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한전 앞마당에 시체 놓아 주세요"
[단독] '자살 시도' 밀양 동화전마을 권아무개씨... 유서 2장 써놓아
13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공사장 옆 황토방 농성장에서 다량의 수면제와 약을 먹어 자살을 기도했던 주민 권아무개(51)씨는 2장의 유서를 써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이날 오후 밀양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다시 삼성창원병원으로 이송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권씨는 이날 오전 혼자 96번 철탑 현장으로 올라갔으며, 현장에는 약봉지가 수십 개 발견되었다.
권씨는 2장의 유서를 써 놓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유서 2장을 살펴본 남편(57)은 "집사람의 필체가 맞다"고 말했다. 2장 모두 A4용지인데, 1장은 '유서'라 적어 놓고 맨 위에 '대통령님'이라고 해놓았다.
다른 1장은 '유서'라고 써 놓지는 않았지만, 권씨의 심경이 담겨 있다. 남편은 "유서라는 글자가 없는 종이에 쓴 글은 아마도 집사람이 약을 먹고 난 뒤에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씨는 유서에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강하게 요구해 놓았다. 또 권씨는 남편한테 "내가 죽으면 한국전력공사 앞마당에 시체를 놓아달라"는 주문까지 해놓았다. 다음은 유서 전문이다.
"유서. 대통령님.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을 위해 힘 없는 국민이 희생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국민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자기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것이지 기득권을 가진 일부 몇몇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금을 올리든 전기세를 올리든 일부를 위해 피해 보는 국민은 충분한 이해와 보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송전탑은 싫습니다. 국민을 천대시하는 공권력도 싫습니다. 얼마나 힘 없는 백성이 죽어야 됩니까.
나는 살고 싶습니다. 죽기가 정말 무섭습니다. 이런 억울한 죽음은 이젠 없기 바랍니다. 한전 사장은 똑똑히 들어라. 니 가족과 재산을 위해 지금이라도 남을 그만 죽여라. 아니면 천벌을 받는다.
◇◇아빠. 내가 죽으면 한전 앞마당에 시체를 놓아 주세요. 정말 송전탑 싫다. 동화마을 주민 권아무개."
다른 유서는 공사장 주변 접근을 막는 경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놓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 땅에 내 마음대로 산에 못 가는 일이 이 세상에 없다. 경찰과 한전 놈하고 이야기 주고받고 하는 것. 우리는 인가(간) 취급도 못 받받고. 왜 우리 땅을."
"경찰이 무전으로 '땡칠이 엄마 올라간다'고 말해"
권아무개씨와 남편은 동화전마을에서 밤·대추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부산에 살던 부부는 몇 해 전 이 마을에 집을 마련해 놓았고, 올해 초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이다.
권씨 부부는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에 적극 나섰다. 지난 11월 중순경 한국전력공사가 96번 철탑 공사에 들어가자 동화전마을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는데, 이들 부부도 함께 했던 것이다.
남편은 이때 다쳐 보름 정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권씨는 음독자살 시도 뒤 나흘만인 지난 6일 숨을 거둔 고 유한숙(74세) 할아버지의 빈소·분향소를 찾기도 했고, 지난 11일 저녁 밀양 영남루 계단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남편은 "집사람은 최근 들어 '죽는다'를 소리를 자주 했고, '내가 죽으면 송전탑이 서지 않겠지'라는 말을 했다"며 "최근 철탑이 자꾸 올라가고 하니까 주민들은 불안해 하는데, 집사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사람은 술을 마실 줄 모르는데, 수면제 등을 먹을 당시에는 술을 마셨던 덧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96번 철탑 쪽에 있는 황토방 농성장의 상황이 궁금해서 어제(12일) 올라가려는 것을 못 올가 가게 했고, 그러다가 13일 오전 혼자서 올라갔다"고 밝혔다.
