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 해야하는데... 마음을 간질이는 '대자보'
['안녕' 대자보] 태경 연세대 11학번
"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부모님의 보호 아래 생활하던 학창 시절, 몸과 마음이 모두 안녕하여 정치와 사회에 눈을 크게 돌려 관심을 쏟던 날들이 있었다. 정부의 어리석음과 이기로움에 치를 떨며, 나 조그만 하나라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세상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전진하던 나는 더 이상 안녕하지 못하여, 세상과 사회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 한 몸 간수하기 어려운데 어찌 세상을 논할 수가 있었겠는가. 나의 어린 꿈은 그 무게감을 견디지 못해 가슴 아래로 침잠하여 웅크리고만 있었다.
찬내 나는 이 겨울, 웅크림에서 벗어나 크게 일어서고 싶다. 그래서 외친다. 나는 지금 안녕하지 못하다! 그러나 고개 높이 들어 다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개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회 앞에 보란듯이 일어나 나를 안녕하지 못 하게 만드는 세상에 떳떳히 고하고 싶다.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 너희들은 참으로 안녕하신가!
14일 낮. 시간 나는 대로 바로 행진에 참여합니다. 작은 몸짓 하나, 삼각산을 일으킬지 못할지언정 바람 한 줌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함께 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응원합니다.
- 연세. 의학 11. 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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