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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음독 사망 일주일째, 분향소 논란 계속

밀양시, 인권위 중재안 거부... 대구환경연합 "공사 중단 촉구"

등록|2013.12.13 12:39 수정|2013.12.13 12:39
'음독자살'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74세) 할아버지가 숨을 거둔지 1주일째를 맞았지만, 시민 분향소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 할아버지는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지난 2일 밤 집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했고, 6일 새벽 사망했다. 유족들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 8일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 인도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 '음독 자살'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고 유한숙(74살)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가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 시계탑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 윤성효


시민 분향소에는 유족들도 나와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당번을 정해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밀양경찰서와 밀양시는 이곳에 천막·컨테이너 설치를 못하게 해, 주민들은 비닐을 씌워놓았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는데, 인권위는 지난 9일부터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경찰-밀양시 등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분향소를 현재 위치에서 2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는 시민체육공원 둔치 주차장으로 옮겨 천막을 설치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인권위 조사관은 13일 오전 엄용수 밀양시장을 면담하고 중재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밀양시는 '중재안'에 따라 체육공원 둔치에 천막을 설치하는 것은 하천법 위반이라 보고 있다. 밀양시는 분향소를 고인이 살았던 마을(상동면) 쪽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상동면 쪽으로 분향소를 옮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분향소 주변에는 경찰대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지난 8~9일 사이 주민과 충돌이 벌어졌지만 이후부터는 특별한 마찰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유한숙 할아버지의 사망에도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를 밀양 4개면에 총 52기를 세울 예정인데, 현재 16곳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환경연합 "얼마나 더 죽이려 하는가"

13일 대구환경연합은 성명을 내고 "얼마나 더 죽이려 하는가, 송전탑 공사 즉각 멈춰라"며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공사를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고, 이로 인해 밀양주민들은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 제2, 제3의 이치우․유한숙이 나올 것만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유한숙 어르신의 죽음은 송전탑 공사 때문이란 것은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며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는 고인의 진술도 이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집안문제로 자살한 것일 뿐 송전탑 공사와는 무관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을 추모할 분향소조차 설치 못하게 만드는 이 나라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란 말인가?"라고 따졌다.

▲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에서 계속해서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에 대해, 대구환경연합은 지난 12월 10일 골안마을 장외순(80) 할머니가 공사 헬기가 뜨자 "저 놈의 소리에 치가 떨린다"며 막대기를 불끈 쥐고 일어선 것이라고 소개했다. ⓒ 대구환경연합


대구환경연합은 "설상가상 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계속해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어, 이로 인한 주민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대단하다"며 "공사현장은 대부분 경찰병력이 막아 선 채 그 안에서 한전 인부들이 공사를 계속해서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 주민들을 더 이상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당장 공사를 멈추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전과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대책회의 '12~22일 집중 추모기간' 운영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는 12일부터 22일까지 '집중 추모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전국대책회의는 12일 서울시청 광장에 고 유한숙 할아버지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서울시청 청원경비들이 막았다고 밝혔다.

전국대책회의는 "경찰이 깔개를 내리려는 차량을 견인 시도했으나 견인에는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서울시청 청원경비들이 분향소 탁자와 촛대 등을 파손하고 물품을 가져 갔으며, 화환도 부서졌다"고 밝혔다.

전국대책회의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밀양 주민들은 고인을 애도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얻지 못한 채 고인이 돌아가시던 날까지 공사현장 앞에서 국가폭력과 공사강행에 맞섰다"며 "고인의 분향소를 차리고, 고인을 추모하겠다는 밀양 주민들의 염원은 경찰의 폭력 앞에 무너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례식장에 화환을 보내면서 분향소 설치에 대해서는 폭력으로 맞서는 밀양경찰서장의 두 얼굴을 우리는 잊지 않겠다"며 "분향소에 발걸음 한 번 내딛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의 몽니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대책회의는 "한전의 공사 강행은 경계에 몰린 주민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이고, 고인의 유지를 무시하고, 밀양 주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며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한전과 정부는 지금 당장 송전탑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대책회의는 12일부터 22일까지 '집중 추모기간'을 정해 '국민 분향소 운영'과 '추모 문화제' '전국 집중 공동행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 '음독 자살'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고 유한숙(74살)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가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 시계탑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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