남편은 권씨가 황토방 농성장으로 올라가기 전에 산 입구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는 "집사람이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니까 경찰은 마을 주민인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라 했고, 집사람은 농사짓는 사람이 무슨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니느냐며 한 동안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사람은 경찰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해 왔다"며 "집사람이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데, 경찰들 끼리 무전으로 주고 받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개를 '땡칠이'라며 '땡칠이 엄마 올라간다'는 말을 했던 것이고, 채증한다며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경찰에 당한 게 많이 억울하고 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에 못 올라가게 하는 경찰을 보니 악마 같다는 느낌"
권씨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수면제와 약을 먹은 뒤 남편한테 전화로 알려주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곧바로 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산 입구로 갔는데, 경찰에 막혔던 것이다.
권씨 남편은 "집사람한테 전화를 받고 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갔더니, 경찰이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했다"며 "사람이 산에서 약을 먹었다고 했는데, 못 올라가게 하는 경찰을 보았을 때 악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분노했다.
당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이 주민과 함께 산에 올라갔는데, 이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술을 마셨다고 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고, 황토방에 들어갔더니 약봉지가 늘려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밀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도 있었다. 주민들은 경찰에 헬기를 통해 권씨를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제시했는데, 경찰은 착륙이 불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96번 철탑 공사를 위해 헬기로 장비를 수도 없이 실어다 날랐는데, 헬기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며 "조금 뒤 119대원이 들것을 갖고 와서 권씨를 설득해서 산을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권씨 남편도 유서를 써서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는 "우리 부부 뿐만 아니라 송전탑 반대 주민 상당수는 유서를 써서 갖고 다닌다"며 "우리는 송전탑 공사 중단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불안하다.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고 이치우(당시 74세) 할아버지가 2012년 1월 16일 분신자살하고, 상동면 고정리에서 돼지를 키우던 유한숙(74세) 할아버지는 지난 2일 오후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병원 치료 중이던 6일 새벽 사망했는데,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높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2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던 한국전력공사는 대규모 경찰이 투입되어 주민들을 막고 있는 속에,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전은 밀양 4개면에 총 52기의 철탑을 세우는데, 현재 16곳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유한숙 할아버지의 음독자살에도 공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권씨는 이날 오후 밀양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다시 삼성창원병원으로 이송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권씨는 이날 오전 혼자 96번 철탑 현장으로 올라갔으며, 현장에는 약봉지가 수십 개 발견되었다.
권씨는 2장의 유서를 써 놓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유서 2장을 살펴본 남편(57)은 "집사람의 필체가 맞다"고 말했다. 2장 모두 A4용지인데, 1장은 '유서'라 적어 놓고 맨 위에 '대통령님'이라고 해놓았다.
▲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살면서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고 나선 주민 권아무개(51)씨가 13일 오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옆에 있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수면제와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는데, 권씨는 두 장의 유서를 써 놓았다. ⓒ 윤성효
다른 1장은 '유서'라고 써 놓지는 않았지만, 권씨의 심경이 담겨 있다. 남편은 "유서라는 글자가 없는 종이에 쓴 글은 아마도 집사람이 약을 먹고 난 뒤에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씨는 유서에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강하게 요구해 놓았다. 또 권씨는 남편한테 "내가 죽으면 한국전력공사 앞마당에 시체를 놓아달라"는 주문까지 해놓았다. 다음은 유서 전문이다.
"유서. 대통령님.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을 위해 힘 없는 국민이 희생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국민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자기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것이지 기득권을 가진 일부 몇몇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금을 올리든 전기세를 올리든 일부를 위해 피해 보는 국민은 충분한 이해와 보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송전탑은 싫습니다. 국민을 천대시하는 공권력도 싫습니다. 얼마나 힘 없는 백성이 죽어야 됩니까.
나는 살고 싶습니다. 죽기가 정말 무섭습니다. 이런 억울한 죽음은 이젠 없기 바랍니다. 한전 사장은 똑똑히 들어라. 니 가족과 재산을 위해 지금이라도 남을 그만 죽여라. 아니면 천벌을 받는다.
◇◇아빠. 내가 죽으면 한전 앞마당에 시체를 놓아 주세요. 정말 송전탑 싫다. 동화마을 주민 권아무개."
