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에도 인디? 독립 보드게임을 만나보자!
<팀웍>,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디자이너 메모선장의 이야기
독립게임, 인디게임이라고 말하는 이것은 자본적인 정신과 실험적인 정신이 함께한다. 외부 자본과 퍼블리셔의 힘에 기대지 않고 제작한 게임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립게임은 창작자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게임들이 많은데 이것은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고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메이저 시장과 비슷한 게임을 만든다면 그들의 자본력과 마케팅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회사에 취직한다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하라는 일만 해야 한다. 창작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독립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내놓는다.
기존의 게임들과는 다른 게임을 만들고, 게임에는 실험정신이 깃든다. 하나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이들의 창작 욕구를 불태운다. 그렇게 하나의 게임이 세상에 태어나고, 대다수는 금세 잊히고 소수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중 극소수의 게임은 세계의 게임시장을 놀라게 한다.
흔히 독립게임 하면 PC나 콘솔, 모바일 플랫폼의 비디오게임을 이야기하지만, 보드게임과 TRPG도 독립게임이 있으며, 인디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1월 26일 기자가 운영하는 <한국독립게임마당>에서 출시한 전략 카드게임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디자이너 메모선장(이건해) 역시 출시 이전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디지털 출판 프로젝트를 열어 후원 모금을 했었다.
이건해씨는 유명한 보드게임 논평가이자 개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 단편 소설과 수필, 여행기 등을 전자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보드게임 출판 기업인 <피스크래프트>에서 출시한 대학의 조별과제를 풍자한 파티형 보드게임 <팀웍>을 디자인했고, <한국독립게임마당>이 판매 중인 SF 전략 카드게임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을 디자인했다.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은 세계적인 보드게임 사이트 <보드게임긱(BoardGameGeek)>의 크리스 한센(Chris Hansen)이 PNP(Print-And-Play, 사용자가 인쇄하여 플레이하는 방식) 뉴스에 소개하기도 했다.
기자는 우리나라의 독립게임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통해 독립 보드게임 디자이너 이건해씨의 인터뷰를 공개하기로 했다.
-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기사를 보고 있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메모선장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가끔 보드게임 리뷰나 후기를 올리는 블로거다. 네이버 포스트에서 여행기나 수필도 연재하고 있고, 개인 출판사로 전자책도 출판하고 있지만, 인지도는 아무래도 시장이 좁은 보드게임 쪽에서 더 높은 것 같다."
- 가장 좋아하는 보드게임이 무엇인지, 어떤 점이 좋은지 묻고 싶다.
"좋아하는 게임은 여럿 있지만 딱 하나만 뽑으라면 <도미니언>을 뽑고 싶다. 기본 규칙이 간단해서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데, 매번 판이 변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효과적인 전략을 새로 짜야 해서 질리지 않는다. 가끔 기발한 콤보가 튀어나오면 이기지 못해도 즐겁다."
- 왜 보드게임을 디자인하게 되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나.
"보드게임 디자인은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문방구에서 파는 2천 원짜리 게임처럼 말판으로 진행하는 게임을 만들다가, 잡지에서 <매직 더 개더링> 공략을 보고 세상에 이렇게 기발한 게임도 있구나 싶어 비슷한 카드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뒤로 가끔 이런 걸 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러면 적어뒀다가 시간이 나면 만들어 본다. 만들어보기 전에는 재미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 <팀웍>은 어떤 게임이며, 어떤 계기로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각 플레이어가 차례대로 숫자 카드를 내는데, 같은 색깔은 같은 조가 되어 낸 숫자의 평균을 점수로 받는 파티 게임이다. 풍자적이라 조별 과제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고, 제작 계기 자체가 조별과제에 있었다. 한 번은 학교에서 네 명짜리 조별 과제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한 명은 잠수하고, 한 명은 연락이 안 되다가 뒤늦게야 취직해서 못 나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네 명짜리 과제를 둘이 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는데, 그러다 문득 이걸 시뮬레이션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제작은 굉장히 단순한 이유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기사를 읽을 분들에게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이 왜 만들어졌고, 어떤 게임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매직 더 개더링>과 <레이스 포 더 갤럭시>라는 게임을 좋아해서 전파하고 싶었는데, 이 게임들이 좀 어려워서 주변에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의 장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으면서 쉬운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0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레이스 포 더 갤럭시>처럼 손에 든 카드를 자원으로 지급해서 우주를 개척하며, 그렇게 내려놓은 카드의 기능을 활용해서 온갖 행동을 하고 서로 견제하는 게임이 되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TCG를 해 본 사람이면 더 신 날 게임이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실물 생산 작업은 인쇄소를 비롯해 메모선장과 보드게임 동아리 회원들이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물 생산 과정에 대해 궁금해할 대중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가.
