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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 김경희 '산송장' 만든지 몇 시간만에...

등록|2013.12.15 16:11 수정|2013.12.15 16:11

▲ 김경희가 치매에 걸려 '산송장'됐다고 보도하는 언론 ⓒ 다음


지난 3일 장성택 실각설부터 13일 처형까지 우리 언론들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단독'이라며 보도를 쏟아냈다. 장성택 측근이 중국의 망명했고, 우리 정부가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측근은 북한 핵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고, 단독보도한 언론 역시 후속보도를 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언론들은 장성택 처형이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 '부적절한 관계' 때문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장성택이 처형되자, 이제는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제1위원장 고모인 김경희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치매에 걸렸다", "장성택 처형 직전 이혼했다" 등의 제목으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언론들이 직접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 북한전문매체와 외신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희 치매"> 

"장성택 부인 김경희 중증 치매, 산송장 상태"-<뉴시스>
김경희, 심한 치매로 산송장 다름없다"-<헤럴드경제>
"北 '장성택 부인' 김경희, 사람 못 알아볼 정도로 노망났다"-<서울신문 >
"김경희, 8월부터 심한 치매..사람 못 알아볼 정도로 '산송장' 상태"-<조선일보>

<"김경희 장성택과 이혼">

日 아사히 신문 "장성택 처형 직전 김경희와 이혼"-<국민일보>
"장성택 처형 직전 김경희와 이혼했다"..김정은 지시 추정-<헤럴드경제>
"장성택 처형 직전 김경희와 이혼했다라는 정보 흘러나와"-< SBS >
"장성택 처형 직전 김경희와 이혼 정보"-<KBS>

김경희 치매 관련 기사는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에서 나왔다. <뉴시스>는 14일 평양소식통을 인용해 "장성택에 대한 본격적인 뒷조사가 이뤄진다는 것을 안 올해 4월부터 알게 모르게 한 마음고생이 심장질환과 노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7·27(정전협정 체결일) 전승절 행사에 참가할 때부터 주변 간부들은 이미 김경희의 병세가 깊어진 것을 직감했다"며 "이번 장성택 처형은 산송장이나 다름 없는 김경희에게 의논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김경희 이혼설은 일본 <아사히신문>이다. 우리 언론들은 14일 <아사히>는 북한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되기 직전에 부인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이혼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중국 선양발로 보도했다. 북한 고위간부 측근을 인용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지난 11일쯤 이혼이 이루어졌고 김경희 비서는 이혼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불과 몇 시간만에 김경희 건재설을 보도하는 언론 ⓒ 다음


<김경희 건재>

그리고 이번에는 김경희가 건재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北 장성택 부인 김경희 비서.."예상대로 건재"-<노컷뉴스 >
북한 김경희 건재한 듯…김국태 장의위원에 이름 올려-<KBS>
北 김경희 건재한 듯..김국태 장의위원에 이름 올려-<연합뉴스>
北 김경희 건재..김국태 장의위원으로 이름 올려-<경향신문>
김경희,장성택 처형 이후 일단 건재 확인돼..김책 장남 김국태 장의위원-<조선일보>

<연합뉴스>는  김경희 당비서는 조선중앙통신이 14일 공개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국가장의위원 명단에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장성택이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처형되면서 부인인 김경희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과거의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불과 몇 시간 전 김경희 당비서가 "산송장"이라며 앞다투어 보도한 언론들이 이제는 건재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북한 체제가 폐쇄사회이고, 정보도 불확실해 시간이 지나면 사실과 다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언론들은 북한 소식통과 외국 언론, 특히 일본 언론이 보도한 기사를 큰따옴표로 보도한다. "김경희 '치매, '산송장'" 같은 제목은 굉장히 선정적이다. 이같은 보도는 안보를 '상업주의'와 연결시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오보'라도, 책임지지 않는다. 김경희가 우리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리도 없고, 외국 언론이 보도한 기사를 "큰따옴표"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모든 보도가 그렇지만 특히 북한 관련 기사는 '속보'와 '선정성'보다 사실에 바탕한 '정확한 보도'와 '신중한 보도'가 생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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