▲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살면서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고 나선 주민 권아무개(51)씨가 13일 오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옆에 있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수면제와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는데, 권씨는 2명의 유서를 써서 갖고 있었다. 사진은 유서 가운데 한 장이다. ⓒ 윤성효
다른 유서는 공사장 주변 접근을 막는 경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놓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 땅에 내 마음대로 산에 못 가는 일이 이 세상에 없다. 경찰과 한전 놈하고 이야기 주고받고 하는 것. 우리는 인가(간) 취급도 못 받받고. 왜 우리 땅을."
"경찰이 무전으로 '땡칠이 엄마 올라간다'고 말해"
권아무개씨와 남편은 동화전마을에서 밤·대추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부산에 살던 부부는 몇 해 전 이 마을에 집을 마련해 놓았고, 올해 초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이다.
권씨 부부는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에 적극 나섰다. 지난 11월 중순경 한국전력공사가 96번 철탑 공사에 들어가자 동화전마을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는데, 이들 부부도 함께 했던 것이다.
남편은 이때 다쳐 보름 정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권씨는 음독자살 시도 뒤 나흘만인 지난 6일 숨을 거둔 고 유한숙(74세) 할아버지의 빈소·분향소를 찾기도 했고, 지난 11일 저녁 밀양 영남루 계단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남편은 "집사람은 최근 들어 '죽는다'를 소리를 자주 했고, '내가 죽으면 송전탑이 서지 않겠지'라는 말을 했다"며 "최근 철탑이 자꾸 올라가고 하니까 주민들은 불안해 하는데, 집사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사람은 술을 마실 줄 모르는데, 수면제 등을 먹을 당시에는 술을 마셨던 덧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96번 철탑 쪽에 있는 황토방 농성장의 상황이 궁금해서 어제(12일) 올라가려는 것을 못 올가 가게 했고, 그러다가 13일 오전 혼자서 올라갔다"고 밝혔다.
남편은 권씨가 황토방 농성장으로 올라가기 전에 산 입구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는 "집사람이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니까 경찰은 마을 주민인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라 했고, 집사람은 농사짓는 사람이 무슨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니느냐며 한 동안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사람은 경찰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해 왔다"며 "집사람이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데, 경찰들 끼리 무전으로 주고 받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개를 '땡칠이'라며 '땡칠이 엄마 올라간다'는 말을 했던 것이고, 채증한다며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경찰에 당한 게 많이 억울하고 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에 못 올라가게 하는 경찰을 보니 악마 같다는 느낌"
권씨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수면제와 약을 먹은 뒤 남편한테 전화로 알려주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곧바로 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산 입구로 갔는데, 경찰에 막혔던 것이다.
권씨 남편은 "집사람한테 전화를 받고 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갔더니, 경찰이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했다"며 "사람이 산에서 약을 먹었다고 했는데, 못 올라가게 하는 경찰을 보았을 때 악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분노했다.
당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이 주민과 함께 산에 올라갔는데, 이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술을 마셨다고 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고, 황토방에 들어갔더니 약봉지가 늘려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밀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도 있었다. 주민들은 경찰에 헬기를 통해 권씨를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제시했는데, 경찰은 착륙이 불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살면서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고 나선 주민 권아무개(51)씨가 13일 오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옆에 있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수면제와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후송되어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가운데, 이날 저녁 남편과 박훈 변호사 등 주민들이 병원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이계삼 사무국장은 "96번 철탑 공사를 위해 헬기로 장비를 수도 없이 실어다 날랐는데, 헬기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며 "조금 뒤 119대원이 들것을 갖고 와서 권씨를 설득해서 산을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권씨 남편도 유서를 써서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는 "우리 부부 뿐만 아니라 송전탑 반대 주민 상당수는 유서를 써서 갖고 다닌다"며 "우리는 송전탑 공사 중단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불안하다.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고 이치우(당시 74세) 할아버지가 2012년 1월 16일 분신자살하고, 상동면 고정리에서 돼지를 키우던 유한숙(74세) 할아버지는 지난 2일 오후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병원 치료 중이던 6일 새벽 사망했는데,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높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2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던 한국전력공사는 대규모 경찰이 투입되어 주민들을 막고 있는 속에,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전은 밀양 4개면에 총 52기의 철탑을 세우는데, 현재 16곳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유한숙 할아버지의 음독자살에도 공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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