"소량 생산이라 공정 전체를 업체에 맡길 수가 없었다. 결국, 카드 따로, 박스와 스티커 따로, 설명서 따로 주문한 뒤, 동아리방에서 조립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카드를 번호대로 쌓아놓고 두 장씩 모아서 지퍼백에 넣었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박스에 스티커를 붙인 뒤 카드와 매뉴얼을 넣었다. 여덟 명 정도가 이틀간 작업했다. 도와준 사람들에게 아직 밥 한 끼 못 사서 악덕 사장이 된 기분이다."
- <한국독립게임마당>을 통해 위탁판매 중인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경우 일반적인 보드/카드게임의 출판 경로와는 차이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한국독립게임마당>과 계약을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나.
"텀블벅 프로젝트가 끝난 뒤 한동안 쉴 생각이었는데 연락이 왔다. 텀블벅 프로젝트 목적이 원래 '개인이 아이디어와 기획만으로 보드게임을 출시하는 선례를 만들어 진입 장벽을 낮춰보자'는 것이었는데, <한국독립게임마당>의 취지도 비슷해서 마음에 들었다. 보드게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고 이를 계기로 인디 보드게임이라는 층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카드에는 삽화가 들어있지 않다. 컬러셋과 그러데이션 컬러셋을 응용한 스트라이프 레이아웃을 채용하고 있는데 순수한 게임의 재미를 원하는 사람들은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재미에 만족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현재 판매 중인 KIGS 에디션(초판)의 판매가 종료되면 삽화가 들어간 확장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해외 출시도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하다.
"게임 장르가 SF인데다 카드 종류가 많아서 소규모로 메이저 시장 게임들처럼 제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고, 전략 카드게임 상당수가 하다 보면 그림은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삽화를 포기하고 직관적, 감각적인 레이아웃으로 디자인했다. 충분히 아이디어가 모이면 확장을 만들 예정이고, 이때는 삽화를 넣고 싶다. <보드게임긱>의 공개판을 보고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가 새 디자인을 만들어 올려주기도 했는데, 이걸 보니 외국에서 더 좋아할 게임이겠구나 싶었다. 해외 출시도 가능하다면 하고 싶다."
- 최근 종방한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온 보드게임이 대중들로부터 일시적인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이라는 문화는 대중의 관심이 부족한 분야이기도 한데, 디자이너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보드게임 산업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의견을 말해줄 수 있나.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체를 통해 보드게임이 소개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시도에 덧붙여 대학가 공략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학가에는 보드게임을 할 사람과 시간과 공간이 있다. 그리고 인디 보드게임이 소개되고 평가받고 발매되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도 있다. <비콘>과 크라우드 펀딩이 좋은 창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각각 단발적이고 파편적이라 정보가 집적되지 않고 층을 이루기 어렵다. 층이 이루어져야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해보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포기하지 않고, 그래야 좋은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기 바란다.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을 살 수 있지만 물 없이는 3일도 버티지 못한다. 창작에 있어 음식은 돈이고, 물은 비평이다. 영화처럼 보드게임에도 많은 사람의 논평이 집적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보드게임이나 TRPG는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의 문화다. 이 때문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만나보기 어렵고, 만들어보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하여 맨땅에 헤딩하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출시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고, 누군가 시작을 하게 되면 다음 주자들이 실패할 확률은 줄어든다. 한국에서 자유로운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이러한 창작 문화가 사람들에게 거리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존의 메이저 시장과 비슷한 게임을 만든다면 그들의 자본력과 마케팅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회사에 취직한다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하라는 일만 해야 한다. 창작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독립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내놓는다.
