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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변호인의 현란한 주장,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기고] 추가기소된 121만 건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등록|2013.12.11 14:02 수정|2013.12.11 15:08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에서는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에 대한 역사적인 재판이 진행중이다. 추가 기소된 트위터 등 121만 건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은 위법한 증거수집임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이자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반박하는 글을 보내왔다. 그는 세 가지 차원에 대한 논증으로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편집자말]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지금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 등의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알다시피 이 사건은 최초의 기소 후에 두 차례의 공소장변경이 있었다. 73건의 게시글이 5만5689건으로, 다시 이것은 121만 건으로 추가되었다.

이쯤 되면 대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재판은 싱겁게 끝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원세훈 피고인은 여전히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판은 점점 쟁점을 달리하면서 뜨거워지고 있다. 도무지 이 재판의 끝이 어딜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이것은 피고인 원세훈과 변호인의 현란한 재판 기술 탓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채 확인되지 않은 2000여 만 건의 트위터 글이 그대로 검찰 특별수사팀의 품에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부인하지만, 121만 건의 2차 추가 기소 건은 2200여 만 건의 트위터 글 일부의 분석 결과에 불과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트위터 글은 미지의 탐험지로 남아있다.

이 미지의 탐험지를 둘러보고 평가할 책무는 특별수사팀에 있다. 하지만 그들의 지난 8개월 동안의 험난했던 무용담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어쩌면 이 일은 특별검사에게 맡겨야 할 일이라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외압과 수사방해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별수사팀에 대한 수사 외압 장애 말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법적, 기술적 장애가 제기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장애들 탓에 자칫 역사적 단죄라는 대의를 호도할 수 있는 우스꽝스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염려스럽다.

포괄일죄와 채 보지도 못한 2000만 건... 시간이 많지 않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이범균 부장판사(실명을 적시한 이유는 이 재판장 역시 이 역사적 흐름에 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는 이 사건의 재판장으로서 더는 공소장변경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원세훈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고 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아무리 중죄를 저지른 범죄인으로 법정에 섰다 하더라도 그의 헌법상 법률상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범균 재판장에 의하여 내년 2월 초 이전에 1심 판결이 선고된다면, 항소는 당연한 수순이다. 통상적으로 항소심이 1심보다 조금 더 빨리 끝나게 되면, 법률심인 상고심 이전의 사실심이 내년 여름 이전에 끝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상되는 재판 일정은 사실상 나머지 2000여 만 건의 원 트위터 글에 대한 특별수사팀의 추가적인 분석과 추가기소에 대한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상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종료된 듯한 분위기가 충분히 감지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과연 2000여 만 건의 원 트위터 글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면죄부를 받는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두 차례에 걸쳐 추가 기소된 원세훈의 공소사실 모두를 포괄일죄(수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1죄를 구성하는 것)로 보고 있다. 단일한 주체와 단일한 체계에 의하여 거의 대동소이한 내용을 선거라는 국면을 이용하여 동일한 방법으로 쓰고 퍼날랐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약 이미 기소된 원세훈 공소사실이 법원에 의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된다면, 후에 특검이 도입되어 나머지 2000여 만 건의 추가수사와 기소를 하더라도 모두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추가기소된 부분은 면소판결 혹은 공소기각판결을 면치 못하게 된다. 처벌을 못한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특검에 의한 추가기소의 시간적 한계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판결 선고시까지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증거능력에 대하여... 안기부 도청과 트위터 수집은 다르다

이제, 원세훈 변호인 측의 현란한 재판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변호인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다 쓰는 건 당연하다.

원세훈 변호인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한 강력한 이의, 공범에 있어서의 기능적 행위지배 즉 원세훈, 이종명, 민병주의 국정원 지휘부와 심리전단 각 팀 및 그 팀원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 구체적이지 않다는 강력한 항의, 트위터 계정과 트위터 글의 수집과정이 위법하다고 하는 독수독과이론(위법수집증거)에 근거한 증거능력의 부인을 하고 있다.

