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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학생들 '안녕 대자보' 훼손 막기 위해 밤새 지켜

16일 20여개 붙었으나 일부 훼손 ... 대학 "정치 관련 글 불가, 철거할 것"

등록|2013.12.17 11:11 수정|2013.12.17 11:34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사립)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이 훼손과 철거를 막기 위해 밤을 새워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게시판에는 16일경 20여개의 대자보가 붙었고, 이 가운데 몇 개는 훼손되기도 했다. 한편 대학 당국도 대자보를 철거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학생들은 16일 인제대 정문과 도서관 앞 등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였다. 그런데 이날 오후 누가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일부 대자보가 훼손됐다.

17일 오전 한 학생은 "어제 오후 6시경 누군지 모르겠는데 대자보를 찢고 간 사례가 있어, 학생 대여섯명이 게시판 앞에서 밤을 새워 지켰다"며 "밤 사이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경남 김해에 있는 사립 인제대학교 게시판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윤성효


▲ 경남 김해에 있는 사립 인제대학교 게시판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윤성효


인제대 대학 본부는 대자보를 철거할 방침이다. 인제대 학생복지처 관계자는 "학칙상 게시판에 붙이는 안내문은 게시판을 관리하는 본부(도서관)나 단과대학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도장이 찍혀 있지 않으면 내용과 관계 없이 철거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 관련한 내용의 대자보는 게시판에 붙일 수 없고, 현재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각 게시판 담당자가 철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자보를 붙였던 한 학생은 "어제 오후 대학 당국의 허락이 없으면 게시판에 붙일 수 없다고 해서 대자보를 들고 도장을 받으러 갔더니, 정치적인 내용이라 안된다고 했다"며 "환경미화 차원에서 철거한다고 하는데 막겠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어찌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사실 이러한 작은 소리를 내는 것조차 겁이 납니다. 불확실한 진로, 무한 경쟁에 막 발을 내딛는 저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괜찮은 척한, 안녕하지 못한 사람인가 봅니다"며 "그동안 안녕했던 제 자신에게 부끄럽기에 정치학도로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고 해놓았다.

철도 민영화와 밀양 송전탑 등을 거론한 그는 "공정해야 할 언론사에서는 진실을 감춘 채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며 "소통행 할 정치가 불통의 정치로 되어가고 있으며,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의 경우엔 종북 딱지를 붙이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들은 목소리 내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며 "하지만 우리가 소리내기를 꺼려한다면 주어진 권리를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쓴 학생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는 국가기관이 대대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관련자에 대한 마땅한 처벌하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자신이 권리를 행사하며 말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은 국론분열이니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합니다"고 써놓았다.

그는 "국민이 자신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을 빨갱이 짓이라며 낙인을 찍습니다. 국민이 부정선거에 대해 의문을 제시해도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아 댑니다"며 "이건 아닌데,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는데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라고 덧붙여 놓았다.

▲ 경남 김해에 있는 사립 인제대학교 게시판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윤성효


▲ 경남 김해에 있는 사립 인제대학교 게시판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윤성효


다른 한 학생은 "이 글을 선동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는 여러분을 선동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후퇴되고 권리가 침해 당하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고자 이 글을 쓴 것입니다"며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아직도 나와는 상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나요. 아니면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를 핑계로 뒤로 숨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라고 물었다.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는 대자보를 쓴 학생은 "학생들은 학점 관리와 각종 스펙 쌓기에 몰두해 있습니다. 입학 초 꿈꾸었던 대학생활은 온데간데 없고 취직하기 위해 오늘도 시험공부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모두 '안녕'들 해보입니다"며 "하지만 세상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독재에 맞서 싸우며 선배 대학생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이 땅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고 써놓았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등에 대해 언급한 이 학생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우리의 권리가 침해 당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습니다"며 "그런데도 나와는 상관없다고 외면하시나요? 아니면 정치적 무관심 또는 혐오를 핑계로 뒤에 숨고 계실 것은 아닌가요? 지금까지 침묵하고 계신다고 힘드시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정녕 지금 안녕도 하십니까?"라고 해놓았다.

경남지역에는 15~16일 사이 경상대, 창원대, 경남대 등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어 있다.

▲ 경남 김해에 있는 사립 인제대학교 게시판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윤성효


▲ 경남 김해에 있는 사립 인제대학교 게시판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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