기존의 게임들과는 다른 게임을 만들고, 게임에는 실험정신이 깃든다. 하나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이들의 창작 욕구를 불태운다. 그렇게 하나의 게임이 세상에 태어나고, 대다수는 금세 잊히고 소수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중 극소수의 게임은 세계의 게임시장을 놀라게 한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여러 이유로 삽화가 들어있지 않은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카드들. 대신 직관적인 색채 레이아웃을 채용했다. ⓒ 한국독립게임마당
흔히 독립게임 하면 PC나 콘솔, 모바일 플랫폼의 비디오게임을 이야기하지만, 보드게임과 TRPG도 독립게임이 있으며, 인디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1월 26일 기자가 운영하는 <한국독립게임마당>에서 출시한 전략 카드게임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디자이너 메모선장(이건해) 역시 출시 이전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디지털 출판 프로젝트를 열어 후원 모금을 했었다.
이건해씨는 유명한 보드게임 논평가이자 개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 단편 소설과 수필, 여행기 등을 전자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보드게임 출판 기업인 <피스크래프트>에서 출시한 대학의 조별과제를 풍자한 파티형 보드게임 <팀웍>을 디자인했고, <한국독립게임마당>이 판매 중인 SF 전략 카드게임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을 디자인했다.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은 세계적인 보드게임 사이트 <보드게임긱(BoardGameGeek)>의 크리스 한센(Chris Hansen)이 PNP(Print-And-Play, 사용자가 인쇄하여 플레이하는 방식) 뉴스에 소개하기도 했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 박스아담한 크기의 박스 뚜껑에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 한국독립게임마당
기자는 우리나라의 독립게임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통해 독립 보드게임 디자이너 이건해씨의 인터뷰를 공개하기로 했다.
-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기사를 보고 있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메모선장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가끔 보드게임 리뷰나 후기를 올리는 블로거다. 네이버 포스트에서 여행기나 수필도 연재하고 있고, 개인 출판사로 전자책도 출판하고 있지만, 인지도는 아무래도 시장이 좁은 보드게임 쪽에서 더 높은 것 같다."
- 가장 좋아하는 보드게임이 무엇인지, 어떤 점이 좋은지 묻고 싶다.
"좋아하는 게임은 여럿 있지만 딱 하나만 뽑으라면 <도미니언>을 뽑고 싶다. 기본 규칙이 간단해서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데, 매번 판이 변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효과적인 전략을 새로 짜야 해서 질리지 않는다. 가끔 기발한 콤보가 튀어나오면 이기지 못해도 즐겁다."
- 왜 보드게임을 디자인하게 되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나.
"보드게임 디자인은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문방구에서 파는 2천 원짜리 게임처럼 말판으로 진행하는 게임을 만들다가, 잡지에서 <매직 더 개더링> 공략을 보고 세상에 이렇게 기발한 게임도 있구나 싶어 비슷한 카드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뒤로 가끔 이런 걸 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러면 적어뒀다가 시간이 나면 만들어 본다. 만들어보기 전에는 재미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 <팀웍>은 어떤 게임이며, 어떤 계기로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각 플레이어가 차례대로 숫자 카드를 내는데, 같은 색깔은 같은 조가 되어 낸 숫자의 평균을 점수로 받는 파티 게임이다. 풍자적이라 조별 과제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고, 제작 계기 자체가 조별과제에 있었다. 한 번은 학교에서 네 명짜리 조별 과제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한 명은 잠수하고, 한 명은 연락이 안 되다가 뒤늦게야 취직해서 못 나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네 명짜리 과제를 둘이 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는데, 그러다 문득 이걸 시뮬레이션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제작은 굉장히 단순한 이유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기사를 읽을 분들에게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이 왜 만들어졌고, 어떤 게임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매직 더 개더링>과 <레이스 포 더 갤럭시>라는 게임을 좋아해서 전파하고 싶었는데, 이 게임들이 좀 어려워서 주변에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의 장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으면서 쉬운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0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레이스 포 더 갤럭시>처럼 손에 든 카드를 자원으로 지급해서 우주를 개척하며, 그렇게 내려놓은 카드의 기능을 활용해서 온갖 행동을 하고 서로 견제하는 게임이 되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TCG를 해 본 사람이면 더 신 날 게임이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실제 실물 생산한 카드들을 분류하는 작업 ⓒ 메모선장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실물 생산 작업은 인쇄소를 비롯해 메모선장과 보드게임 동아리 회원들이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물 생산 과정에 대해 궁금해할 대중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가.