포괄일죄 여부는 위에서 언급했다. 121만 건의 추가기소가 있었고 그 바탕이 2200여만 건 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대응심리전을 가장한 지속적인 지시와 지시전달 체계에 따른 이행 그리고 이에 대한 점검 확인 정도라면 원세훈 피고인의 역할은 충분히 특정되었다고 본다. 그러면 이제 남는 것은 트위터 계정과 트위터 글의 증거능력의 문제이다.

역사적으로는 안기부 미림팀에 의하여 도청된 결과물을 노회찬 의원이 폭로한 삼성비자금 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 관련 피의자들이 모두 무혐의를 받은 사례가 있다. 이석기 의원 사건에서도 변호인들이 치열하게 국정원에 의한 녹취와 녹취록의 위법성을 다투고 있다. 모두가 구 안기부에서 현 국정원까지 대한민국 정보기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논점 ①] 트위터 계정과 게시글은 개인정보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세훈 공판에서 그 변호인의 위법수집증거에 의한 증거능력 부정 주장은 조금도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검찰은 시중의 빅데이터 업체 중 한 곳에서 2012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작성된 트위터 글 3200여 만 건과 120만 개의 트위터 계정을 제공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확보된 글과 계정을 통해 국정원 직원의 계정을 추적하였다.

그러면 우선 변호인이 주장하듯이, 검찰이 빅데이터 업체에게 제출받은 트위터 글과 계정이 개인정보인지를 보자.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란 해당 정보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킨다. '김갑동'이라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보면 되겠다. 변호인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것이 '김갑동'의 계정인지 알 수 있으니 개인정보라고 한다. 검찰은 아이디와 트위터의 내용 등 공개된 정보에 대한 열람만 했고, IP나 이메일 등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차단되어 있어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트위터 계정과 글 자체로 곧바로 이를 쓴 이용자를 식별해 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검찰이 계정과 글을 제공 받고 국정원 직원임을 식별하는데 여섯 달이나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검찰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이 수집한 트위터 글과 계정이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그 이후의 분석 작업을 거쳐 기소하기까지는 위법수집증거의 문제가 전혀 문제될 여지가 없다.

[논점 ②] 설령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만약, 일말이라도 빅데이터 업체에 의하여 수집되고 제공된 트위터 글과 계정이 개인을 식별해 낼 수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면, 이것을 수집·활용함에 있어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아마도 원세훈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국정원 직원이라는 트위터 이용자의 동의 없이 빅데이터 업체가 임의로 수집하고 검찰에 국정원 직원 관련 계정과 글을 제공했으므로 위법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트위터 이용약관에 이용자는 정보의 수집·보관·공개에 동의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하더라도 공개에 동의한 이상 빅데이터 업체가 글과 계정을 수집한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은 제18조 제2항 제7호에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면,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및 공소 유지를 위하여 검찰이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트위터 글과 계정을 제출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으므로 증거능력의 문제를 다툴 여지는 없다고 본다.

[논점 ③] 설령 개인정보 + 위법한 수집·제공이었다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설령 빅데이터 업체의 트위터 계정, 글의 수집제공이 위법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인(私人)의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법칙이다. 이것을 사인의 증거수집에도 적용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 박범계 민주당 의원. ⓒ 이희훈

판례의 입장은 이익형량설(공익 vs 사익)에 따라 개인의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과 사생활 보호 중 어느 것을 중하게 볼 것인가로 결정하는 것이다. 원세훈 피고인 사건에서 과연 국정원 직원의 불법적인 트위터 활동이 보호받을 사생활에 해당하는지는 상식을 가진 국민에 물어보면 그 답은 자명할 것이다.

따라서 빅데이터 업체의 정보수집 및 제공행위에 다소간의 위법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형량상 공익이 현저한 우위를 갖고 있으므로 증거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범균 재판장이 공판에서 언급한 판례인 2007년 11월 15일 선고 2007도3061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바로 이 이론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세훈 피고인 변호인의 현란한 주장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분명하나, 어느모로 보나 합당한 이유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범계 기자는 민주당 의원(법률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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