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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음독자살 노천 분향소 상인회는 "반대"

한전, 송전탑 공사 계속... 긴급구제 요청에 인권위는 '현장 조사'

등록|2013.12.10 17:59 수정|2013.12.10 17:59
'음독 자살'한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노천 분향소가 계속되고 있다. 고인의 유족과 주민들이 사흘째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인근 상인들이 분향소에 반대하고 나섰다.

노천 분향소는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 삼문체육공원 입구에 있다. 경찰이 천막 설치를 막아 주민들은 비닐을 씌워놓고, 영정과 향로는 시계탑 받침대에 놓아 두었다.

유족들은 고인이 사망한 지난 6일부터 사흘 동안 밀양농협장례식장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았고,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8일 오후 이곳에 분향소를 차렸다. 유족은 송전탑 공사 중단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10일에도 분향소 주변에 경찰대원들이 배치되었는데, 주민들과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8~9일 사이 천막·파렛트 설치 문제와 관련해 주민과 경찰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졌다.

▲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집에서 음독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 치료 중 사망한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노천 분향소가 10일로 사흘째가 되었다. 사진은 8일 오후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차려진 가운데, 경찰이 천막 설치를 못하게 해 이날 저녁 주민들이 비닐을 씌워 놓고 추운 겨울 밤을 보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지난 8일 오후 주민들은 밀양시청 앞,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 밀양역·밀양관아 앞 등 주요 지점에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았던 것이다.

대책위의 긴급구제 요청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에 이어 10일에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책위는 긴급구제신청서를 통해 "통행제한·소임 등으로 말미암은 민원 발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경찰이 법적 근거도 없이 분향소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 조사관은 "오늘도 조사 중에 있고, 중재를 하고 있다"며 "현재 상태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고, 중재가 성사될지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도로교통법·하천법 등의 근거를 들어 천막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인근 상인 "분향소 반대"... 한전, 송전탑 공사 계속

분향소 인근 밀양 삼문동 일대 상인들은 분향소 설치에 반대했다. 상인회는 10일 오전 대책위에 "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상인회는 "영남루 다리 입구 분향소 설치는 밀양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과 밀양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영남루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며 "삼문동민 뿐만 아니라 밀양의 많은 시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운동하고 산책하며 이용하는 체육공원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상인들은 "이곳은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등·하교를 하는 길목이고, 아직 가치관이 채 성숙하지 못하고 자아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영업 방해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상인들로부터 분향소 반대 의견을 들었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주민의 음독 자살에도 계속 송전탑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전은 10일에도 시공업체를 포함해 300여 명을 투입해 16곳에서 송전탑을 세우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전은 지난 10월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는데, 이번 주말께 밀양 단장면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81번과 89번 철탑이 완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지난 11월 25일경 단장면 84번 철탑의 조립을 마무리 지었다. 한전은 밀양 4개면에 총 52기의 철탑을 세워야 하는데, 조만간 작업 현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밀양 상동면 고정리에 돈사를 두고 돼지를 키우던 유한숙 할아버지는 송전탑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지난 2일 밤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6일 새벽 숨을 거두었다.

유족과 주민들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1월 한전 관계자로부터 집과 돈사가 보상·이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송전탑 반대 농성에 참여했고, 병상에 있을 때도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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