"소량 생산이라 공정 전체를 업체에 맡길 수가 없었다. 결국, 카드 따로, 박스와 스티커 따로, 설명서 따로 주문한 뒤, 동아리방에서 조립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카드를 번호대로 쌓아놓고 두 장씩 모아서 지퍼백에 넣었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박스에 스티커를 붙인 뒤 카드와 매뉴얼을 넣었다. 여덟 명 정도가 이틀간 작업했다. 도와준 사람들에게 아직 밥 한 끼 못 사서 악덕 사장이 된 기분이다."
- <한국독립게임마당>을 통해 위탁판매 중인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경우 일반적인 보드/카드게임의 출판 경로와는 차이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한국독립게임마당>과 계약을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나.
"텀블벅 프로젝트가 끝난 뒤 한동안 쉴 생각이었는데 연락이 왔다. 텀블벅 프로젝트 목적이 원래 '개인이 아이디어와 기획만으로 보드게임을 출시하는 선례를 만들어 진입 장벽을 낮춰보자'는 것이었는데, <한국독립게임마당>의 취지도 비슷해서 마음에 들었다. 보드게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고 이를 계기로 인디 보드게임이라는 층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카드에는 삽화가 들어있지 않다. 컬러셋과 그러데이션 컬러셋을 응용한 스트라이프 레이아웃을 채용하고 있는데 순수한 게임의 재미를 원하는 사람들은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재미에 만족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현재 판매 중인 KIGS 에디션(초판)의 판매가 종료되면 삽화가 들어간 확장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해외 출시도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하다.
"게임 장르가 SF인데다 카드 종류가 많아서 소규모로 메이저 시장 게임들처럼 제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고, 전략 카드게임 상당수가 하다 보면 그림은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삽화를 포기하고 직관적, 감각적인 레이아웃으로 디자인했다. 충분히 아이디어가 모이면 확장을 만들 예정이고, 이때는 삽화를 넣고 싶다. <보드게임긱>의 공개판을 보고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가 새 디자인을 만들어 올려주기도 했는데, 이걸 보니 외국에서 더 좋아할 게임이겠구나 싶었다. 해외 출시도 가능하다면 하고 싶다."
- 최근 종방한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온 보드게임이 대중들로부터 일시적인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이라는 문화는 대중의 관심이 부족한 분야이기도 한데, 디자이너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보드게임 산업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의견을 말해줄 수 있나.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체를 통해 보드게임이 소개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시도에 덧붙여 대학가 공략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학가에는 보드게임을 할 사람과 시간과 공간이 있다. 그리고 인디 보드게임이 소개되고 평가받고 발매되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도 있다. <비콘>과 크라우드 펀딩이 좋은 창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각각 단발적이고 파편적이라 정보가 집적되지 않고 층을 이루기 어렵다. 층이 이루어져야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해보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포기하지 않고, 그래야 좋은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기 바란다.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을 살 수 있지만 물 없이는 3일도 버티지 못한다. 창작에 있어 음식은 돈이고, 물은 비평이다. 영화처럼 보드게임에도 많은 사람의 논평이 집적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보드게임이나 TRPG는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의 문화다. 이 때문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만나보기 어렵고, 만들어보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하여 맨땅에 헤딩하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의 출시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고, 누군가 시작을 하게 되면 다음 주자들이 실패할 확률은 줄어든다. 한국에서 자유로운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이러한 창작 문화가 사람들에게 거리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독립게임마당 누리집, 한국독립게임마당 비정기 간행물에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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