를 엄정 대처해 불법 분위기 확산을 차단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아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경기도지방경찰청 소속 강아무개씨도 '4대강사업 진행 중 반대단체의 집단반발에 대해 정보를 예고하는 등 적절한 집회관리'로 근정포장을, 충청북도지방경찰청 소속 이아무개씨는 "환경단체 등의 현장점거 농성을 사전에 예방했다"는 이유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4대강 관련 집회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차단한 것이 공적으로 인정돼 포상을 받은 것이다.

국방부의 경우 기존에 알려진 '청강부대(4대강 사업지원을 위해 창설된 부대)'가 아닌, '4대강사업 군 지원관련 담당관', '4대강사업 군 지원 실무자' 등 모호한 직책으로 4대강 사업 성공에 기여했다며 포상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4대강 성공 추진 불공' 스님, 자전거 동호회장까지... 4대강 '무더기 포상'   

4대강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기원하는 불공을 드린 종교계 인사에게도 훈장이 수여됐다. 대한불교진각종의 최아무개 스님은 '4대강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새해 대서원 및 49일 불사를 개최'했다는 내용으로 국민훈장동백장을 받았다.

'종단의 간부 및 지역사찰 주지로서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 등에 대한 적극적 강연활동'을 펼친 대한불교천태종의 한 스님은 4대강 홍보에 기여했다며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거나, 자전거 동호회 회장으로서 자전거길 조성에 기여했다는 등 다소 황당한 이유로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경상남도 합천군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군민궐기대회를 전국 최초로 열어 원활한 사업 추진에 기여했다며 국무총리표창을 받았고, 문경의 한 산악자전거 동호회 소속 고아무개씨는 동호회 회장으로서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주행점검 및 문제점 발굴 등 자전거길 조성에 기여'한 공적으로 같은 표창을 받았다고 돼있다.

인터넷 신문사인 '뉴타임즈코리아' 소속 김아무개씨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에 '현장과 자료 확인, 반박기사로 그릇된 여론 차단에 기여'했다며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졸속으로 무더기 훈포장을 남발했다"며 "훈포장 내역을 보면 국가기관과 관련 단체를 전방위적으로 이용해 4대강 찬성 여론을 조작하려 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적 조서 원본을 공개하고, 공적 내용이 잘못됐을 경우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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